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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KBS·MBC·YTN 인사 개입"

KBS 새노조, 총리실 사찰 문건 폭로…"언론사·민간인 무차별 사찰"

김고은 기자  2012.03.30 08: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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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직자와 언론인,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로 사찰해 온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KBS, YTN 등 언론사에 대한 사찰과 이를 통해 언론 장악에도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 노조)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작성한 하명사건 처리부 등 내부 사찰 문건 2619건을 단독으로 입수, 30일 새벽 ‘리셋 KBS 뉴스9’를 통해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총리실 사찰은 전·현직 공무원과 공기업 임직원, 재벌, 야당 정치인, 대학 교수, 노동단체 등 사회 전부분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찰 보고서에는 방송사 노조의 성향 분석과 함께 임원 인사 및 경영과 관련된 구체적인 지시사항이 기록돼 있었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가 30일 새벽 공개한 '리셋 KBS 뉴스9'에서 청와대가 KBS, MBC, YTN 등 방송사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청와대가 공영방송사 임원 인사에 개입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2009년 8월25일 작성된 문건에는 ‘KBS·YTN·MBC 임원진 교체 방향 보고’라는 항목이 있는데, 비고란에 ‘BH(청와대)하명’이라고 명시돼 있다. 특히 이 항목은 3개월 뒤 작성된 문서에서도 발견돼 방송사 인사에 대한 지속적인 개입이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이 시기는 김인규 KBS 사장과 배석규 YTN 사장 선임이 결정되고 엄기영 당시 MBC 사장에 대한 퇴임 압박이 거세지던 시기였다.

2009년 9월 작성된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에선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시나리오가 보다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총리실은 배석규 사장에 대해 ‘강단과 지모를 겸비한 인물로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돋보인다’고 평가하면서 당시 직무대행이었던 배 사장을 정식 사장으로 임명하라고 건의했다. 이 보고서가 작성된 지 한 달 만에 배석규 씨는 사장으로 정식 임명됐다.

또한 ‘노조의 반발 제압’이란 제하의 문건에는 당시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형을 받은 노종면 YTN 노조 위원장에 대해 검찰 항소를 건의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와 관련 YTN 사측은 ‘리셋 뉴스’ 제작진에 항소를 건의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총리실이 검찰 수사까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KBS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찰 문건에는 KBS 노조에 대한 성향 분석은 물론, 김인규 사장과 측근에 대한 자세한 인물평까지 기록돼 있다.



   
 
  ▲ 총리실 사찰 문건 중 KBS와 김인규 사장에 관한 부분.  
 

총리실은 먼저 김인규 사장에 대해 ‘KBS 색깔을 바꾸고 인사와 조직개편을 거쳐 조직을 장악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 사장이 취임 후 단행한 인사에 대해 ‘측근들을 주요 보직에 배치해 친정체제 토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노조 역시 감시 대상이었다. 문건은 당시 KBS 노조 집행부가 ‘낙하산 사장’을 막기 위해 실시한 총파업 투표가 부결되자 이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대신 ‘친 김인규’로 선회했다고 분석했다. ‘KBS 내 노-노 갈등으로 세가 약화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강성 집행부가 집권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김인규 사장과 측근에 대한 인물평도 곁들였다. 김 사장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지나치고 언행에 거리낌이 없어 경솔하게 비춰질 가능성이 많”다면서 “몸을 낮추는 자세”를 조언했다. 고대영 당시 보도총괄팀장 등 측근들에 대해서도 ‘김 사장을 닮아 자신감이 지나쳐 건방져 보인다는 지적을 받는다’고 꼬집었다.

새 노조는 이밖에 민간인 사찰 논란을 처음 보도한 MBC ‘PD수첩’의 동향을 추적한 문서 파일도 여러 건 발견됐으며, ‘한겨레21 박용현 편집장’이란 항목도 발견돼 이른바 진보언론에 대한 정권 차원의 사찰도 광범위하게 이뤄졌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검찰이 2010년 7월 총리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의 사찰 문건을 확보했으나 김종익 씨에 대한 사찰과 증거 인멸 혐의로만 관련자를 기소하는 등 ‘축소 수사’한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