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과 방송문화진흥회가 4·11 총선에서 투표 참여를 방해하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MBC노조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재철 사장이 선거 당일 사전 선거방송을 하지 못하도록 지시했다”면서 “총선에서 투표율을 낮춰 MB정권과 여당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속셈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은 28일 임원회의에서 4·11 총선 당일 선거방송 시간대인 ‘오후 4시~7시 45분’ 중 “앞부분 2시간은 방송할 필요가 없다”고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오후 4시부터 시작하는 투표방송은 하지 말고 오후 6시부터 예측조사 발표와 개표방송만 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MBC 선거방송기획단이 총선 당일 오후 4시~6시 방송을 목표로 준비해 온 △실시간 투표율 상황 △모바일을 이용한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연예인들의 투표 참여기 등의 프로그램이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선거방송기획단에 소속된 16명의 조합원들은 파업 기간에도 낮에는 집회에 참석하고 저녁에는 ‘무보수’로 일하며 선거방송을 준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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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노조가 29일 오전 여의도 방송센터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재철 사장이 선거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 신경민 대변인 등 정치권에서 함께 참석했다. | ||
김재철 사장과 MBC 경영진은 이번 결정과 관련해 “위험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임원은 그 예로 연예인들의 ‘투표 인증샷’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측의 방문진 차기환 이사가 28일 “젊은 층들이 4시부터 6시 사이에 투표를 많이 하는데, 그 시간에만 선거방송을 한다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에 대해 MBC노조는 “공영방송으로서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히 해야 할 의무”라며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방송을 특정 정파의 선거운동 내지 편파 방송으로 규정하고 그 직무를 고의로 방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은 “선거방송을 ‘야당 선거 운동’, ‘정치운동’이라며 편향적 시각으로 보는 자체가 MBC 경영진 스스로 정치적 해석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여당에 불리한 선거방송은 못하겠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MBC노조는 이번 결정을 김재철 사장의 ‘선거 개입’으로 보고 선거관리위원회 고발을 포함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치인들도 MBC 경영진의 선거방송 축소 방침을 한 목소리로 성토했다. 신경민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투표율을 높이는 것을 걱정하는 것은 위헌적이고, 젊은이들의 투표율이 높아지는 것을 걱정하는 것은 반시대적”이라며 “언론인이라면 이런 위헌적이고 반시대적인 흐름에 동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최민희 민주통합당 언론대책위원장은 “MBC 경영진은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이라며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박원석 통합진보당 언론개혁 특위 위원장은 “민주주의의 꽃이자 축제인 선거에서 투표율을 올리는데 일조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의무”라며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방송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이자 ‘방송사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라고 일갈했다.
한편 MBC는 이날 노조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특보를 내고 “공영방송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선거방송을 할 의지가 있다면 당초 계획대로 14시간 반 동안 방송을 하면 된다. 노조가 인심 쓰듯 3시간 반을 방송해주겠다는 식으로 회사에 통보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며 “노조는 선거 개표 방송을 위해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