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재단이사회가 차기 사장 선출 일정을 예년에 비해 한 달가량 앞당기기로 결정하면서 현 이재천 사장의 연임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한 불공정 선거가 아니냐는 주장이 일고 있다.
CBS 재단이사회(이사장 전병금)은 23일 이사회를 열어 차기 사장 선출 일정을 확정했다. 확정안에 따르면 4월2~16일 후보등록, 26일 사장추천위원회 최종후보 2인 선출, 27일 재단이사회 선거가 치러진다. 이 같은 일정은 지난 2009년 사장 선출 때와 비교해 한 달 이상 앞당겨지고 기간도 줄어든 것이다.
이재천 현 사장이 뽑힌 당시에는 후보등록이 4월24일에서 5월11일까지 이뤄졌다. 이어 28일 사추위가 사장 후보 3인을 결정했으며 29일 재단이사회 투표를 통해 사장이 선출됐다. 또 후보등록부터 선출까지 35일이 걸렸던 2009년에 비해 이번에는 25일 만에 끝나게 된다. 여기서 현직 CBS 임직원의 사장 출마를 봉쇄하는 것이라는 문제제기가 나온다.
CBS 사규상 현 사장을 제외한 임직원 중에 사장에 출마할 사람은 후보 등록 마감 1주일 전에 사표를 제출해야 한다. 이는 후보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2009년 제정된 조항이다. 이사회의 일정에 따르면 출마하고자 하는 CBS 임직원은 다음달 9일까지 퇴직을 해야 한다.
사장 후보 출마를 검토 중이라는 CBS의 간부 A씨는 “예년 일정을 참고해 사장 출마를 고심하고 있었는데 황당할 따름”이라며 “현역 직원으로서 위치를 포기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지나치게 촉박하다”고 말했다.
시간도 문제지만 현임 사장의 연임을 기정사실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하는 의견도 있다. “연임을 전제로 한 요식행위에 들러리를 설 사람은 없다”는 주장이다.
A씨는 “이같이 일정이 진행되면 불공정 선거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결과적으로 현 사장의 연임을 돕기 위해 일정을 앞당긴 것이라는 비판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역시 사장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는 간부 B씨도 “일정이 앞당겨졌지만 맞추려면 맞출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일정까지 조정해 연임을 대세로 몰아가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생업을 포기하고 출마할 현직 임직원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 CBS지부도 “사장 선임 일정이 지나치게 촉박하고 현 사장의 연임을 돕기 위한 불공정한 일정이라는 비난이 일 수 있다”며 일정을 7~10일 정도 늦출 것을 재단이사회에 요구했다. 기존 일정으로는 후보 문호 확대를 거스르는 것이며 노조가 추진하는 후보 검증 기간을 소화하기에도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 전병금 재단이사회 이사장은 본보와 통화에서 “노조의 요구가 있다는 보고는 받았으나 아직 아무와도 상의하지 않았다”고 전제한 뒤 “일정은 이사회에서 결의한 것이며 정관과 규정상 전혀 문제가 없다. 규정에는 15일간 초빙 공고를 한다는 것만 명시돼 있다”고 일정 조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일정을 앞당긴 배경에 대해 전 이사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예전에는 임기 만료 다섯 달 전에 선출한 적도 있다”며 “현 사장의 연임 문제와도 무관하다”고 했다. 한편 이재천 현 CBS 사장의 임기는 6월5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