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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일보 이성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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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은 추웠다. 거리 집회를 할 때마다 혹한이 찾아왔고, 주머니는 얇아졌다. 파업 90일 만에 선후배 23명이 사측으로부터 고소 및 민사소송을 당했지만 보직부장 등 따르고 믿었던 편집국 선배들은 우리를 외면했다. 후발주자인 방송사 파업에 비해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해 기운이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마음이 시렸던 건 국민일보를 자신의 사유물로 여기는 조용기 목사 일가의 태도를 확인했을 때다. 노조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조사무엘민제 사장이 미국인으로 신문법상 언론사 대표이사를 맡을 자격이 없다는 문제를 제기하자 조 사장은 외려 회장으로 ‘승진’했다. 한국의 대표적 목회자들이 주축을 이룬 국민일보 유일 주주인 국민문화재단은 조 목사 일가의 ‘꼼수’를 묵인했다. 재단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데 승진의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목사는 이미 2006년 국민문화재단이라는 공익재단을 만들어 한국교회와 사회에 국민일보를 환원한다고 했다. 국민일보를 공공의 소유물이라 해놓고 6년이 지나 다시 조 목사 일가의 소유물로 인정한 것이다.
과연 신임 조 회장이 조 목사의 차남이 아니라면 개인비리로 재판을 받고 있는 형사 피고인에게 승진이란 선물을 줬을까.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파업 조합원들은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잠을 청할 때도 한기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난겨울은 따뜻했다. 폭설과 칼바람이 몰아쳐도 모이면 따뜻했다. 그리고 다들 자기 밥값은 했다. 파업기금을 위한 일일호프에서 한 후배는 닭 200마리를 칼질했고, ‘말발’ 센 후배는 사회를 맡아 웃음을 선사했다. 마이너스 대출 받은 기념으로 후배들에게 소고기를 사주며 행복해하는 ‘바보’ 선배도 있었다. 빠듯한 살림살이를 하는 노조 사무국장으로 조합원 대출을 할 때, 작은 집으로 전세를 옮겼다며 후배에게 기회를 양보하겠다는 선배의 말에 남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렇듯 하루는 술자리에서 울다가, 다음날은 또 누군가를 위로했다. 물론 이렇게 데워놓으면 해고 상태인 노조위원장이 썰렁한 농을 던져 온도를 조절했지만.
온기를 이어준 건 국민의 응원이었다. 공지영씨 등이 참여한 국민일보 파업대부흥회가 끝난 뒤 자발적 모금함에는 고등학생부터 60대 노인까지 깨알 같은 글씨의 응원 메시지가 도착했다. 한 주부는 ‘OK캐쉬백’ 쿠폰까지 털어 넣어주며 승리를 기원했다.
그렇게 추웠지만 따뜻했던 90일이 지나고 봄이 왔다. 하지만 106명의 파업 동료들이 기다리는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어쩌면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사장이 아닌 정부와 무관하게 수십 년간 권력을 쥔 세력과 싸우기에 우리의 투쟁은 이제부터 시작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먼 훗날 “그 해 겨울은 따뜻했다”고 할 날이 오리라 굳게 믿는다. 그 무모한 자신감의 근거를 대라면 선남선녀 후배의 말로 대신하겠다.
“우리는 단단한 철벽에 던져지는 날계란이다. 이길 것 같아 싸우지 않고, 싸우는 게 옳고 정의라고 믿기 때문에 싸운다.”(선녀 기자)
“싸움에선 이기기도 지기도 하는 법이지만 나는 져도 될 싸움은 해본 적이 없다.”(선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