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KBS, YTN 등 방송사의 연대 파업이 나날이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사측의 대응 또한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한 소송 남발에 재산 가압류로 가정까지 위기로 내몰고 파업 참가자들에 대해 회유와 협박을 일삼는 등 사측의 대응 수위가 도를 넘어 횡포에 가깝다는 비판 여론이 높다.
김재철 MBC 사장은 최근 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총액 3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집행부 개개인의 재산 가압류를 신청했다. 급여계좌 등 예금은 물론이고 가족이 함께 거주하는 자택까지 무차별적으로 가압류를 걸었다. 가압류된 재산 규모는 1인당 수천만원에서 최대 1억2500만원에 달한다. 가압류 신청서를 송달받은 가족들은 충격에 빠졌다. 심장질환을 앓고 있던 모 위원장의 부인은 충격으로 몸져누운 것으로 알려졌다. 가압류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계좌가 압류돼 연금과 보험 등 금융거래를 할 수 없게 되고 자녀들의 학교 급식비나 가스요금 등의 계좌이체도 불가능해진다. MBC노조는 “가압류는 노동자 개인은 물론 그들의 가정까지 파괴시키는 더없이 악질적인 노조탄압책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고소전도 계속되고 있다. 김재철 사장은 16일 정영하 위원장 등 노조 집행부와 더불어 ‘제대로 뉴스데스크’에서 내레이션과 취재를 맡았던 김정근 아나운서와 김민욱 기자까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로써 김재철 사장이 노조 등을 상대로 제기한 민·형사상 소송은 7건으로 늘어났다. 파업 이후 1주일 단위로 이어지는 징계와 소송은 노조의 목을 죄고 있다.
KBS 역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 노조)의 파업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와 업무방해로 인한 형사상 책임, 징계를 통한 불이익 처분이 가능하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아직 징계 절차에 돌입하진 않았지만 지난 2010년 ‘합법파업’에 대해 최대 정직 6개월 등의 중징계를 내린 만큼 이번엔 해고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KBS는 사내·외 여론전을 통해 파업 열기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자료를 내어 이번 파업을 ‘정치파업’으로 매도하는가 하면 기자들이 제작한 ‘Reset KBS 뉴스’ 동영상의 유튜브 게시도 전면 차단했다.
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통제도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 KBS는 매일 부서장들이 노조원들의 파업 참가 여부를 확인, A급부터 C급까지 등급별로 분류해 보고토록 하고 개별 조합원들에게 징계를 겁박하기도 한다. 라디오센터의 한 EP는 안식년 휴가 중 파업 집회에 참석한 PD에게 “유급휴가인 안식년 중에 불법 집회에 참가했다”며 “무노동 무임금이 적용되며 징계 대상”이라는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내 물의를 빚기도 했다.
MBC에서 ‘부당 노동 행위’ 논란이 일었던 ‘파업 불참 특별수당’과 비슷한 사례도 포착됐다. KBS 한 관계자에 따르면 KBS는 간부들을 상대로 평일 및 휴일 특정 시간 이상 근무 시 일정액의 수당을 격려 차원에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간부들은 시간 외 근무 수당을 받지 않는다. 이에 대해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지급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파업 기간 동안 애쓰는 사람들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차제에 (수당 지급을) 검토해야 한다는 논의는 있었다”고 전했다.
임단협 결렬에 따른 합법적 파업 절차를 밟은 YTN에서도 ‘부당 노동 행위’ 논란이 일고 있다. 간부가 휴가 중 파업 출정식에 참가한 조합원에게 무노동 무임금이 적용된다고 위협하는가 하면 모 보직부장이 파업 참여 여부를 보고토록하고 1차 파업일 뒤인 주말 근무자까지도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경고한 것. YTN노조는 관할 노동청으로부터 부당 노동 행위라는 해석을 받았다.
이처럼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는 노조 압박 수단이 “헌법의 단체행동권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변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등 법률 3단체들은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변경된 대법원 판례 기준에 의하더라도 이번 언론사 파업은 지극히 정당하고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진행되고 있다”면서 “언론인들의 당연한 요구인 ‘공정방송 실현과 언론의 독립’을 정치적 구호로 왜곡하고 합법파업을 불법파업으로 매도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