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이 앞으로 기자와 PD를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등 계약직 사원을 전 부문으로 확대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노조의 파업을 겨냥한 엄포성 발언이지만 현실화될 경우 ‘하루살이형’ 비정규직 언론인이 무차별적으로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마당에 시대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높다.
김재철 사장은 지난 7일 임원회의에서 공채제도를 없애고 전 사원을 프리랜서나 연봉제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 사장은 이미 계약직 기자를 채용 중인 보도부문에 이어 예능과 드라마 부문에서도 계약직 PD 채용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해를 품은 달’ 등 드라마 PD들이 파업에 참여한 것에 대한 대응책으로 프리랜서 PD제를 도입, 노조 가입을 못하게 함으로써 파업 참여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뜻이다. 김 사장은 “파업과 무관한 인력을 채용해야 한다”면서 “조직과 상관없이 드라마만 찍을 수 있는 연봉제 형태의 인원을 뽑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장근수 드라마본부장은 5일 PD총회에서 “파업이 끝나면 드라마PD 전원을 계약직화하겠다. 3분의 1은 잘라내도 된다”고 밝혀 드라마 PD의 ‘전면 계약직화와 구조조정’을 예고하기도 했다.
보도부문에서도 계약직 비중을 더욱 늘리겠다고 밝혔다. 19일까지 전문기자 3명을 임용하고 현재 채용 중인 경력기자 선발이 끝나면 ‘계약직 기자 상시 채용’ 공고를 통해 경력기자를 수시로 선발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재철 사장은 이미 지난 1월 30일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직후부터 경력기자를 포함해 라디오뉴스편집PD, 보도CG, 뉴스영상PD, 영상편집 인력 등 계약직 인력을 대거 채용하고 있다.
계약 기간은 모두 1년으로 사실상 ‘파업용 인력 채용’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타 언론사의 경우 연봉계약직 기자들은 있으나 사실상 고용연장이 보장돼 있으며 MBC가 추진하는 1년직 계약직 취재기자 채용은 전무후무한 상태다.
또 지난 2일에는 프리랜서 앵커를 채용하는 공고를 내보냈다. 뉴스를 진행하는 대다수 아나운서와 기자들이 파업의 선봉에 선 데 이어 최일구, 김세용 앵커마저 파업에 동참하자 취한 조처다. 김재철 사장은 “프리랜서 앵커 채용으로 앵커가 파업에 참여하는 나쁜 관행의 재발을 막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MBC의 프리랜서 앵커 채용은 YTN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YTN은 2003년을 마지막으로 공채 앵커를 뽑지 않고 대신 프리랜서 앵커를 기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앵커팀원 19명 중 10명이 프리랜서로 채워졌다. 이들은 주로 심야 시간대나 노조 파업 시 대체 투입되고 있다. 열악한 근로환경에 신분 불안정 등에 노출돼 있으나 노조 조합원이 아니어서 보호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기자, PD, 아나운서 등을 전면 계약직화할 경우 계약 연장을 위한 ‘윗선 눈치 보기’가 횡행하고 조직 문화도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MBC노조는 “‘영혼 없는 기자와 PD’를 양산함으로써 MBC 보도와 시사 프로그램에서 공정성의 씨를 말려 버리고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은 자체 기획과 콘텐츠 제작 능력의 싹까지 없애 버리려 하고 있다”며 “MBC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전혀 없는 외부 전문가를 데려와 자신의 ‘충견’으로 조직을 채우겠다는 ‘광기의 칼춤’”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다른 지상파 방송사의 한 아나운서도 “노조가 파업을 하니까 동기나 기수 개념을 없애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라며 “그런 식으로 취재나 방송을 해서 공정한 보도, 바른 방송이 나오겠나”라고 비판했다.
공채 제도 폐지 방침은 예비 언론인들에게도 충격을 줬다. 언론사 입사 준비생들의 커뮤니티인 다음 카페 ‘아랑’에는 “경악스럽다”, “김재철 사장은 MBC를 경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해체시키기 위해 들어온 것 같다”는 비판적인 반응이 줄을 이었다. 한 예비 언론인은 “계약직 기자가 제대로 된 비판기사, 심층취재를 할 수 있겠느냐”며 “결국 옐로 저널리즘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MBC 한 기자는 “김재철 사장의 계획은 현실화되기 힘들 것”이라면서 “김재철 사장을 퇴진시킨 뒤 모든 것을 원상복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