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와 시민사회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김재철 사장이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재철 사장은 7일 오후 3시 방송문화진흥회 정기 이사회에 참석해 자진 사퇴 의향을 묻는 이사들의 질문에 “회사를 올바로 세우고 MBC를 바르게 운영하는 것이 나의 책무라 생각한다”면서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김재철 사장은 또 노조의 파업에 대해 “불법파업”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때문에 파업 불참자들에게 이른바 ‘파업수당’을 주거나 대체 근로 인력을 투입하는 것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사장은 오히려 “이번이 MBC 문화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라며 원칙에 따라 엄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상 초유의 보직 간부 사퇴가 잇따르는데 대해서도 김 사장은 “양쪽(노사) 눈치를 보는 것”이라며 폄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상혁 이사는 “MBC 사태 해결을 위한 보직 간부들의 충정을 눈치 보기 내지는 양다리 걸치기로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문제 인식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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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철 MBC 사장이 7일 방문진 현안보고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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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카드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야당 측 이사들은 김재철 사장이 회사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노조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자세한 소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김재철 사장은 구체적인 설명 없이 “노조의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사실관계가 잘못된 부분이 많다”는 기존의 입장만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상혁 이사는 “법인카드 사용 내역과 업무의 관련성을 입증하라”며 자료 제출을 거듭 요구했다.
MBC 사태를 바라보는 방문진 이사들의 인식차도 컸다. 야당 측 이사 3인은 김재철 사장에게 사태 해결을 위해 자진 사퇴할 것을 촉구하며, 여당 측 이사들을 향해서도 김 사장 선임을 주도한데 책임을 지고 해임안을 발의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여당 측 이사들은 김 사장을 감쌌다. 이들은 “이번 파업은 적법한 파업이 아니”라고 비판하며 오히려 “원칙대로 할 것”을 김 사장에게 주문했다.
김재철 사장이 자진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방문진 역시 해임 의지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어서 김 사장의 진퇴 문제를 둘러싼 MBC 사태는 노사간 정면충돌로 더욱 파국을 향해 치달을 전망이다. 방문진은 14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MBC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는 계획이지만, 묘안을 기대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한편 이날 김재철 사장이 업무보고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노조와 충돌을 빚으면서 일순간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이날 이사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방문진 앞에서 규탄 집회를 벌이던 노조원 300여 명은 오후 5시15분께 김재철 사장이 빌딩을 나오자 주위를 에워싸고 “김재철은 물러가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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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철 사장이 방문진 현안보고를 마치고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노조원 300여명이 주위를 에워싸고 '김재철은 물러가라'고 외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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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하 노조 위원장은 김 사장 앞을 막아서며 “대화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위원장하고 나하고 커피숍에 가서 얘기하자”고 말했다. 이에 정영하 위원장이 “노조원들이 2시간이나 기다렸다. 공개적으로 얘기하자”고 재차 요구했으나, 김 사장은 더 이상 답하지 않았다. “사퇴하시겠냐”, “왜 사퇴하지 않냐”는 추궁에도 묵묵부답이었다.
김 사장은 말없이 대기 중이던 승용차에 탑승하려 했으나 노조원들에 가로막혔다. 결국 떠밀리다시피 해 100여 m 떨어진 MBC 사옥까지 도보로 이동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방문진 앞 6차선 도로의 교통이 마비되는 일대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노조원들은 “김재철은 물러가라”고 외치며 계속 해서 김 사장 주위를 에워쌌지만, 물리적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김 사장은 MBC 앞 사거리에서 대기 중이던 경찰 병력들의 도움으로 겨우 MBC 사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정영하 위원장은 “오늘의 상황은 집행부가 명령한 것도, 누가 시켜서 일어난 것도 아니다”라며 “오늘 조합원들이 보여준 분노가 MBC의 정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