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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의 칼춤…"그들 없는 MBC를 상상할 수 없다"

박성호, 이념 아닌 '팩트주의자'
이용마, 권력 비판 '개념 기자'

김고은 기자  2012.03.07 14:5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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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호 기자  
 
두 명의 해직기자가 또 나왔다. 박성호 MBC 기자회장과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은 최근 닷새 사이에 나란히 해고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MBC 내부는 분노로 들끓었다. 기자들은 “해고학살의 책임자들을 반드시 단죄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사측의 해고 통보로 박성호 기자는 ‘유능한 기자’에서 단숨에 ‘투사’로 변모했다. MBC 기자회는 성명에서 “MBC 기자로서, 또 기자회장으로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온 그의 삶을 지난 16년간 목격해 왔다”면서 “그에게 유일한 죄가 있다면 공정보도에 목말라하는 후배들의 외침을, 기자로서의 양심을 끝내 외면하지 못하고 우리의 짐을 대신 짊어진 죄일 뿐”이라고 절규했다.

실제로 박성호 기자는 시경 캡, 법조1진, 국회반장, ‘뉴스투데이’ 앵커 등 화려한 경력의 ‘잘나가는 기자’였다. 지독한 ‘일벌레’이자 보수나 진보, 어느 쪽에도 치우지지 않는 균형 잡힌 인물로 현 시국이 아니었다면 승승장구했을 거라는 게 주위 동료들의 총평이다.

김수진 MBC 기자는 박성호 기자에 대해 “엄청난 취재력과 특유의 냉철함으로 후배들에게 경계와 경외의 대상이었다”고 평가하며 “박성호 없는 MBC는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진숙 MBC 홍보국장도 과거 ‘주간 MBC’ 인터뷰 기사에서 박성호 기자에 대해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성장과 분배가 끊임없이 대결을 벌이는 시대에 앵커석에 앉은 박성호의 관점은 양쪽 진영 사이 어느 지점에 존재한다”면서 “‘통념으로 하는 이야기들에 맞장구를 잘 치지 않는’ 그의 시각”을 높이 평가했다.

그런 그가 지난해부터 기자회장을 맡았고, 불공정·편파 보도에 대한 문제제기가 안팎에서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박 기자는 섣불리 나서지 않았다. 장준성 기자는 “그는 보도 책임자들의 편도, 후배들의 편도 아니었다. 단지 ‘팩트(fact)’의 편이었다”면서 “‘끝까지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욱하는 후배들을 다독이고 의사 결정권자들의 상식에 끝까지 호소하려고 애썼다”고 전했다.



   
 
  ▲ 이용마 기자  
 
하지만 기자들의 충정은 외면당했고, 결국 보도책임자들에 대한 불신임 투표와 제작거부 결의로 이어졌다. 이를 두고 MBC 측은 “기자회의 ‘불신임 투표’ 행위 자체가 불법”이며 “그들이 투표를 진행한 방식도 불공정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파업을 위해 기자들의 제작거부가 시작됐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결국 파업의 도화선이 된 제작거부를 주도한 혐의가 박성호 기자 해고의 중대 사유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획 파업’의 혐의는 이용마 기자에게도 적용됐다. MBC 측은 “노조는 기자회의 불신임투표 절차에 초기 단계부터 개입했으며 사실상 ‘기획 파업’을 주도했다”면서 “기자회의 투표 절차에 노조가 개입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기자회 제작거부의 ‘배후’에 노조가 있었으며, 이를 진두지휘한 것이 이용마 기자라는 주장이다.

사실 이용마 기자는 이번 파업 전부터 사측에 눈엣가시였다. 다소 늦깎이로 노조 집행부에 입성한 이 기자는 지난 1년간 노조 홍보국장으로 일하며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철저하게 감시해왔다. 이번 파업에 들어서는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기획하고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폭로하는 데 앞장서며 사측의 ‘표적’이 되었다.

이 기자의 해고 소식이 알려지자 훌륭한 기자 또 한 명이 상처를 입었다는 탄식이 줄을 이었다. 이 기자는 ‘시사매거진 2580’ 등에서 BBK 사건, KTX 비정규직 투쟁 등을 보도해온 ‘개념 기자’로 통한다. 탄식은 희망으로 변할 수 있을까. 두 해직기자의 운명이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