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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이보다 더 최악은 없었다

'기록 제조기' 김재철 사장…남은 것은 공권력 투입?

김고은 기자  2012.03.07 14: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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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장 아래 4명 해고 ‘최다’
비노조간부 기자회장 첫 해고
간부사원 최대 규모 퇴진 촉구
해외특파원 사장 퇴진 첫 성명
노조 상대 수십억대 손배 소송


MBC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기자회장과 노조 집행부에 대한 해고, 노조를 상대로 한 수십억 대의 손배소 제기 등 김재철 사장의 전횡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김 사장의 거듭된 악수에 보직 간부들마저 대거 등을 돌리며 현 체제에 경종을 울리고 있지만 여전히 사태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어 파국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김재철 사장은 기록 제조기다.” 한 노조 간부의 말대로 김재철 사장은 MBC는 물론이고 언론사의 노사 관계에서 가능한 모든 기록들을 새롭게 써나가고 있다.

유감스러운 것은 그 모든 것이 불명예 기록이라는 점이다. MBC는 최근 차례로 인사위원회를 열고 박성호 기자회장과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을 해고했다. 이근행 전 노조 위원장과 정대균 전 진주MBC 노조 위원장이 해고된 지 2년 여 만에 또다시 해고자가 나온 것이다. 한 사장 아래 네 명이 해고된 것은 MBC 역사상 최대 규모다. 1990년 최창봉 사장 때 안성일 노조위원장과 김평호 사무국장 2명이 해직되고 강성구 사장 시절 최문순 당시 노조위원장이 해직된 바 있으나 4명은 전무후무하다.

특히 직능단체장인 기자회장의 해고는 MBC 창사 이래 최초다. MBC 기자회는 “서슬 퍼렇던 군사독재 아래서도 노동조합 간부가 아닌 기자회장이 공정보도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일은 없었다”고 성토했다.

징계 칼날은 보직 부장들도 피해가지 않았다. MBC는 최일구, 김세용 앵커와 보직 사퇴 부장 등 3명에게 정직 2~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보직 간부가 보직을 사퇴하고 파업에 참여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지만 보직 사퇴를 문제 삼아 중징계를 내린 것 역시 처음이다. MBC 측은 앞으로도 보직 사퇴자를 포함한 파업 참가자들에 대해 추가 징계를 단행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번 파업으로 인한 징계자들의 규모도 사상 최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재철 사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미 노조를 상대로 고소·고발 등 3건의 송사를 진행 중인 김 사장은 5일 노조와 집행부 16명 전원을 상대로 3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집행부 개인별 재산 가압류 신청도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 정도 규모의 파업에 대한 손배소 제기는 언론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것이라는 평이다. 김재철 사장은 2010년 파업 당시에도 손배소 제기를 검토했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MBC노조는 “손배소는 노동자에게 가장 악랄한 탄압 수단”이라며 “남은 것은 직장폐쇄와 공권력 투입 뿐”이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6일부터 MBC 여의도 방송센터 곳곳에 수십 명의 용역들이 배치돼 공권력 투입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재철 사장이 강경 대응으로만 일관하자 보직 간부들조차 김 사장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간부급 사원들이 김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고, 사상 초유의 보직간부 사퇴 행렬도 잇따르고 있다. 앞서 보도본부에서 10여 명의 보직부장들이 보직을 사퇴한 데 이어 경영·편성·제작부문 등에서 보직 사퇴 행렬이 줄을 이었다. 부국장과 부장 등 보직 간부 19명은 무더기 해고 및 중징계에 반발하며 “보직을 사퇴하고 평사원으로 돌아가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사원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호인(워싱턴), 도인태(뉴욕), 박상권(파리) 등 7명의 해외 특파원들도 성명을 내어 사장 퇴진을 촉구했다. 현직 해외 특파원들이 사장 퇴진 성명을 낸 것은 창사 이래 최초다.

MBC 기자 166명은 박성호 기자 해고에 반발하며 집단 사직을 결의했다. 지난 1996년 강성구 사장 퇴진 투쟁 당시 기자 170여명이 집단 사표를 제출한 이래 사상 두 번째다. 이들은 “이제 우리 기자들에게 이번 투쟁은 MBC를 정상화시킬 것이냐, 아니면 모두 버리고 떠날 것이냐의 절박한 싸움으로 변했다”며 “사직에 앞서 모두 해고될 각오로 다른 부문의 동지들과 함께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