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 166명이 박성호 기자회장 해고와 양동암 영상기자회장 중징계에 반발해 집단 사직을 결의했다. 보직 간부 12명도 사측의 고소 및 징계 방침에 반발해 보직을 사퇴했다. MBC 보도국 특파원 7명도 집단으로 사장 퇴진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파업 36일째인 5일, 최일구 앵커 등 보직 사퇴자를 비롯한 8명에 대해 또 한 차례 중징계가 예상돼 MBC 사태는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MBC 기자회는 5일 비상대책위원회 특보를 통해 “기자들을 대표해 공정보도를 요구한 두 기자회장에 대한 해고와 중징계는 MBC 기자 전체와 공정 보도에 대한 사형선고와 마찬가지”라며 “박성호의 목을 친 자들을 몰아내지 못해 끝내 그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면, 더 이상 마이크와 카메라를 잡지 않겠다”고 집단 사직 결의를 밝혔다.
이번 결의는 박성호 기자 해고에 분노한 일부 기자들의 자발적인 사직서 작성으로 시작됐다. 이에 비대위는 박성호, 양동암 기자와 동기인 보도본부 28기(95년 입사) 이하 기자들을 대상으로 집단 사직 의사를 물었으며, 그 결과 모두 166명의 기자들(취재기자 130명, 카메라기자 36명)이 앞 다퉈 동참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지난 1월 제작거부 투표에서 145명이 찬성한 것과 비교하면 대폭 늘어난 수치다.
MBC 경영, 편성, 시사교양 부문의 부국장 및 부장 등 보직간부 12명도 “김재철 사장은 공정방송을 염원하는 사원들의 충정에 답하기는커녕 불법운운하며 대화를 회피해오다가 갑자기 나타나 고소와 징계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보직을 사퇴하고 평사원으로 돌아가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사원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우리가 MBC의 보직간부로서의 역할을 계속해왔던 것은 공영방송 MBC를 지키기 위해서였지 김재철 사장과 그가 만들어놓은 회사체제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면서 “보직간부의 역할을 계속하는 것에 더 이상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예능국 보직 간부 5명도 이날 호소문을 내고 “사장은 현재의 파국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조와 즉각적인 대화를 포함한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우리의 절박하고 간절한 충정이 외면당한다면 예능 보직 PD들은 제작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MBC 해외 특파원들도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윤도한(LA), 이호인(워싱턴), 도인태(뉴욕), 박장호(도쿄), 김경태(베이징), 임영서(도쿄), 박상권(파리) 등 7명의 특파원은 4일 성명을 내고 “MBC와 앞으로 MBC를 이끌고 가야할 후배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애정이 남아있다면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MBC 현직 특파원들이 사장 퇴진 촉구 성명을 발표한 것은 MBC 51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들은 “불공정 방송으로 상처입은 공영방송 MBC의 자긍심은 편가르기식 파행 인사를 비롯한 온갖 납득할 수 없는 조치들로 이제 만신창이가 되가고 있다”면서 “이 사태의 총체적인 책임은 김재철 사장에게 있다”며 사장의 결단을 거듭 촉구했다. 이들은 김재철 사장이 물러나지 않을 경우 집단행동의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지만 MBC측은 강경대응 방침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MBC는 5일 오전 인사위원회를 열어 최일구 앵커 등 보직 사퇴자와 노조 집행부 등 8명에 대한 징계 수위를 논의할 방침이다. 박성호 기자회장 해고에 이어 무더기 중징계가 예상된다.
MBC는 또 지난 2일 홈페이지를 통해 뉴스를 진행할 프리랜서 앵커 4명과 계약직 경력기자 7명, 라디오 뉴스 편집 PD 채용 공고를 내보냈다. 파업 돌입 이후 취재인력 4명을 이미 선발한데 이어 뉴스 앵커까지 대체 인력을 채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김재철 사장은 지난 2일 임원회의에서 “프리랜서 앵커 채용으로 앵커가 파업에 참여하는 나쁜 관행의 재발을 막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MBC 기자회와 영상기자회는 “김재철의 막장 채용에 대해 파업 종료와 동시에 원상복귀시키겠다”고 밝히며 “대체 인력을 활용한 뉴스 제작은 김재철 체제에 대한 기생차원을 넘어 온몸으로 저항하고 있는 후배, 동료들의 등에 칼을 꽂는 다시없을 배신행위로, 이후 상응하는 대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