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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광주 '기아차 보도' 최다득표…출품작 우열 가리기 힘들어

[제1회 인권보도상 심사평] 김주언 심사위원장·전 한국기자협회장

김주언 심사위원장  2012.02.29 14: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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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언 심사위원장  
 
수상작 모두 다른 분야 인권문제 조명…우수·장려 등 구분하지 않아


인권보도상은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정한 인권보도준칙을 준수하고 인권신장과 증진에 기여한 보도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인권문제를 발굴하거나 우리사회 이면의 인권문제를 추적한 보도, 인권 사각지대의 문제를 제기해 제도적 개선책을 이끌어낸 보도 등을 대상으로 한다.

인권보도상 첫회에는 모두 19건의 후보작이 출품됐다. 많은 작품이 출품된 것은 아니지만 출품작 모두 우리 사회 곳곳의 인권침해사례를 고발하고 개선책을 제시한 것이 돋보였다. 소년원이나 요양원 등 인권사각지대와 장애인, 노인, 이주노동자, 고졸자, 외국인 선원, 다문화 가정, 탈북자 등 사회적 약자의 차별과 폭력을 고발한 보도를 보면 아직도 우리 사회의 인권침해가 뿌리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후보작 중에는 비정규직이나 해고노동자의 각박한 삶을 조명하여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점을 일깨워주었다.

인권보도상 심사위원들은 출품작들 모두 나름대로 완결성을 갖췄으며 뛰어난 작품이라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따라서 수많은 작품 중 5건 이내의 수상작을 선정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심사는 3단계를 거쳐 진행했다. 우선 심사위원들이 서류심사를 통해 예비심사를 거쳐 심사대상을 선정한 뒤 대상작에 대해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들었다. 마지막으로 심사위원들의 투표를 거쳐 4편의 수상작을 선정했다. 수상작들은 각기 다른 분야의 인권문제를 조명했기 때문에 우수상, 장려상 등으로 구분하지 않기로 했다.

심사위원들의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수상작은 KBS광주의 ‘기아차 현장실습 뇌출혈 사고 연속보도’(우한울 김해정 정사균 박석수 양경배 이승준)였다. 기아차 공장에서 일하던 고졸 인턴사원들이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장시간 노동으로 뇌출혈 사고가 발생한 것을 보도했다. 이들이 차별대우를 받으면서도 인턴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을 다각적으로 조명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실습생들에 대한 적나라한 인터뷰를 통해 비정규직 사원들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이를 통해 제도적 개선책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인권보도의 완결성을 갖췄다는 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대우는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이다. 비정규직원 중에서도 우리 사회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직종도 많다. 그중의 하나가 학교 회계직이다. EBS의 ‘학교 회계직을 아시나요’(박용필 오승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비정규직원보다도 훨씬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는 회계직의 문제점을 고발하여 수상작에 뽑혔다. 심사위원들 대부분은 ‘회계직’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그만큼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생생하게 고발하고 개선책을 제시했다.

‘학교 회계직’은 회계담당 직원이 아니라 조리원부터 방과후 강사까지 40여 가지 직종에 이르는 학교 비정규직을 말한다. 별도의 인건비 예산이 없어 학교 회계에서 임금이 지급되고 학교장이 직접 채용하고 관리한다. 전국적으로 13만여 명에 이르는 이들은 낮은 임금과 살인적 노동강도, 허드렛일이나 심부름까지 감수하며 어렵게 살아간다. 물론 고용불안도 심각하다. 보도 이후 광주 교육청이 회계직을 교육감이 직접 고용하도록 조례를 제정했고, 경기와 충남 교육청이 처우 개선안을 마련하는 성과를 올렸다.

제주 CBS의 ‘우리는 외국인 선원, 노예가 아닙니다’(김대휘)는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보다 더욱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는 외국인 선원들의 인권침해 실태를 다각적으로 조명하고 개선책을 제시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제주와 부산의 외국인 선원들이 겪는 선상폭행과 폭언, 불합리한 고용계약, 낮은 임금 등 이들이 겪는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그동안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했던 이들에 대한 인권침해 고발을 통해 제도개선을 위한 실태조사를 끌어 냈다는 점에서 수작으로 평가됐다.

한겨레신문의 ‘제2의 김진숙, 제3의 한진중’(김도형 박종찬 박수진 허제현 권오성 조소영)은 해고노동자들과 장기파업으로 고통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을 심층적인 인터뷰를 통해 집중 조명했다. 1500일 넘게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재능교육 노조 등 장기파업을 벌이고 있는 6개 사업장을 찾아 이들과 함께 먹고 자며 고통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보는 르포기사였다. 기업주의 시각을 배제한 일방적 주장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갈수록 위협받고 있는 노동권의 억압이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등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를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조선일보의 ‘천국의 국경을 넘다 2’와 한국일보의 ‘우리시대의 고졸’, MBC의 ‘시사매거진 2580-소년원 1, 2’도 비록 수상작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수상작 못지않은 우수작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천국의…’는 북중 접경지대를 직접 찾아가 취재가 어려운 탈북자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인권침해 실태를 사실적으로 고발했다. ‘우리시대…’는 학력차별이 만연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실명인터뷰를 통해 다각도로 조명했다. ‘소년원 1, 2’도 대표적 인권사각 지대인 소년원의 성폭력과 폭행 등을 고발했다. 이들 세 작품은 우리가 지나쳐 버리기 쉬운 인권침해를 다뤘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수상작 편수의 제한 때문에 수상대열에 오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밖에 대구 MBC의 ‘4장의 유서로 밝혀진 학교 폭력의 실태’와 대전 CBS의 ‘두번 우는 피해자 인권’, 세계일보의 ‘우리도 운동하고 싶어요’, 대전방송의 ‘TJB 다문화 희망프로젝트-무지개 교실, 300일간의 행복실험’도 인권신장을 위한 기자들의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인권보도상 출품작 전체를 인권교육 자료로 활용하겠다고 할 만큼 뛰어난 작품들이 많았다. 그만큼 우열을 가리기도 쉽지 않았다. 이번에 처음 제정한 인권보도상을 계기로 언론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