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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중 심사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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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부문 80편 출품…‘돈을 갖고 튀어라’ 등 9편 선정정권에 대한 비판과 견제는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결코 변할 수 없는 언론의 존재이유이자 근본가치다. 탐욕스럽게 이익을 지키려는 기득권세력을 향해 펜 끝을 겨누고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은 기자들의 몫이고 소명이다. 뉴스저널리즘 첫 장에 너무나도 당연하게 나오는 이런 가치가 최근에는 기자들에게조차도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언론의 역할과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대중들이 ‘나는 꼼수다’와 같은 팟캐스트 방송에 열광하고 ‘뉴스타파’같은 해직언론인들이 제작한 뉴스가 더 저널리즘적 기본에 충실하다 보니 기존 뉴스에 대한 불신은 더 커지고 있다. 결론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기본에 충실한 기사와 기자를 찾기 위한 원칙에서 심사를 진행한 제43회 한국기자상은 17명의 심사위원들이 치열한 논의를 거쳤음에도 아쉽게도 대상작을 찾지 못했다. 물론 한국기자상 대상이 갖는 무게감은 작년 연합뉴스의 ‘북한, 김정일 후계자로 3남 김정은 결정’ 기사가 무려 9년 만에 수상한 사례에서 보듯 매우 어려운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예년에 비해 흉작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보석을 가리기 위한 과정은 쉽지 않았고 심사도 그만큼 어려웠음을 먼저 밝혀둔다.
이번 43회 한국기자상에는 취재보도 등 10개 부문에 걸쳐 총 80편이 출품됐다.
우선 취재보도부문에서는 20편의 출품작중 한겨레신문 한겨레 21이 제출한 ‘돈을 갖고 튀어라-영업정지 전날 밤 100명 VIP에 100억 몰래 빼준 부산저축은행’과 시사저널의 ‘단독공개, 퇴임이후 ‘MB사저’’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취재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시사주간지가 차지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정치권력과 기득권 세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언론의 기본 사명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겨레 21의 보도는 부산저축은행 측이 영업정지를 당하기 전 VIP나 은행임직원들이 몰래 돈을 빼낸 사실이 있었음을 폭로, 서민들의 공분을 불러왔다. 저축은행의 모럴해저드를 극명하게 드러내 다른 언론들의 보도와 검찰의 수사로 이어지게 하는 첫 계기가 됐다는 점이 고려됐다.
시사저널의 ‘MB사저 구입논란’은 서울시장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정권 말 도덕적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폭로한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청와대가 아들 명의로 퇴임 후 사저 부지를 구입하고 시가보다 더 비싸게 더 사들였다가 시사저널의 첫 보도가 나오자 구차한 변명 끝에 이를 백지화하고 경호실장이 사퇴하는 사태로까지 전개됐다. 최고 권력자에 대한 감시기능을 게을리하지 않는 뉴스저널리즘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전형을 보여준 수작이었다. 이 보도가 나올 당시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수십 명의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있는데도 이런 사실이 시사주간지에 의해 드러나고 출입기자단은 그저 청와대의 해명이나 전하는 역할에 머물렀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솔직히 고백해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경향신문의 벤츠검사 비리의혹 기사는 선행제보를 받고도 묵살한 다른 언론사와는 달리 스폰서 검사와 변호사의 추악한 뒷거래 실태를 보도했다는 점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원천적인 법조비리를 지속적으로 추적보도 하지 못하고 결국 치정에 얽힌 흥밋거리 기사로 흘러 아쉽게도 수상작에 뽑히지 못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 수상한 중앙일보의 ‘등록금 내릴 수 있다’는 해마다 대학평가 등을 통해 대학교육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보도해온 중앙일보 기획팀의 장점을 잘 살린 기사였다. 대학 등록금에 거품이 끼어있어 충분히 내릴 수 있음에도 대학당국이 이를 숨겨온 실태를 지적, 반값등록금 논란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된 것은 물론 실제로 인하효과를 일부 가져오게 했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서는 전북CBS의 ‘군수와 후보들, 브로커에 줄줄이 ‘노예각서’’와 뉴시스광주의 ‘광주지법 수석부장판사 법정관리 비위파문’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전북CBS의 ‘노예각서 파문’보도는 지방선거과정에서 후보와 브로커 간에 관행적으로 있어온 추악한 뒷거래 실태를 구체적이고 심층적으로 다뤄 중앙언론들이 모두 받아 쓸 수밖에 없는 두말이 필요 없는 수작이라는 호평을 들었다.
뉴시스 광주의 ‘광주지법 수석부장판사의 전횡’기사는 소위 ‘향판’의 비리를 잘 파헤쳤고 최근 당사자가 2심에서 300만원의 유죄선고를 받은 사실로 볼 때 지역 언론의 성역에 대한 감시기능이 충실히 작동했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 수상한 TJB대전방송 ‘무지개교실, 300일간의 행복실험’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는 지방의 다문화가정을 소재로 했다. 소외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사회적 관심의 손길이 닿았을 때 어떻게 변화해 나가는가를 1년여에 걸쳐 집중 조명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대안을 제시했다는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다.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으로 결정된 전남일보 ‘영산강 고대문화 600년 대탐사 ‘이제는 마한이다’’는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마한의 실체를 심층적으로 잘 정리해 문화기획 시리즈의 진수를 보여줬다.
전문보도 사진부문에서 수상한 CBS노컷뉴스의 ‘최루탄 국회’ 사진은 FTA 처리를 둘러싼 극명한 여야 간 국회 대치상황 속에서 김선동 의원의 최루탄 투척 장면을 극적으로 잡아냈다. 대부분의 신문사들이 이례적으로 노컷뉴스의 사진을 받아 1면에 인용보도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CBS는 방송매체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9년 용산철거민 사진보도로 한국기자상을 받은 데 이어 올해 사진부문에서 다시 수상한 것은 갈수록 매체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는 심사위원들의 코멘트가 있었음을 덧붙인다.
연합뉴스 주선양특파원으로 근무하다 취재 중 순직한 고 조계창 기자를 기리기 위해 작년부터 남북관련보도에 주어지는 조계창국제보도상은 출품작이 적어 심사위원들간 협의로 다른 부문에 출품한 대북관련 작품을 포함해 심사를 진행한 결과 MB정부의 남북비밀접촉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해 보도한 경향신문이 수상했다.
조계창 국제보도상은 앞으로 한국기자상과 병합해 심사하기보다는 연말에 별도로 출품을 받아 시상하는 쪽으로 개선되는 것이 더 의미 있겠다는 의견이 있었음을 차기 심사위원들과 기협집행부에 밝혀둔다.
끝으로 지난 2년간 이달의 기자상과 한국기자상 심사위원장을 맡으면서 동료, 선후배기자들이 혼과 열정으로 취재한 보도들을 심사하는 데 있어 혹시 부족함과 섭섭함이 있었다면 이는 전적으로 옥석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심사위원장의 능력부족에서 비롯됐음을 깊이 혜량하여 주실 것을 부탁드리며 새로 선임된 이효성 심사위원장께서 기자상을 더욱 더 권위있고 빛나게 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