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정치인과 진보성향 학자·지식인들의 출연 거부가 계속되자 종편 4사가 보도 및 토론 프로그램 제작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여당 및 보수 인사들만 섭외가 가능하다 보니 보도의 기본인 양적 균형조차 맞추기 힘들다는 게 핵심이다. 이것은 시청자들에게 ‘친정부 편파방송’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특히 총선 공간에서 후보 인터뷰는 물론 정당·후보자 토론회 개최도 불가능하다는 점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맥 빠진 총선보도로 반등의 기회를 잡기는커녕 그나마 있던 시청자들까지 놓치지 않을까 해서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당이 종편의 취재를 모두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보도자료, 기자회견, 취재편의 등은 타 언론과 다름없이 제공한다. 종편에 허용하지 않는 것은 인터뷰와 출연이다. 기자회견과 공개적인 회의장면을 찍어 내보내는 것은 막지 않지만 종편 인터뷰, 대담, 토론회 등에는 출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종편 출범 초기 의원총회에서 이 같은 방침을 정했고, 통합진보당은 조·중·동 취재거부 관례와 언론노조의 ‘종편 출연 거부 선언’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입장을 정했다. 종편으로선 뉴스 제작에 어려움이 따른다. 공개 기자회견 말고는 야당 대표나 대변인의 입장을 직접 들을 수 없다. 뉴스와이드나 대담 프로그램은 더 문제다. 야당 정치인을 전화로 연결할 수도 없고, 여야 정치인간의 토론 프로그램도 불가능하다.
채널A 한 관계자는 “일반 뉴스는 어떻게 한다지만 토론 프로에는 야당이 안 나오니까 시청자 입장에서는 왜 한쪽만 나오느냐고 불만을 표한다”며 “지금으로선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사회자가 반복해서 사정을 설명하거나 기자가 야당의 입장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보완하고는 있지만 고육지책일 뿐이다.
이에 대한 종편의 대응전략은 약한 고리부터 먼저 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당의 통제에서 일정 정도 벗어나 있는 총선 불출마 정치인이나 자치단체장을 섭외하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의 박상천 의원, 정장선 의원, 박준영 전남도지사 등이 JTBC, 채널A 등에 출연했다.
총선에서도 현역에서 물러난 일부 야당 정치인들이 종편과 관계를 맺을 것으로 보인다. TV조선 한 관계자는 “공천을 앞두고 야당 정치인들이 몸을 사리느라 종편 출연을 더 꺼린다”며 “총선이 끝나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전략은 인터뷰는 하지 않고 스케치만으로 특정 정치인을 취재하는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언론의 조명이 급한 정치인들은 당의 입장을 어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방식을 거부하기 힘들다. 실제 민주통합당 한 현역의원이 시장에서 유권자를 만나는 모습이 TV조선에 나간 후 대변인에게 종편에 나가도 되느냐는 문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출연 거부 강도는 종편에 따라 다르다. MBN에 가장 관대하고 TV조선에 가장 엄격하다. 민주통합당은 MBN에는 거의 문을 열었다. 당 대표, 사무총장, 원내대표 정도만 출연하지 않았고 이용섭 정책위의장,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두관 경남도지사 등은 출연했다는 게 MBN의 설명이다. 통합진보당도 MBN 출연 거부만은 상당히 아쉬워한다.
야당 출연 거부에 대한 종편의 입장은 일단 출연하고 편파성을 논하라는 것이다. JTBC 한 관계자는 “최소한 JTBC는 개국 후 편파성 시비에 휘말힌 적이 없다”며 “정상적인 보도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후 평가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