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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 저널리즘스쿨 '인기'

경향·조선·한겨레, 강좌 운영…"수익사업 치중" 우려도

양성희 기자  2012.02.22 14:5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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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문갑식 선임기자가 저널리즘 아카데미 수강생에게 ‘하드보일드 글쓰기’를 강의하고 있다. (조선일보 저널리즘아카데미 제공)  
 
기자 지망생 교육에 나선 신문사들이 늘고 있다. 1995년부터 한겨레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한겨레가 주도하던 이 시장에 지난해 5월 조선일보가 저널리즘아카데미를 출범시키며 뛰어들었다. 최근엔 경향신문이 정치의 해를 맞아 정치저널리즘스쿨을 열었다. 공교롭게도 세 회사가 선보이는 이번 시즌 강좌는 모두 21일에 개강했다.

현직 기자 생생한 강의가 인기비결
한겨레문화센터는 기자 지망생 사이에서 흔히 줄임말인 ‘한터’로 불리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중에서도 2004년 시작한 김창석 기자의 언론사 입사준비반은 지금까지 400명 이상의 합격자를 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는 3개의 반으로 나눠서 진행될 정도다.

김창석 기자는 “1994년 입사 당시 핵심역량을 준비하지 않은 채 기자 생활을 시작해 아쉬움이 많았다”며 “기자는 지식노동자로서 마땅한 사회적 구실을 해야 하기에 예비기자 교육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은 한겨레보다 기자 지망생 교육 사업에 늦게 뛰어든 만큼 차별화 전략을 펴고 있다. 21일 7번째 강좌를 여는 조선일보 저널리즘아카데미에선 최보식 선임기자, 문갑식 선임기자, 한현우 기자 등 5명의 기자가 번갈아가며 각자의 스타일에 맞게 글쓰기 수업을 운영한다.

과거 이라크전쟁, 아프가니스탄전쟁, 동일본 대지진 현장에서 활동했던 문갑식 선임기자의 수업명은 ‘하드보일드 글쓰기’다. 문화부 문학담당기자를 거쳐 파리에서 특파원 생활을 했던 김광일 논설위원은 ‘디테일과 감동’이란 주제로 강의했다. 조선일보 경영기획실 측은 “본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현직 기자가 하는 강의이기에 현장감이 녹아 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교육 영역을 좀 더 세분화해 커리큘럼을 짰다. 정치저널리즘스쿨이란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총선과 대선이 몰려 있는 올해를 맞아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를 비롯한 정치학자와 경향신문 정치부 기자 등 14명의 강사진이 정치와 저널리즘을 접목해 강의를 진행한다. 수강생 중 일부는 총선 때 경향신문 인턴기자로 활동하게 된다.

경향신문 문화사업팀 관계자는 정치 분야에 한정해 저널리즘스쿨을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기자는 사회현상과 맞닿아 있고 전문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다음 기수 커리큘럼은 그때의 시의성에 맞춰 국제 분야, 사회 분야로 구성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렇게 신문사들이 본격적으로 예비기자 교육에 뛰어들기 전에 기자 지망생은 한겨레문화센터뿐만 아니라 프레시안글쓰기학교,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글쓰기강좌 등을 통해 저널리즘 글쓰기를 배우곤 했다. 보다 체계적인 교육을 원하는 지망생은 2년 과정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에 등록하거나 6개월 과정의 프런티어저널리즘스쿨에 다니기도 했다. 신촌이나 신림동 등에 사설 아카데미도 있다.

“대학 언론교육 부실이 배경”
그러나 매년 수습기자 채용을 진행하는 신문사에서 소속기자들이 나서 저널리즘스쿨을 운영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은 그 배경으로 ‘대학 언론교육의 부실’을 꼽았다. 이 원장은 “학교에서 행하는 언론교육이 이론에 치우쳐 있다 보니 실무적인 도움을 주지 못해서 신문사까지 나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 김창석 기자도 역시 대학에서 실무교육을 담당하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김 기자는 “예비기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많아지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현직기자를 위한 교육 역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획일화된 글쓰기·비싼 수강료 지적도
신문사가 직접 기자 양성에 나선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 언론학 교수는 “사실상 신문사의 본래 목적은 좋은 신문을 만드는 것인데 자꾸만 수익성 사업, 홍보 사업에 기대려 하는 것은 문제”라고 전했다. 이어 “기사 작성법이나 인터뷰 기법은 입사 후에 배워도 충분하다”며 “그런 기술보다 인문사회학적인 소양을 기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 지망생인 이상무씨는 “글쓰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관점을 세우고 이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일관되게 끌어가는 능력이라 생각한다”며 “몇몇 신문사의 글쓰기 강좌를 통해 지망생 사이에서 획일적인 글 스타일이 양산되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지망생은 너무 비싼 수강료를 지적하기도 했다. “일부 기관의 경우 예비기자를 양성하는 것보다 수익을 창출하는 것에 더 열을 올리며 학원으로 전락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겨레문화센터 김창석 기자의 수업은 16회에 80만원, 조선일보 저널리즘아카데미는 8회에 40만원, 경향신문 정치저널리즘스쿨은 10회에 35만원이다. 강의 1회당 한겨레와 조선일보의 경우 5만원, 경향신문은 3만5천원인 셈이다.

기자 지망생 입장에서는 이후 응시할지도 모를 언론사의 교육과정을 들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도 느낀다. 여기에 이 같은 사교육비는 적잖은 부담이 된다는 게 예비기자들의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