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입자’라 불리는 ‘힉스’는 빅뱅 직후 사라졌는가. 아니면 지금도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가. 중앙일보와 연합뉴스 간에 힉스의 존재를 둘러싸고 오보 논쟁이 벌어졌다. 이 논쟁은 과학적 사실에 대한 상반된 견해와 외부칼럼 정정 여부 및 방법 등이 얽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발단은 중앙일보의 지난해 12월27일자 조현욱 객원기자 칼럼 ‘신의 입자 오보의 홍수’. 여기서 조 기자는 연합 2008년 9월10일자 ‘사상 최대 입자가속기 LHC 가동, 의미와 전망’ 기사의 힉스에 대한 설명 “빅뱅 직후 존재하다가 질량을 갖게 하는 특성을 다른 입자에 남기고 영원히 모습을 감췄다”는 ‘오보’라고 주장했다. 힉스에 대한 조 기자의 견해는 ‘힉스는 빅뱅 직후 나타나 지금도 우주를 가득 채우며 기본 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
중앙의 이런 주장에 연합은 발끈했다. 특히 기사를 쓴 이주영 기자는 중앙의 칼럼이 잘못됐다며 오보를 바로잡고 명예훼손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 기자는 조 기자를 거쳐 중앙 편집국과 논설위원실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기자는 한국물리학회 입자물리분과위원장인 남순건 경희대 교수와 CERN(유럽입자물리연구소) 연구에 참여 중인 서울시립대 박인규 교수 등의 의견을 통해 자신의 기사가 오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중앙 스스로 지난해 12월21일자 뉴스클립과 올해 2월6일 과학전문기자의 기사에서 자신의 기사와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앙 2월6일 기사는 “힉스입자는 우주대폭발(빅뱅) 때 잠시 만들어졌다가 금방 사라져 버린 입자”라며 이 기자와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반면 중앙은 올해 1월4일자 한겨레 기사와 지난해 12월14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박인규 교수 칼럼을 근거로 조 기자의 칼럼을 옹호했다. 한겨레 기사도 박인규 교수가 도움말을 한 것으로 표기돼 있다.
그러나 본보와의 통화에서 박 교수는 “한겨레 기사는 자신이 감수하기 전의 내용이 나간 것”이라며 오히려 이 기자의 기사를 옹호했다. 중앙이 내세운 근거 두 가지를 당사자인 박 교수가 부인한 것이다.
중앙은 칼럼의 오류 여부와 별도로 외부칼럼리스트인 조 기자가 인정하지 않는 상태에서 정정이나 사과를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외부칼럼을 정정하는 사례도 없다고 주장한다. 대신에 이 기자의 기사를 지지하는 전문가의 칼럼을 받아오면 실어주겠다고 밝혔다.
박인규 교수는 “학계에서도 이번 논란이 더러 회자됐다”며 “힉스입자와 힉스장에 대한 기본적인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남순건 교수는 “이 기자의 기사가 오보가 아니라는 데 학계에서는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