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두 사람은 편집국장에 나란히 취임했다. 취임 9개월을 맞이한 그들은 언론계에서 화제다. 이대근 편집국장 이후 경향은 파격적인 지면으로 주목받았다. 이충재 국장이 선장으로 나선 한국은 과거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는 평이다. 편집국을 진두지휘하는 두 명의 편집국장, 자사지면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았다.<이대근의 경향, 왜 특별하나>이대근 편집국장 체제의 경향신문이 보여주는 1면은 특별하다. 지난해 경향신문 65주년을 맞이한 지면에는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을 전면에 게재(10월6일)했고, ‘나는 꼼수다’ 지지를 철회한 삼국카페의 성명을 게재(2월7일)하는 등 파격적인 1면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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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열린 ‘경향신문 팔로워, 이대근을 만나다’ 간담회. (경향신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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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미 FTA가 통과된 다음날 법안에 찬성한 의원 151명의 명단(11월24일)을 1면으로 올린 것은 큰 화제가 됐다. 트위터에서는 FTA 찬성의원 명단 기사가 1385회 리트윗(재인용)이 됐다. 오프라인에서도 독자들의 요청으로 신문을 무료 배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물론 “신문답지 않다”, “언론의 정도가 아니다”는 비판도 나왔다.
15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에서 열린 ‘경향신문 팔로워, 이대근을 만나다’ 간담회에서 이 국장은 이 같은 1면을 만드는 원칙을 소개했다.
“매일 부장단 회의에서 강조합니다. 제가 1면을 만드는 원칙은 그날 일어난 뉴스 가운데 중요한 것을 1면에 쓰는 게 아니라 1면에 나옴으로써 중요한 사안이 될 자격을 얻는 것이라고요. 우리 시대의 정신, 논쟁을 촉발시켜서 이 문제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지난해 12월, 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10대가 아프다’ 기획기사. 기사를 본 고등학생 송도형군(가명)은 류인하 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이는 1면(1월7일) 머리기사로 실렸다. “친구들, 직장동료에게 들은 이야기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담기 위해 고민합니다. 세상의 조각에 불과할수 있는 것도 1면에 실리면 생각해볼 거리가 됩니다.”
이 국장은 마르셸 뒤샹의 작품 ‘샘’을 예로 들었다. “변기라는 오브제가 사람의 가공 없이도 미술관에 있으면 그 자체로 작품이 되는 겁니다. 다른 신문의 1단짜리 기사를 경향이 올리는 순간 사람들이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경향 1면은 모두가 작품이다.’ 이런 자부심으로 만드는 거죠.”
그는 ‘경향’이 진보와 보수로부터 존경받는 ‘신문’이 되겠다고 밝혔다. “경향은 고유명사이고, 신문은 보통명사이죠. 경향을 통해 신문의 보편성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사람들에게 ‘신문’이 각인되었을 때 그것이 진정한 언론입니다.”
이날 간담회는 경향신문 인터랙티브팀이 트위터 팔로어(구독자) 10만 명 돌파(중앙일간지 1위)를 앞두고 마련했다. 이날 간담회는 트위터로 생중계됐다.
<이충재의 한국, 왜 강해졌나>이충재 편집국장 체제의 한국일보는 강해졌다. ‘팩트’는 매서워졌고, ‘기획’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최태원 회장 형제 선물투자 손실 SK그룹 보전 의혹 수사’(11월13일) 특종을 비롯해 ‘나는 꼼수다’의 김어준씨와의 단독 인터뷰(2월3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특히 ‘최시중 방통위원장 측근 억대 수뢰 혐의’(1월3일) 보도는 최 위원장 사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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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이충재 편집국장이 지난 17일 오전 부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원성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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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기획 ‘우리시대의 고졸 시리즈’로 고졸 열풍을 주도했다. 올해에는 ‘위기의 시대, 지성과의 대화’를 통해 세계적 석학과,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체제를 진단하고 있다. 기자 5인 이상이 참여하는 집단대담 ‘100℃인터뷰’에는 소설가 황석영, 공지영씨, 박경신 방통심의위원이, ‘서화숙의 만남’(선임기자)에는 “정치검찰이 부끄럽다”며 사표를 던진 백혜련 검사 등 시의성 있는 인터뷰로 눈길을 끌었다.
내부에서도 긍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일보의 존재감과 힘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 언론계 평가와 취재원들의 시선도 우호적이다. 편집국 안팎에서도 일할 맛이 난다고 말한다. 이충재 편집국장의 분발과 노고에 힘입은 바 크다.” (민주언론실천위원회 2월 소식지 중)
이런 평가에 이충재 국장은 “기자들이 열심히 뛰어준 덕분”이라며 공을 돌리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단언했다. 이 국장은 새벽 5시에 일어나 오전 10시30분 부장단 회의까지 중앙일간지 등 기사를 취합해 자사지면을 평가한다. 이후 각 부서의 보고를 취합하고 지면 계획과 아이디어를 낸다. 회의 때 미흡한 점이 있으면 부장단에 질타를 쏟아낸다.
이 때문에 내부에서는 “국장이 독재한다”며 볼멘소리도 나온다. 헌신성과 업무장악력은 인정하지만 편집국 운영이 전제적이라는 것이다. 각 부 지면안의 사소한 것까지 지나치게 지시하고 간섭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국장의 추진력이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국장도 이런 비판에 수긍한다. “애들이 저한테 질질 끌려 다니죠(웃음). 저도 비판이 있는 거 압니다. 그런데 왜 독재가 되는지 생각해 봐야 됩니다. 창의적인 생각이 밑에서 올라와야 되는데 그렇게 안 되니 제가 지시할 수밖에 없어요. 결국 일선기자들이 더 뛰는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회사의 지원도 뒷받침돼야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