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법이 진통 끝에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가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방송광고 독점판매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린 지 3년여 만에 입법 공백 상태는 해소됐다. 그러나 종합편성채널의 미디어렙 위탁 시점과 민영 미디어렙 최대 소유 지분 등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시행령과 고시 제정 등 후속 조치들이 남아 있고, ‘총선 후 재개정’ 요구도 높아 미디어렙법을 둘러싼 공방은 계속 될 전망이다.
이번에 처리된 미디어렙법은 ‘1공영 다민영’ 체제를 골격으로 한다. 민영 미디어렙의 도입으로 코바코 독점 체제는 31년 만에 깨지고 8조원 규모의 방송광고 시장은 일대 경쟁 체제로 진입하게 됐다. 코바코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라는 공영 렙으로 전환돼 KBS, MBC, EBS의 광고 판매를 대행하게 된다. 종편의 미디어렙 위탁 시점은 승인일로부터 3년간 유예됐다. 이에 따르면 TV조선과 jTBC는 2014년 3월, 채널A는 2014년 4월, MBN은 2014년 5월 이후부터 미디어렙에 광고 판매를 위탁해야 한다. 민영 미디어렙의 1인 소유 지분은 최대 40%까지 허용되며 지주회사 출자는 금지됐다.
최대 수혜자는 SBS와 종편 미디어렙법의 최대 수혜자는 SBS와 종편으로 꼽힌다. 민영 미디어렙 지분이 40%까지 허용돼 사실상 자사 렙을 소유할 수 있게 됐다. SBS의 경우 지주회사 출자가 금지됐지만 최대 6개월 동안 미디어크리에이트를 통한 직접 영업이 가능하다. 종편 역시 향후 약 2년간 직접 영업을 보장받게 됐다. 미디어렙법을 두고 ‘SBS·종편 특혜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MBC는 울상이다. 미디어렙법에 대해 ‘MBC 차별법’이라고 반발하며 독자 미디어렙 출범을 선언했던 MBC는 이번 법안 통과로 KBS, EBS와 함께 공영 렙에 포함되게 됐다. MBC는 법안이 통과된 9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미디어렙법이 오히려 자유로운 경쟁을 막고 광고시장 왜곡에 앞장서면서 또 다른 위헌소지를 안게 된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MBC는 향후 법 개정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민주통합당은 9일 본회의에 제출한 수정안에서 MBC를 공영 렙에 포함시키되 2년 뒤 공·민영 선택권을 부여하도록 했다. 19대 국회에서 이 같은 내용으로 개정이 추진될 경우 MBC로서는 자사 렙 설립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 경우 MBC 민영화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씨는 여전히 남을 전망이다.
지상파와 중소방송 갈등 예고 입법 처리 지연으로 1월 한 달간 광고 매출 급감을 경험한 종교방송과 지역방송사들은 일단 한숨을 돌렸다. 박원식 종교방송협의회 간사는 “중소방송사들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미디어렙법 제20조는 최근 5년간 지상파 방송광고 매출액 중 중소·지역방송에 결합판매된 평균 비율 이상으로 결합판매를 지원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결합판매 비율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 향후 비율 산정 등을 놓고 지상파 3사와 중소·지역방송사 간에 갈등이 예상된다. 이영만 언론노조 대전방송 지부장은 “중소방송에 대한 안정적인 지원이라는 여야의 합의 정신이 보다 정확하고 투명한 개념으로 규정될 필요가 있다”며 “방통위는 매체별 결합 판매 비율과 사업자가 준수해야 할 비율을 고시해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재개정 투쟁 ‘선 입법 후 개정’을 주장해왔던 언론노조는 즉각 재개정 투쟁을 선언했다. 민주통합당 역시 총선 후 원구성이 끝나는 대로 미디어렙 개정 작업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핵심은 ‘종편 특혜’ 철폐와 민영 미디어렙의 최대 소유 지분율이 될 전망이다. 이들은 특정 방송사의 과도한 지배력 행사를 방지하기 위해 1인 최대 지분율을 20% 미만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언론노조는 “미디어렙법 개정 투쟁은 MB정권과 새누리당에 의해 유린된 언론 공공성을 온전히 회복하는 투쟁에 다름 아니”라며 “MB정권·새누리당 심판, 종편 청문회·최시중 청문회 개최, 종편 특혜 폐지, 언론악법 개정 등을 반드시 쟁취해 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