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 노조)가 주최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초청 공개 강연회가 사측과의 충돌 없이 끝났다. 당초 KBS측은 김진숙 위원이 ‘외부인’이라는 이유 등을 내세우며 원천 봉쇄에 나서 노조와의 충돌이 예상됐으나, 하루 만에 태도를 바꾸고 물러나면서 더 이상의 잡음은 발생하지 않았다.
KBS본부는 10일 낮 12시 여의도 신관 라디오 공개홀에서 김진숙 위원의 공개 강연회를 진행했다. 그러나 강연을 하루 앞두고 사측이 불허 방침을 밝히면서 노사가 갈등을 빚었다. KBS측은 노조에 보낸 공문과 사내 인트라넷 코비스를 통해 김 위원이 ‘외부인’이며 ‘일방적으로 회사의 시설관리권을 침해했다’는 점 등을 들어 불허 방침을 통보했다.
이에 노조가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으로 장소를 변경하자 KBS측은 9일 저녁 본관 정문 계단 앞에 버스로 ‘차벽’을 세워 입구를 원천 봉쇄했다. KBS본부는 즉각 성명을 내어 “평화적인 강연회를 차벽을 쌓고 청경들을 동원해 난장판으로 만든 다음 ‘새 노조는 폭력세력이다’는 어거지를 부리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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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10일 여의도 KBS 신관 라디오 공개홀에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초청 공개 강연회를 진행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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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성명에서 “언론노조 KBS본부는 민주노총 산하고, 김진숙 씨는 민주노총의 지도위원”이라며 “김진숙 씨는 외부인이 아니라 상급단체의 조합원”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김진숙 위원이 외부인사라는 주장 속에는 그가 ‘불순세력’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을 것”이라며 “권력의 낙하산으로 KBS를 접수한 김인규 사장과 그의 추종세력의 눈으로 보면 김진숙 씨가 불순세력이겠지만, 그는 생존권을 박탈당한 한진 중공업 노동자들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크레인에 올라간 바보 같은 한 노동자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사의 시설관리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단협에 따라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강연장 사용을 요청했으나, 사측은 ‘공사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는 시기’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이를 묵살해버렸다”면서 “어떻게 방송민주화의 피땀이 서린 민주광장에서 열리는 평화로운 강연회를 시설관리권 운운하며 막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결국 KBS측은 10일 오전 본관 앞을 가로막고 있던 차벽을 철수시키고, 당초 예정대로 라디오 공개홀에서 강연회를 진행하는 것을 승인했다. 강연을 앞두고 일어난 해프닝에 대해 김진숙 위원은 “김인규 사장이 거하게 환영해 준다고 해서 방탄복을 입고 왔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날 강연은 KBS본부가 2010년 7월 파업 당시 김 위원의 초청 강연회를 진행한 것이 인연이 되어 마련됐다. 김 위원은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위에서 벌였던 309일간의 고공농성에 대한 소회를 풀어놓았다. 그는 ‘트위터의 위력’과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라는 구호를 강조하며 “웃으면서 해야 함께 할 수 있고, 함께 해야 끝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KBS를 향한 격려와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 위원은 고공 농성 당시 부산 영도를 찾았던 KBS 조합원들과 ‘추적60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며 “보도가 안 되더라도 취재하려고 하고, 와서 관심을 가지며 과정을 지켜봐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전 이곳(KBS)을 다녀가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참언론인이라면 굽히지 않는 소신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