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위원회(중재위)의 조정신청제도를 둘러싸고 기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중재위원들이 피해구제율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 보니 무리한 조정을 시도한다는 것부터 짧은 조정기간으로 인해 방어권 보장에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재위 조정신청 처리현황을 살펴보면 2009년부터 신청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2009년 7월 개정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이 일부 개정되면서 인터넷신문 등에 대한 조정신청이 급증한 탓이다.
중재위 조정신청 가운데 기각이나 각하의 비율은 5%대인 반면 피해구제율은 대체로 70% 이상으로 높다. 법정소송보다는 1순위로 중재위에 ‘묻지마 조정’을 시도하는 경우가 늘어나 실제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 중재위원은 법원과 검찰, 국가인권위원회가 모두 문제가 없다고 결정한 모 방송사의 ‘인권침해 의혹 복지시설’의 동영상에 대해 “방송사 보도국이 다시는 쓰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편지를 한 통 써주는 것으로 합의하자”고 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자는 “언론중재의 자그마한 합의가 이해당사자들에게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중재위 성과만 챙기려는 의도로 오해될 수 있다”고 밝혔다.
언론사 사회부 데스크들은 소송에서는 기각될 만한 사건임에도 일단 중재위 신청을 하고 정정보도 등의 조정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사에서 사소한 부분을 빌미로 조정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중재위에서 직권조정을 결정할 경우 해당 언론사는 이의신청을 통해 이를 소송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중앙일간지 사회부 한 데스크는 “중재위원들이 사건의 본질적인 부분이 아니거나 사실관계에서 전혀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반론이나 정정보도를 하면 어떻겠느냐면서 조정을 하려고 한다”며 “일방의 편을 들기 어려워 중간에서 조정을 시도하는 것은 언론사나 중재를 건 당사자 모두에게 불만족스럽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14일이라는 짧은 조정시간으로 인해 방어권 보장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방송사 법무팀 한 변호사는 “한 주에 3~4건의 사건이 있어서 그것만 쫓아다니는 경우도 있다”며 “자료를 보내고 나면 일주일 만에 기일이 잡힌다. 실제 답변서를 준비할 기한은 4~5일 밖에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재위 홍보팀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언론사에 증거확보를 많이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일하는 기자들이 부담감을 느끼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언론사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보다는 당사자 간의 조정으로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게 바로 중재위의 목표”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