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정강․정책에서 ‘보수’란 용어를 삭제하는 논의를 벌인 것에 대해 대표적 보수신문인 동아일보.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평가가 엇갈렸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6일 사설에서 ‘얄팍한 기회주의’, ‘못난 짓’ 등의 표현을 써가며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같은 날 사설에서 비대위에 ‘특정 이데올로기를 넘어서는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며 “정강정책의 큰 방향은 제대로 잡혔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동아와 조선이 ‘보수의 가치’ 사수를 주장했다면 중앙은 ‘보수의 가치’를 뛰어넘는 변화를 강조한 것이다.
동아는 ‘한나라당은 민주당화, 민주당은 민노당화’라는 사설에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와 법치로 압축되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것이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견지한 보수의 참뜻 아닌가”라며 “한나라당은 이것을 버리자는 것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동아는 “보수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이데올로기를 의미한다면 변종 공산주의 세습왕조체제인 북한과 대치하는 우리로서는 이 말을 더더구나 버려선 안 된다”고 ‘보수’ 사수를 주장했다.
조선은 사설 ‘한나라, 보수가 무슨 뜻인지나 알고 정강에서 빼나’에서 “비대위원들이 한나라당보고 ‘보수’ 간판을 내리라는 건 비대위원 스스로가 ‘보수’를 ‘진보’보다 열등한 가치로 여기는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며 “보수의 핵심가치는 무엇이고, 그것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부터 깨달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중앙은 ‘이념 틀 벗어난 범국민 정당 필요하다’는 사설에서 양극화 심화를 중심으로 한 ‘사회통합의 결여’를 한나라당 위기의 근본 배경으로 지적하며 “한나라당의 변신은 ‘보수’라는 단어는 물론 특정 이데올로기를 뛰어넘는 변화와 혁신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인식에서 중앙은 비대위가 내놓은 남북문제의 유연한 기조, 공정경쟁과 경제정의, 복지의 강화 등을 올바른 궤도수정으로 평가했다.
‘보수’라는 용어 삭제에 대한 입장 차이는 정당이 이념을 가져야 하느냐에 대한 각 신문의 관점 차이에서 비롯됐다. 동아와 조선은 당명에까지 ‘보수’라는 용어를 넣은 영국 보수당의 예를 들며 한나라당이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 조선은 “영국 보수당은 노동계급의 생활개선과 복지증진 같은 사회개혁이 필요할 땐 노동당 정책도 과감히 받아들였다. 그렇다고 해서 당명에서 ‘보수’를 빼는 못난 짓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앙은 이와는 완전히 다른 입장을 보였다. 특정 이념을 가진 정당은 산업화시대의 정당이고 탈산업화시대의 정당은 대중정당, 범국민정당이어야 한다는 것. 심지어 중앙은 “특정 계급이나 계층을 대변하는 정당은 공당이 아니라 이익집단”이라는 말로 ‘보수’ 삭제의 정당성을 뒷받침했다.
중앙은 “현대 정당정치는 이념의 좁은 틀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며 “수권을 자임하는 공당이라면 가능한 한 많은 국민을 대변하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