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 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 문방위 전체회의가 파행을 겪고 있다. 미디어렙법이 지난 1일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면서 이변이 없는 한 5일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한나라당이 수신료 인상안과의 연계 처리를 요구하면서 미디어렙법 입법이 좌초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문방위 전체회의는 당초 이날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아 회의는 2시간 가까이 지연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별도 회의실에 모여 수신료 인상안 처리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오전 11시 57분이 되어서야 개회가 선언됐지만, 이후 두 시간 동안 수신료 인상안을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이 이어지며 미디어렙법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수신료 발언을 먼저 꺼낸 것은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이었다. 심 의원은 개회 직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수신료 인상안을 의제로 올릴 것을 제안했다. 심 의원은 “미디어렙법은 전체 광고시장과 연계되고 KBS 수신료와도 직결돼 있다”며 “2월 임시국회 처리를 목표로 KBS 공영성 강화를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해 수신료 인상안과 KBS 지배구조 개선 및 수신료 산정위원회 구성 등을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전재희 문방위원장은 국회법 제71조에 근거해 안건을 상정했고, 민주통합당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이들은 “미디어렙법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불쑥 수신료 인상안을 꺼내든 것은 온당치 않다”며 “여야 간사 간 합의되지 않은 안건을 일방적으로 상정하는 것은 수신료 인상안을 날치기 처리하겠다는 의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전혜숙 민주통합당 의원은 “미디어렙 법안을 통과시키고 수신료 논의해도 늦지 않은데 한나라당이 국회 파행으로 몰고 가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안규백 의원은 “누가 봐도 위원장과 여당이 짜고 친 고스톱”이라며 “양당 간사가 협의하고 심재철 의원은 중진의원으로서 안건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수신료와의 연계 처리는 없다”던 한나라당이 불과 1주일 만에 말을 바꿨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은 “안형환 의원이 수신료 연계는 있을 수 없다고 얘기했다”면서 “그런데 수신료 인상안을 날치기 상정했다. 이것도 미디어렙법을 볼모로 기습 상정한 것과 다름없다. 그러면 이제까지 수신료 문제와 미디어렙법은 다르다고 주장했던 것은 도대체 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미디어렙법이 처리 되지 않아야 한다거나 수신료가 인상되지 않으면 미디어렙법 처리는 안 된다고 주장한 적은 없다”고 맞섰다. 그러면서도 “미디어렙과 수신료 문제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며 수신료 인상안 논의를 거듭 요구했다.
이처럼 여야 의원들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회의는 두 시간 동안 파행을 빚었다. 결국 전재희 위원장은 오후 1시 50분에 정회를 선언했다. 이후 회의는 오후 3시 30분에 속개될 예정이었으나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면서 정회를 거듭, 오후 10시에 다시 열기로 했다.
한편 이날 문방위 전체회의 파행을 두고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책임을 묻고 나섰다. 언론연대는 5일 논평을 내고 “미디어렙법안 입법을 무산시키기 위해 한나라당이 수신료 인상 연계 카드를 꺼내들었다”며 “‘KBS한테 등 돌리고 우리가 어떻게 총선을 치르겠냐’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사주 없이는 막판에 한나라당이 이런 식의 깽판을 치는 걸 상상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언론연대는 “미디어렙법안 입법이 무산될 경우 그 책임은 온전히 한나라당이 져야 한다”면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수신료 인상 연계를 철회하고 미디어렙법안을 처리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