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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최상재 전 언론노조 위원장(아랫줄 왼쪽 네번째)이 서울 목동 SBS 사옥 1층 로비에서 대기발령 철회를 요구하는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언론노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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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였다는 26일, 최상재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서울 목동 SBS 사옥 1층 로비에서 무기한 점심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그는 미디어법 총파업 건에 대한 법원의 2심 유죄 판결을 이유로 취해진 사측의 대기발령을 철회하라는 요구를 내걸었다.
언론노조는 물론 SBS노조, SBS 사원들도 최 전 위원장 대기발령에 술렁이고 있다. ‘최상재’라는 인물이 언론노동운동계와 SBS에서 차지하는 상징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최 전 위원장은 2004년 SBS 노조위원장에 취임해 SBS의 숙원이었던 재허가 성사에 큰 몫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SBS 노조가 앞장서서 지상파 방송사로서 공공성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정부는 물론 언론노조 안에서조차 적지 않았던 재허가 반대 여론을 설득하는 역할을 했다. 이듬해에는 SBS노조의 언론노조 산별 가입을 이뤄냈다. KBS와 MBC노조가 사실상 주도했던 언론노동운동에 SBS가 ‘3강(强)’으로 등장한 순간이었다.
2007년 언론노조가 회계부정 사건으로 치명타를 입었을 때는 구원투수로 나서 위기를 수습했다. 이준안 당시 위원장의 재신임 부결로 공석이 된 위원장직을 이어받으면서 흐트러진 조직을 추슬렀다. 또한 정권교체기를 맞아 미디어법 파동, 방송사 낙하산 사장 논란 등 이명박 정부 이후 벌어진 각종 언론계 현안에서 저항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한때 민주노총 위원장 하마평에 올랐을 정도로 노동운동 전반에서도 주목받는 인물이 됐다. 최근에는 총선 출마에 대한 주변의 권유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SBS 안팎에는 최 위원장 대기발령 조치의 배경에 의문의 꼬리표를 달고 있다. SBS에 기여한 바도 크고 한 언론사를 넘어서 전국구 차원의 인물이 된 최 전 위원장에게 굳이 이 시점에서 ‘평지풍파’를 일으킬 제재를 가한 의도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대기발령 조치가 개인에게 주는 불이익도 상당하다. 기약이 없는 대법원 확정 전까지 대기발령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에 신분 불안이 크다. 대법원에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해고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SBS 사규 상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사원은 기본급만 지급받는다. SBS는 전체 연봉에서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불과해 대기발령자는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게 된다. 이 같이 가혹한 형벌인데다가 개인 비리 등 ‘죄질’이 나쁜 경우 이외에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도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SBS 측은 대기발령 조치는 인사 원칙일 뿐 어떠한 확대 해석도 온당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형사 기소된 사원을 사규대로 처리했을 뿐 특별한 의도는 없다는 게 일관된 설명이다.
광고판매대행사인 ‘미디어크리에이트’ 설립 등 종편 출범 이후 ‘시계 제로’에 돌입한 미디어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SBS가 정부에 ‘성의 표시’를 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정권 말기에 SBS가 얻을 실익이 불투명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다.
이에 따라 SBS 내에서는 윤석민 부회장의 경영 일선 등장 이후 악화일로인 노사관계가 이번 사태의 배경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SBS노조는 지주회사 SBS홀딩스의 설립과 윤 부회장의 경영 승계, 홀딩스 렙을 통한 광고 판매 등에 계속 제동을 걸어 왔다. 이 과정에서 쌓인 노조에 대한 불만이 최근 노조 간부 출신 사원에 대한 연수 탈락, 인사 불이익 논란 등으로 나타나더니 급기야 최 전 위원장에게까지 화살이 날아갔다는 주장이다.
최근 진행 중인 임금협상에서도 노사는 현격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회사가 한차례 철회했던 전 사원 연봉제를 재론하고 나서자 노조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측이 노조를 제압하는 전술로서 최 전 위원장 제재를 들고 나왔다는 해석이다.
윤 부회장은 노조와 밀고당기기에 능했던 부친 윤세영 회장과 달리 원칙론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사주를 존중하고 협조해야 한다는 노사관이 확고해 쉽사리 물러서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 전 위원장은 이날 단식에 들어가면서 SBS노조 조합원들에게 쓴 편지에서 “회사가 이런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저에 대한 불이익을 본보기로 급여제도, 지주회사, 미디어렙 등 회사의 일방통행을 견제해 온 노동조합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