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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처 편의주의 깨야 '특종' 나온다

일간지 부진속 주간지 선전…출입처 제도 개선 움직임

원성윤 기자  2011.12.28 14:4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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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간지 10년차 A기자는 올해 화제의 기사를 떠올려보니 한숨이 나왔다. 일간지들이 타 매체에 비해 밀려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2000년 넘어오면서 황우석의 줄기세포 조작, 스폰서 검사 논란 등 ‘PD수첩’과 같은 ‘PD저널리즘’에 주도권을 넘겨줬어요. 올해 내곡동 MB사저, 부산저축은행, 신재민 전 차관의 스폰서 논란 등 특종들은 시사주간지에서 나온 것들이에요. 이게 일간지 현 주소구나 싶어요.”

올해 인구에 회자됐던 보도들은 신문·방송 기성매체들이 아닌 주간지 등에서 나왔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뉴스가 쏟아졌다. 오마이뉴스는 안철수 서울대 교수를 단독으로 인터뷰하며 안철수 현상에 불을 지폈고,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매입 논란은 주간지들의 특종 속에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단체로 소위 ‘물’을 먹었다.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가 제기한 선관위 홈페이지 공격 등은 음모설로 치부되었으나 이내 사실로 밝혀졌다. 기존 매체들의 검증 기능에 구멍이 난 셈이었다.

“출입처 바깥의 문제 반영해야”
올해 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부문 수상작들 가운데 주간지의 선전은 도드라진다. 일간지들이 이처럼 부진을 면치 못한데 대한 여러 가지 분석이 있지만 출입처 시스템을 개선해야 된다는 목소리로 집약된다.

기자실에 상주하면서 발생하는 사실로 다음날 조간신문의 기사들을 채우는 현 시스템으로는 출입처 바깥에서 발생하는 목소리를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는 위기감이 기자들 사이에 도사리고 있다.

당장은 신문제작과 취재의 어려움 때문에 출입처 제도 개선은 쉽지 않은 문제다. 일간지 32면을 메울 수 있는 기사들의 대부분은 출입처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정한 출입처 없이 ‘멘 땅에 헤딩’ 하듯 처음부터 파헤쳐야 하는 주간지 파견을 꺼려하는 게 대부분 기자들의 속내다. 한 언론사에서 상시적으로 출입하는 기자와 다른 기자가 복수로 출입처를 등록하는데 대한 타언론사의 반감도 있다. 정부부처의 경우 출입처 기자가 아닌 기자에게는 취재를 기피하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크다.

이충재 한국일보 편집국장은 “출입처의 제공정보와 논리에 순응하게 되는 출입처 편의주의에 매몰되게 되면 좋은 기사가 나오기 어렵다”며 “출입처가 없는 취재현장에 던져졌을 때 좋은 제보자로부터 큰 스트레이트 기사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주간지 같은 긴 호흡으로”
한겨레신문은 지난 2006년에 시도한 출입처제도 개선안과 같은 방안을 고민 중이다. 당시 한겨레는 어젠더 팀을 만들어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부서 인력들을 모아 출입처에 메인 기자들이 생산하지 못하는 심층기획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여기에 시민사회 영역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현장의 목소리가 커진 취재환경을 지면에 담아내야 하는 것도 당면한 과제다. 5년 전 보다 고려해야 하는 변수들이 늘어난 셈이다.

한겨레는 새해에 토요일자 신문을 개편과 더불어 출입처 제도를 소폭 손질할 계획이다. 현재 온·오프라인 통합뉴스룸 구축을 위한 연구팀도 꾸려졌다. 취재동선 손질을 통해 콘텐츠를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박찬수 한겨레 편집국장은 “현재는 PC보다 스마트 폰을 통한 뉴스 소비가 더 많아질 정도로 종이신문은 위기다. 조직개편은 시급한 과제”라며 “단기간에 성과가 없더라도 일부 기자들을 출입처에서 분리해 내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