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법의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여야는 최근 미디어렙법 입법을 위한 6인 소위와 여야 원내 수석부대표간 협상을 통해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으나 27일 민주통합당 의원총회에서 합의안이 사실상 부결됐다. 이런 가운데 SBS에 이어 MBC까지 자사 렙 설립을 선언하면서 방송광고 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여야가 마련한 잠정 합의안은 ‘1공영(KBS·EBS·MBC) 다민영’ 체제에 종편의 미디어렙 의무위탁 2년 유예, 1인 소유 지분 40% 제한 등을 골자로 한다. 지주회사의 미디어렙 출자와 크로스미디어 판매는 허용치 않기로 했다.
당초 ‘종편의 미디어렙 의무 위탁, 민영 미디어렙의 방송사 소유 지분 20% 이하’ 방침을 밝혀왔던 민주통합당이 법안의 연내 처리를 위해 한나라당의 안을 대부분 수용하자 ‘졸속 합의’, ‘야합’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27일 민주통합당 의총에서도 일부 의원과 최고위원들의 반발에 밀려 협상안 추인은 부결됐다.
국회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는 틈을 타 MBC는 독자 미디어렙 설립을 공식 선언하고 나섰다. MBC는 26일 “MBC는 수신료를 받지 않고 대부분 광고로만 운영되는 방송사로 공영 미디어렙에 지정되기보다 독자 미디어렙을 통해 자율적인 영업 활동을 보장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1공영 1민영’ 체제에 동의해왔던 MBC노조도 MBC를 공영 렙으로 포함시키는 ‘1공영 다민영’ 안에 대해서는 “MBC 죽이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SBS에 이어 MBC까지 광고 독자 영업에 뛰어들면서 언론·시민사회는 예기치 못한 혼란에 빠졌다. ‘종편의 미디어렙 의무 위탁’ 등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언론노조는 26일 서둘러 성명을 내고 “언론계에 미디어렙법의 입법 지연이 가져올 총체적인 파국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연내 입법을 최우선하라”고 촉구했다. “종편의 유예 없는 미디어렙 의무 위탁”을 주장하며 ‘총선 후 재논의’ 입장을 밝혀온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정동영, 최민희 최고위원 등 민주통합당 내 일부 세력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27일 논평에서 이들을 “무책임한 인사”라며 “종편에 대한 ‘백지 위임장’보다 ‘2년 유예’가 낫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 내 반대 세력이 만만치 않고 한나라당의 태도도 강경해 29일부터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미디어렙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때문에 28일 민주통합당의 의총 재소집 여부가 미디어렙법의 연내 처리를 가늠할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장지호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28일 민주통합당 의총이 다시 열린다면 29일까지 문방위를 통과해 30일 국회 본회의 처리가 가능하다”며 “해를 넘기면 입법 논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