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내곡동' 기자상 심사 유감

[기고] 이오성 시사IN 지회장

이오성 시사IN 지회장  2011.12.21 15:47:51

기사프린트



   
 
  ▲ 이오성 시사IN 지회장  
 
제254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에 대한 반론


제254회 이달의 기자상에 ‘시사저널’의 ‘단독 공개, 퇴임 이후 MB 사저’가 선정되었다. ‘시사IN’ 역시 같은 시기에 같은 주제로 ‘MB 아들, 내곡동에 50억대 집 샀다’라는 기사를 내보냈기에 이번 심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어느 한 쪽이 반발할 것이 뻔한데 왜 심사위원회가 한 쪽 매체에만 상을 줬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수상작 결정은 심사위원회의 고유 권한이라 이해하려 했다. 그러나 이후에 나온 심사평을 본 순간, 기록 차원에서라도 이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심사평에 따르면 이번 심사에서 큰 잣대는 두 가지였다. 시점과 내용. 심사위원회는 시사저널의 인터넷 공개 시점이 한 발 빨랐다는 점, 그리고 내곡동 땅이 퇴임 후 MB의 사저용이었음을 밝혔다는 점에서 시사저널의 기사가 ‘완성도가 높았다’라고 평했다.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첫째, 주간지 보도 시스템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매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시사주간지 마감은 금요일이다. 금요일 밤에 마감이 끝나서 토요일부터 잡지가 인쇄되어 나오기 시작한다. 시사주간지의 보도 시점은 곧 발행시점과 맞물려 있다.

특정 매체가 자기 기사를 인터넷에 먼저 공개하느냐 여부는 해당 매체의 전술적 판단일 뿐, 그 기사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기자협회에 묻는다.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사안이 생긴다면 인터넷 공개 시점을 주요한 척도로 삼을 것인가. 오프라인 매체 발행이 시점이 똑같더라도 인터넷 공개 시점에 따라 평가를 달리할 것인가. 기자협회 심사위원회는 이번에 중요한 ‘전례’를 남겼다.

둘째, 내곡동 땅이 ‘퇴임 후 MB 사저’라는 것은 ‘지금까지의 팩트’일 뿐이다. 대체 어떤 용도인지, 누가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등 여러 의혹이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 발표와 맞아떨어졌다는 점이 ‘높은 완성도’의 척도라는 판단은 안이하다. 또는 미심쩍다. 심사위원회는 청와대 발표로 의혹이 해소되었다고 믿는 것일까. 청와대 발표에 손을 들어준 위원회의 판단은 권력 감시가 본분인 일선 기자의 의욕을 꺾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공적서 부분도 석연치 않다. 심사위원회 측은 “고의가 아니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공적서에 기사 게재시점을 일주일 앞당겨 표기하고도 스스로 조기에 바로잡지 않은 것도 감점의 요인이 됐다”라고 했다. 공적서는 출품 기사의 취재 경위, 보도 파장 등을 적는 일종의 ‘기사 소개서’다. 이를 내는 과정에서 제출자의 실수로 단순한 날짜 착오가 일어났다.

응모자 입장에서 출품 서류는 우편과 이메일로 보내고 나면 그만이다. 서류를 받아들고 오류를 지적하는 건 심사위원회 몫이다. 고의라면 결격 사유가 될 테고, 단순 오탈자라면 바로잡으면 된다. 두 주간지의 동시 보도가 화제가 된 마당에 고의로 날짜를 조작할 바보는 없다. 이번에 수상작 결정을 위해 이례적으로 꾸렸다는 ‘팩트 조사팀’ 역시 이를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 ‘스스로 조기에’ 바로잡지 않았다니, 심사위원회는 단순 실수임을 알고도 어떻게 하나 보자하고 기다렸다는 말인가. 혹여 그랬다면 기자상의 권위에 걸맞지 않은 태도다.

저간의 사정을 보면 ‘시사저널’ 기사 역시 기자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성실히 취재한 것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기자협회가 시사저널 한 곳에만 상을 준 것은 여러 모로 개운치 않다. ‘시사저널’에서도 이 점만은 동의하리라 믿는다.

이달의 기자상은 기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받고 싶은 영예다. 그러다보니 수상 과정에서 잡음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고 들었다. 그럴수록 기자상 심사위원회의 태도는 신중해야 한다. 자칫 기자의 의욕을 고취시키기는커녕 냉소만 안겨줄 수 있다. 기자의 분발에 걸맞은 기자협회의 분발도 촉구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