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대량해직, 낙하산 사장 논란과 미디어법 파장, 총파업 등 ‘언론장악’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정권 초기에 비해 말기로 접어든 2011년에는 폭발적인 이슈는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업자 선정으로 등장한 종합편성채널이 개국에 이르기까지 일 년 내내 갖가지 뉴스거리를 양산했다. 언론계 전체의 판도를 바꿀 사건이라 각 언론사의 정보력이 총동원되다시피 했다.
‘뉴스메이커’ 종편 채널 연번제 등 황금채널 배정, 의무재전송을 비롯한 특혜 논란부터 미디어렙 입법, 언론사의 인력 대이동 모두 종편으로부터 비롯된 일들이었다. 이 과정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 특혜에 발 벗고 나섰다며 비판의 공적이 되기도 했다.
특히 미디어렙 입법은 지역언론, 종교방송, 중소신문의 생사여탈권을 쥔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다. 종편이 미디어렙에 포함되지 않고 직접광고영업권을 가지면 광고시장의 파행은 더욱 가열될 것이라며 공동행동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6월 언론노조 총파업은 사실상 이들 중소언론들이 주도했으며 보수·진보 논조를 떠나 22개 일간지가 종편 반대 공동 광고를 싣는 광경도 연출됐다. 이 때문에 언론계 지형도 종편 대 비종편 언론사로 변화할 조짐을 보였다. SBS홀딩스의 ‘미디어크리에이트’ 출범도 미디어렙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내년 1월1일부터 직접 광고영업을 선언한 미디어크리에트는 미디어렙 입법 전에 출범을 서두르면서 파장을 키우기도 했다.
노사관계 극단 치달은 방송계 낙하산 사장 폭풍이 휩쓸고 간 방송계에는 밝은 소식이 이어지지 못했다. 방송사의 노사관계는 더욱 팍팍해졌다.
KBS 수신료 인상은 다시 좌절됐다. KBS는 올해 정기국회 전에 수신료 인상을 관철시키기 위해 전사적으로 매달렸으나 때 아닌 ‘친일 방송‘ 논란에 휘말리는가 하면 도청 의혹이라는 뜻밖의 부메랑을 맞았다. 수신료 인상과 도청 의혹에 대한 사측의 대응에 노조의 비판은 거세졌다. KBS 구노조가 연말 파업에 들어갔고 새노조도 파업을 가결시킨 상태여서 내년 KBS도 노사관계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MBC는 김재철 사장의 사표 해프닝을 비롯 지역MBC 광역화 갈등, 무단협 상황, 소셜테이너법 논란 등 노사관계 악화로 총파업 목전까지 갔다가 극적으로 봉합됐다. 그러나 뉴스데스크의 연성화 및 비판기능 약화라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시청률 하락 등 어수선한 한해를 보냈다.
SBS는 노조 전임자 출신 기자의 연수 탈락에 기자들이 보도본부장 불신임 투표에 나서는가 하면 연말 최상재 전 언론노조 위원장을 대기발령 조치하면서 “노사관계 파탄 의도”라는 노조의 반발에 부딪혔다. YTN도 노조위원장에 대한 징계 시도 등 징계·보복인사 남발 논란으로 노사 갈등이 고조됐다.
신문계에서는 국민일보 사태가 노조위원장 해고로 번지면서 악화일로를 걸었다. 조상운 위원장은 조민제 사장에 대한 비리 의혹을 제기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미디어의 권력 이동 그 와중에 언론계에 충격을 더한 것은 ‘나꼼수’와 SNS였다. 팟캐스트 방송인 나꼼수는 지난 4월27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폭발적인 반응을 불렀다. 특히 기성언론이 미처 다루지 못했던 각종 권력 비판적 이슈들을 신랄한 입담으로 풀어내 ‘대안미디어’로 떠올랐다. 트위터는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가장 큰 위력을 발휘했다. 보수매체들이 무소속 박원순 후보를 집중 검증했으나 박 후보 지지 성향이 강했던 트위터리안들의 힘을 꺾지 못했다. 이에 정부와 여권에서는 SNS 제재 목소리를 높였다. 태블릿PC, 스마트폰의 대중화 등 플랫폼 혁명에 이어 미디어의 권력이동을 점치게 하는 현상이었다.
HD재송신 중단까지 이른 지상파방송과 위성·케이블방송의 힘겨루기도 달라지는 미디어 역관계를 상징하는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의미심장한 부산일보 사태 연말에는 의미심장한 사건이 있었다. 부산일보의 ‘정수재단 사회환원 투쟁’이 그것이다. 부산일보 노조는 내년 사장 교체를 앞두고 사측이 노사 합의한 사장후보추천제를 뒤집으려 하자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호진 노조위원장이 해고 당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렀으나 노조는 정수재단의 사회환원을 통한 완벽한 편집권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편집권 독립투쟁의 전형적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또한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여권의 대표주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핵심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뇌관으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