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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과로로 열차에서 사망했다는 조선중앙통신의 보도가 나온 19일 경기 수원역에서 시민들이 TV를 통해 뉴스속보를 관심있게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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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을 2주일 쯤 남겨둔 1994년 7월9일, 김일성 주석의 사망이 알려졌다. 당시 언론들은 충격적인 소식을 앞 다퉈 전했다. ‘북한 주민들의 집단 히스테리’ 등 북한 사회의 반응을 괴기스럽게 그리던 언론들은 이부영 민주당 의원이 국회 외통위에서 정부에 조문할 의향을 물은 것을 기점으로 전면적으로 ‘색깔론’으로 돌아섰다. 또한 박홍 당시 서강대 총장의 “주사파의 배후에 사노맹, 사노맹 배후에 사노청, 김정일이 있으며 언론·정당·유학생에도 주사파가 있다”는 ‘주사파 발언’ 후 보수언론들의 집중 보도와 여권의 공세로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화해 무드였던 한국 사회는 공안정국으로 돌입한다.
17년이 지난 2011년 12월19일, 한국 언론은 당시에 비해서는 “아직 차분한 편”이라는 평가다. 일부 가십성 흥미 위주 보도가 눈에 띄긴 하지만 지금까지는 충실히 사실 전달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중앙언론사의 중견기자는 “우리 정부도 새까맣게 몰랐을 정도로 정보가 부족한 상태라 일단 다들 경쟁적으로 사실 전달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라며 “일부 보수 언론은 다소 희화화하려는 측면이 있지만 과거처럼 극단적인 수준은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변화는 언론도 김 주석 사망 당시의 학습 효과가 있고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계속 악화돼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심리적 대비가 있었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또한 김 위원장 와병 당시만 해도 북한 사회 붕괴설이 돌았으나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좀 더 차분한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언론보도가 94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침착한 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을 강조하는 보도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객관적인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김정은 체제를 일방적으로 평가절하하는 것은 섣부르며 자칫 북한 체제의 동요와 한반도 정세의 악화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언론이 김정은 체제를 지나치게 우리 시각으로만 볼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김정은이 어린 나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등 부정적 주관이 개입된 보도는 94년 조문파동의 과오를 되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 체제가 안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를 얻고 있으며 김 위원장이 생전에 계속해서 후계자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해 공을 들인 점이 북한 사회에 뿌리를 내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언론이 우리 정부의 정보력 부재와 그동안의 대북정책을 반드시 평가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미국도 몰랐다”는 식으로 피해갈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대북정책 재고에 대한 여론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미국의 정보력은 인공위성, 감청 등 기술력 외에 중국과 한국에 의존한다”며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한국정부의 정보력은 우수한 수준이었으며 현 정부 이후 남북 긴장이 고조되면서 정보가 단절된 탓이 크다”고 말했다.
정일용 6·15 남측위원회 언론본부 공동대표는 “오히려 남쪽에 언론들이 눈을 돌려야 한다”며 “지금 국면에서 이니셔티브는 남쪽이 갖고 있다. 대북정책 방향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북한 보도에서 자주 나타나는 외신 의존도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외신은 자국의 시각에서 북한 사태를 바라보기 때문에 이를 재해석하는 보도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김정일 사망에 대한 언론의 대비가 부족했다는 자성도 나온다. 한 중앙언론사의 북한 전문기자는 “김 위원장이 2008년 이미 한번 쓰러졌는데 지금 나오는 언론보도를 보면 준비된 역량들이 없다”며 언론의 전문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다양한 변수가 있어 94년의 냉전적 보도 양태가 재현될 가능성도 남아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철기 동국대 교수는 “북한 사태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며 “북한 정세의 안정화가 한반도 평화 확보의 선결조건이라는 관점의 보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