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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록삼 제43대 한국기자협회장 선거관리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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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협회 회원들이 직접 뽑는 한국기자협회장. 상상만으로도 흐뭇하다. 회원이라면 언제든 기자협회 문을 박차고 들어와 회장을 격려하거나 호되게 잘못을 따진다. 또한 회장은 정책을 마련하고 사업을 풀어가며 늘 회원들을 섬기며 의견을 구한다. 뿐인가. 회장은 정치인, 기업인,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누구를 만나도 대한민국 기자들의 대표임을 명심하며 당당함을 잃지 않는다. 200명 남짓 대의원들에 손에 뽑힌 간선제 회장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이렇듯 직선제는 1964년 창립한 한국기자협회가 오랜 시간 품어온 염원이었다.
2011년 12월 6일, 바람은 현실이 됐다. 7500여명 회원들이 직접 참여한 선거가 치러졌다. 누군가의 당선, 낙선을 떠나 기자협회의 기쁨이고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었다. 또한 기자협회의 민주성과 주체성, 대외역량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역사적인 성취를 이뤄냈지만 아쉬움은 남았다. 처음 치르는 직선제는 회원들에게도, 후보들에게도 크고 작은 혼란스러움으로 다가왔다. 이는 사실 고스란히 기자협회 사무처와 선거관리위원회의 준비 부족에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성큼 내딛은 첫 걸음이다. 더 큰 다음 걸음을 위해 시행착오는 줄이고, 성과의 가치와 의미는 더욱 키울 일이다.
일단 선거공영제의 필요성이 절실히 제기됐다. 후보들은 홍보 동영상과 개인 홍보물 등을 제작하는데 적지 않은 비용과 노력을 쏟아야 했고, 보름 동안 펼쳐진 선거운동을 위해 전국을 누비며 회원들을 만나야 했다. 일부 회원들은 “이렇게 하면 선거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것 아냐?”라고 수군거리기도 했다. 정작 가장 힘겨운 쪽은 직접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었다. 의심 섞인 시선 속에서 자신들의 진정성을 알려야 했을 테고, 실제로도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는 등 이중고를 겪어야 했을 테다. 다음 선거부터는 후보가 선거기탁금을 내고, 그 비용으로 선관위가 유세 동영상, 공동 홍보물의 제작, 배포를 맡는 방식으로 바꾼다면 불필요한 비용과 노력을 줄이고, 후보와 회원의 접점은 더욱 넓힐 수 있을 것이다.
투표율을 더욱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기자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내 전화통 붙잡고, 사람들 만나고, 기사 마감에 쫓기는 이들이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투표율 65%’는 아쉬움이다. 투표일에 앞서 기자협회보를 통한 와이드 보도, 각 지회장들에게 보낸 투표 방법 숙지 메일, 각 회원들에게 보낸 두 차례의 문자 등이 있었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선관위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다섯 번의 자동응답 전화를 발신했다. ‘02-666-6666’이라는 자동응답 전화번호가 스팸전화처럼 여겨졌을 수도 있고, 전화기 조작 미숙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다섯 번씩 걸려온 전화를 안받을 정도라면, 다소 자학적으로 봤을 때 기자협회 투표 자체에 대한 적극적인 거부로 해석할 수도 있다. 선거 공간에서 기술적인 부분 외에 일상적으로 회원들의 참여와 관심을 이끌 수 있는 배전의 노력이 필요함을 침묵으로 역설한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은 직선제가 이뤄지는 만큼 회원들의 회비 납부와 집행 체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이번 선거에서 실제 회비를 납부하고도 회원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이는 지회별로 걷는 회비와 기자협회에 납부하는 회비가 달라서 발생했으며, 대의원 선거 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직선제가 되며 빚어진 혼선이었다. 기자협회 조직 문화의 구조적 변화에 닿을 수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이밖에 선거관리규정의 소소한 미비점들은 회원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향후 중앙운영위원회에서 개정이 필요하다.
선거는 늘 가르쳐준다. 내 조직의 힘은, 내 조직에 대한 애정은 나의 참여로부터 만들어짐을, 또한 나의 참여가 없으면 조직이 오히려 나를 짓누르는 질곡으로 다가옴을 말이다. 참여하고 또 참여해 한 치의 빈틈도 없이 기자협회를 점령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