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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언 전 한국기자협회장 | ||
노골적 '친보수' '친한나라' 방송
이들 종편의 ‘박근혜 띄우기’는 MBN의 다음과 같은 ‘박비어천가’로 요약할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딸, 그녀의 수줍은 모습은 영락없는 요조숙녀, 갑작스럽게 날아든 비보에 어린 그녀에게 주어진 사명은 ‘퍼스트 레이디’. 그것은 그녀의 숙명이었다. 대통령의 딸 그가 다시금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자리에 서려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비호 아래 온갖 특혜와 반칙으로 태어난 종편의 속내가 잘 드러난다. ‘차기 대통령은 박근혜가 돼야 한다’는 희망이 서려 있다.
이러한 속내는 시청자들의 날카로운 눈길을 피해갈 수 없었다. “북한인 줄 알았다. 저걸 방송이라고 종편 내주는 방통위가 저래 놓고 언론장악 한 적이 없단다.” “종편은 박근혜 광고중인가 보다.” “그들이 급하긴 급한가보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를 띄우는 것 같다.” 이러한 청취소감이 말해주듯 종편들이 아무리 잘 포장하더라도 그들의 의도는 쉽게 드러나는 법이다. 이제 종편 종사자들도 시청자들이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현명해졌다는 점을 깨달을 때도 되었다.
이중에서도 압권은 TV조선의 ‘형광등 아부’였다. 한 트위터리안은 이에 대해 “조선중앙방송은 김정일에게 ‘태양’을 가져다붙이고, 조선TV는 박근혜에게 ‘형광등 100개’를 가져다 붙입니다”라고 비유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형광등은 뭔가 모자라 이해 못해 깜박거리는 것을 비유할 때 쓰는 말. 아우. 형광등 100개면 어느 수준이야?”라고 비꼬았다.
특히 조중동 방송의 보도행태는 우려했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공정성을 상실한 채 보수의 시각을 대변하고 ‘친 이명박 정부’와 ‘친 한나라당’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TV조선은 ‘공짜의 역습’이라며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복지정책 때문이라고 단정하고 나섰다. ‘복지정책=포퓰리즘’ 등식을 내세워 “복지가 지나치면 위기가 온다”는 주장이 골자였다. 이들 나라가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데 대한 정밀분석도 없이 “아테네는 화려했지만 지금은 딴판”이라며 알맹이 없는 선정적 보도로 일관했다.
채널A는 현 정치상황을 ‘민주주의 대공황’으로 규정하고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국민이 중대결심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도내용은 야당을 비난하며 여론을 호도한 데 불과했다. 정부여당의 한미FTA 날치기처리 문제는 거론하지 않은 채 국회 의사당 안에서의 몸싸움과 종로경찰서장 폭행시비 등을 부각했다.
JTBC는 ‘청년에게 희망을’이라는 기획보도에서 20대 청년들의 힘겨운 현실을 다뤘다. 그러나 취업난의 가장 큰 원인은 “청년들의 눈높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청년실업에 대한 치졸한 인식수준을 정당화시킨 것이다. 게다가 20대가 멘토로 삼고 싶어 하는 명사로 산악인 엄홍길, 한나라당 의원 홍정욱, 야구선수 양준혁 등을 소개했다. 한나라당이 안철수 청춘콘서트를 모방해 기획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강연회 초청인사들을 대거 등장시킨 것이다.
'강호동 야쿠자' 보도 등 선정주의
조중동 방송 보도의 선정주의도 첫선을 보였다. 채널A는 강호동씨가 23년전 일본에서 야쿠자 모임에 참석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고교생 시절 강씨 동영상까지 공개했다. 개국 첫날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특종이라며 내놓은 특종이 고작 ‘강씨를 희생양으로 삼은 선정보도’였던 셈이다. 강씨 측은 “당시 강호동은 고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일본 야쿠자 모임을 어떻게 알고 갔겠나”라고 반문했다. 누리꾼은 “종편 출연 거절하니 바로 등에 칼을 꼽나”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TV조선은 자사 홍보를 위해 김연아 선수가 ‘1일 앵커’에 나서는 것처럼 꼼수를 부렸다. 보다 못한 김 선수 측이 이를 부인하는 해명에 나서야 했다. “종편 채널들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경쟁적으로 선정적인 폭로전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을 사실로 만들어준 사건이었다. 이러한 선정적 경쟁으로 방송의 질을 더욱 떨어뜨릴 것이라는 게 많은 방송관계자들의 예상이다.
종편 채널들의 개국 첫날 방송에 대해 비난여론이 빗발쳤다. 방송사 내부에서도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방송사의 경영진은 오히려 반색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들은 자매 신문을 통해 케이블TV에선 ‘시청률 1%도 대단한 성과’라며 자화자찬하고 나섰다. 게다가 비난여론으로 종편 채널의 존재감(?)을 알려 ‘노이즈 마케팅’에 성공했다며 속으로 환호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들 종편채널이 어떤 방송을 내보낼 지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다.
종편 채널에 대해 언론계에선 개국하기 전부터 ‘한국판 폭스TV’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해왔다. 극우세력을 대변하며 편파방송을 일삼고 오락위주의 선정적 프로그램을 내보내 ‘공적 1호’로 비난받고 있는 폭스TV가 국내에 4개나 생긴다는 데 대한 우려였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폭스TV는 미 공화당의 전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라크 전쟁의 당위성을 설파한 것은 물론이고 보수진영의 ‘티파티 운동’을 주도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 2009년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방향에 대한 상하원 합동연설을 생중계하지 않는 대신 ‘당신은 춤을 출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라는 오락프로그램을 내보내 빈축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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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폭스 뉴스는 2008년 6월 '저스트 인'의 진행자 로라 잉그러햄은 김정일 위원장이 미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를 지지했다며 소개하는가 하면 그의 인생목표가 양민들을 굶어죽게 하는 것이라는 등 비꼬면서 소개했다. (워싱턴=뉴시스) | ||
언론, 시민사회, 야당 일제히 반대
종편 채널의 개국을 앞두고 언론계와 시민사회에서는 ‘미디어 재앙’을 우려하며 종편 반대운동을 벌여왔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주도하는 ‘조중동방송 퇴출 무한행동’은 종편 개국날인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위법특혜 덩어리, 권언유착의 부산물, 1%의 기득권만을 위한 조중동 종편, 국민 99%가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전국언론노조도 이날 총파업을 선언하고 종편개국 축하쇼가 열린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2000여명의 조합원이 모인 가운데 종편반대 집회를 열었다.
종편에 참여하지 않은 신문사들도 항의 표시로 백지광고를 내거나 특집보도를 통해 종편의 편법, 불법, 특혜를 비판했다.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경남도민일보, 국제신문 등은 12월1일자 1면이나 2면 하단에 백지광고를 냈다. 한겨레는 백지광고 난에 “우리는 조중동방송의 특혜에 반대하며, 조중동 방송의 광고 직접영업으로 위기를 맞은 저널리즘을 지키기 위해, 광고를 싣지 않습니다”라고 밝혔다. 경향신문도 “여론다양성 훼손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미디어 광고시장을 어지럽히는 조중동방송을 반대하는 뜻으로 오늘 광고를 싣지 않습니다”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조중동 종편 개국 특집기사에서 “종편 4사는 여론다양성과 방송의 공공성, 민주주의를 질식시킬 것”이라고 진단하고 “직접 영업에 의한 홍보성 기사 거래가 늘어나며 방송콘텐츠의 상업화는 필연적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겨레는 특히 “종편의 콘텐츠가 개국프로부터 보수 편향적이라며, 종편 채널에 투자한 기업들은 ‘MB인맥’이라 할 수 있는 금융사와 부실 저축은행 등이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도 “보수주의와 친 재벌의 거대 신문사들이 방송까지 진출하게 되면서 보수 과잉의 여론 왜곡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향은 특히 “종편 등장으로 광고시장도 약육강식의 무한경쟁 체제로 돌입하게 돼 미디어 생태의 급속한 붕괴가 우려된다”며 “광고 수익이 급감하는 중소 언론사들은 경영기반이 위협받고 그 결과 여론 다양성이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민주당도 종편에 반대하며 개국 축하쇼 참석을 거부했다. 김진표 “종편은 언론악법 날치기의 결과물이자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정권유지를 위해 만들어낸 권언 유착 산물”이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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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합편성채널 JTBC, MBN, TV조선, 채널A 4개사와 보도전문채널 뉴스Y가 일제히 개국한 1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언론노조가 주최하는 종편 채널 출범 반대 및 미디어랩 입법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뉴시스) | ||
종편은 시민과 소비자의 요구나 시장상황과는 무관하게 탄생했다. 보수신문의 방송진출을 허용하여 친여 보수 여론을 강화하고, 보수세력의 장기집권과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이후 안전보장을 담보하기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인 결과였다.
종편 탄생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이던 2007년 11월 신문방송 겸영허용 공약에서 비롯됐다. 이후 한나라당은 2009년 7월 신문과 대기업이 지상파와 종편채널, 보도전문채널의 지분소유를 허용하는 미디어법 개정안을 날치기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인한 재투표와 대리투표 사실이 드러났다. 헌법재판소는 “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면서도 의결 효력은 인정해 탈법 논란이 계속됐다.
종편사업자의 무더기 선정은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정치논리가 개입됐다. 2010년 12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사업자로 조선 중앙 동아 매경을 선정했다. 광고시장의 포화상태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특정 신문사만 선정하면 다른 신문사들을 적으로 만들어 공격을 당할 우려가 크다는 정치적 이유가 작용했던 셈이다. 그래서 종편사업자로 선정된 신문사들로부터도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괴담'이 된 장밋빛 전망
이명박 정부는 종편채널 도입 근거로 일자리 창출, 글로벌 미디어그룹 육성, 여론다양성 확대 등을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전망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괴담’에 지나지 않았다.
2만1000명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던 일자리창출 규모는 현재 10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이고 그마저 대부분 비정규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탄생한 종편들은 글로벌 미디어그룹은 커녕 비좁은 국내 시장에서도 안착하지 못할 만큼 영세한 규모이다. 게다가 지상파방송에 비해 편성규제를 완화해줌으로써 외국 프로그램이 범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국산 프로그램 제작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종편의 등장은 여론다양성 확대는 고사하고 여론독과점을 심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신문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조선 중앙 동아가 방송매체까지 소유해 비슷한 뉴스가 신문과 방송을 마구 넘나들게 됐다. 게다가 낙하산 인사들에 장악된 KBS와 MBC도 이들과 비슷한 논조를 보여 이제 친여보수 여론이 흘러넘칠 우려가 크다. 이명박 정부가 원하는 대로 ‘미디어 양극화’가 완결되면 여론왜곡 현상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의 종편 편애는 끝을 모른다. 방통위는 종편 채널들을 위해 케이블방송 의무전송, 광고시간 대폭 확대, 편성규제 완화, 중간광고 허용, 직접광고 영업, 15~20번 황금채널 부여 등 특혜를 챙겨주면서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중에서도 가장 우려스러운 특혜가 직접광고 허용이다. 한나라당은 국회에 계류돼 있는 ‘미디어렙 법’의 처리를 미루면서 종편들이 ‘막가파식’ 광고수주에 나서도록 허용했다. 종편들의 직접 광고영업은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광고압박으로 무리한 광고비를 지출한 기업들이 제품가격에 광고비를 반영할 것이기 때문이다.
종편들은 개국 이전부터 모기업인 신문의 영향력을 앞세워 광고주들을 대상으로 무리한 광고와 협찬을 강요하여 물의를 빚었다. 광고를 위해 보도국 기자들은 물론이고 PD와 아나운서 등을 동원하기도 한다. 종편들은 대기업 광고주들에게 광고와 협찬으로 100억원을 요구하기도 한다. 광고료도 지상파 방송의 70%수준이나 요구한다. 시청률이 고작 1% 수준으로 10배정도의 시청률을 올리는 지상파 방송에 걸맞는 광고료를 강요하는 것이다. 그것도 10년이상 된 케이블TV PP의 1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은근히 ‘신문기사’를 거론하거나 정관계인사를 내세워 압력을 가한다는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광고를 미끼로 기업홍보를 해주겠다는 발상이다. “동아일보사가 대주주로 있는 종편 채널A는 지난달 주요 광고주에게 제공한 ‘프로그램 가이드’ 책자에서 뉴스 등 보도프로그램 광고상품을 소개하며 ‘보도상품 패키지(광고)를 진행할 경우, 30분짜리 국내 제작 광고주 맞춤형 특별 기획 프로그램’을 제작·방송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사 보도 프로그램의 앞 뒤 및 중간광고를 묶어서 구매하면 해당기업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들어주겠다는 뜻이다.” 광고와 프로그램을 맞교환하겠다고 대놓고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으로서의 자존감마저 포기한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불법 특혜 등 종편 폐해 감시해야
그렇다면 불법 탈법 특혜로 태어난 ‘반칙왕’ 종편을 어떻게 할 것인가. 가장 시급한 일은 종편들에 부여된 특혜를 없애는 것이다. 정치권은 하루빨리 미디어렙 법을 개정하여 미디어 생태계를 파괴하는 직접 광고영업을 규제해야 한다. 이와 함께 미디어법의 개정으로 MBC와 SBS조차 제외된 의무전송에서 종편을 제외하고 시청자의 시청권을 방해하는 중간광고를 폐지해야 한다. 또한 편성규제 완화와 광고시간 확대 등 종편에 부여된 특혜를 없애고 무분별한 협찬도 규제해야 한다.
시민단체와 언론노조는 ‘조중동방송 공동모니터단’을 꾸려 왜곡보도 감시에 들어갔다. 모니터단은 종편 개국일 방송모니터 보고서를 낸 데 이어 시사·보도 모니터와 기획 모니터로 나눠 매주 모니터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의제 왜곡과 이명박 정부 띄우기, 기업홍보성 보도 등을 집중 감시한다. 장르별 편성비율과 선정적 장면, 간접광고 등도 주된 감시 대상이다. 시민단체 등은 조중동 종편에 대한 취재거부와 채널번호 삭제 운동도 펼치고 있다.
과연 종편은 ‘미디어 재앙’이 될 것인가. 종편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여론독과점과 미디어생태계의 파괴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우려가 크다. 이명박 정부가 끝나면 언론노조의 주장대로 ‘언론청문회’가 열려 각종 불법과 탈법, 특혜가 밝혀질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때까지 지켜볼 수만은 없다. 미디어 양극화로 독립언론사에 종사하는 언론인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을수도 있다. 종편의 폐해에 대해 언론인 모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