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4사가 일제히 첫 전파를 쏘아올린 1일. 서울 태평로 세종문화회관 안팎에서 상반된 풍경이 연출됐다. 안에서 정관계 유명인사와 연예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화려한 개국 축하연이 펼쳐지는 동안 밖에서는 종편 출범을 규탄하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날 ‘종편 특혜 저지 및 미디어렙법 입법 쟁취’를 위한 총파업을 선언하고 여의도 한나라당사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종편 개국 저지’ 규탄 집회를 잇달아 개최했다. 특히 이날 오후 5시부터 시작된 세종문화회관 앞 집회에는 마감을 끝낸 한겨레와 경향신문 기자들까지 결합해 1500여 조합원들이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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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노조가 1일 종편 출범에 맞춰 일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종편 개국을 저지하기 위한 이날 오후 세종문화회관 앞 집회에는 1500여 조합원들이 참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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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세종문화회관 주변에는 3000여 경찰력이 배치돼 종편 개국쇼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경찰은 언론노조의 집회를 일부 제한하며 갈등을 빚기도 했으나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집회에서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 사회 모든 악이 종편의 배후에 있다”며 “종편은 방송이 아닌 사회적 흉기다. 이 흉기가 가진 해독을 제거하기 위해 전면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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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종편 개국쇼와 언론노조 규탄 집회가 동시에 열린 세종문화회관 주변에는 3000여 경찰력이 배치돼 긴장감을 조성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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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는 “종편특혜 앞장서는 한나라당 해체하라”, “불법적인 종편특혜 청문회를 실시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종편 출범을 강하게 규탄했다. 구용회 언론노조 CBS지부장은 “광고 직접 영업에 뛰어든 종편은 쌍절곤을 든 막가파”라고 비판했고, 정대균 MBC 수석부위원장은 “종편 개국에 앞장섰던 사람들을 하나하나 기록해 후손들이 기억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윤민 SBS본부장은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해 미디어법 저지 투쟁을 벌였던 최상재 전 언론노조 위원장은 처벌을 받고, 조중동 종편은 불법으로 방송 허가를 받아 개국쇼 하는 작태를 참을 수 없다”고 분노를 나타냈다. 그는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의 세종 이도는 한나라당과 조중동, MB를 향해 이렇게 얘기할 거다. ‘지랄하고 자빠졌네’”라며 드라마 속 대사를 인용, 좌중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이날 한겨레, 한국일보 등과 함께 백지광고를 게재한 경향신문의 강진구 지부장은 “1면에 백지광고를 낸 것은 경향신문 창간 6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윤전기를 세웠던 자유당 정권보다 이명박 정권이 더 하다”고 일갈했다. 그는 “1면의 백지 광고는 이명박 정권의 무도한 종편 특혜로 벼랑 끝에 선 언론의 자화상”이라며 “여기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계속 종편에 대한 특혜를 거듭한다면 국민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겨레 박찬수 편집국장도 이례적으로 이날 집회에 참석해 “언론인 동지들의 투쟁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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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노조 집회에 앞서 조중동 방송 퇴출 무한행동과 미디어행동이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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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연대 발언을 통해 “언론노조의 파업 투쟁은 역사를 바로 세우고 미래를 우리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너무도 정당한 투쟁”이라고 지지하며 “오늘 종편 축하연에서 불러지는 노래는 이명박 정권의 몰락을 가져올 장송곡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호 언론광장 공동대표는 시민들을 향해 “‘조폭 방송, 강도 방송’ 조중동 방송을 보는 것은 여러분의 주머니를 털고 민주주의 파괴에 협조하는 일”이라고 경고했고, 홍세화 신임 진보신당 대표 또한 “조중동 방송은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자”며 시청 거부 운동을 제안했다.
이날 집회에는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통합진보정당의 심상정, 유시민, 이정희 상임대표 등 정치인들도 참석했다. 심상정 대표는 “편법과 특혜, 꼼수로 점철된 종편은 수구보수정권의 영구 집권을 위한 음모”라며 “내년 총선이 끝난 뒤 첫 국회에서 종편에 관한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30일 미디어렙 관련 6인 소위에서 12월 중에 미디어렙법을 제정하고 지역방송, 종교방송 등 취약매체에 대해선 현행 코바코 체제 하에서와 같은 방식을 법적으로 보장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하지만 언론노조는 “종편이 미디어렙에 포함되지 않는 이상 짝퉁 미디어렙법에 불과하다”며 “종편의 미디어렙 포함이 보장되지 않는 법안에는 동의할 수 없고, 한나라당 지역 지부 점거 투쟁을 비롯한 끝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앞서 이날 오후 3시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종편 특혜에 반대하는 언론노동자의 집단 사표를 한나라당에 전달했다. 강성남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집단 사표 제출에 대해 “한나라당이 집권하고 언론을 장악한 이 사회에서 쪽팔려서 언론인 노릇을 하지 못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1차로 지역방송 조합원 713명의 사직서를 제출하며 “종편 특혜를 중단하지 않으면 전체 언론노동자가 사표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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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노조 지역방송 조합원 713명이 종편 특혜에 반대하며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에게 집단 사표를 제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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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오후 6시께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집회를 마친 언론노조는 종편 개국쇼가 열리는 세종문화회관 안으로 진입하려다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으나 몸싸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언론노조는 집회를 마친 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이어진 한미FTA 반대 집회에 참가했다.
언론노조는 “오늘의 파업 투쟁이 끝이 아니다. 미디어렙법 쟁취를 위한 투쟁은 이제 시작”이라며 “내년 총선을 통해 한나라당을 심판하고, 조중동 종편의 모든 진실을 밝혀낼 청문회를 실시할 때까지 우리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