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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은 '언론 무개념'…언론자유 없이 민주주의 없다

[대한민국 리더 미디어톡 ⓛ미디어 부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장우성 원성윤 기자  2011.11.30 15:3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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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은 여론다양성 역행, 광고영업 공공성 살려야”
“취재지원선진화방안 후회, 언론통제 이미지는 억울”
“언론장악 생각조차 금물…특보 사장 보내지 말아야”



기자협회보는 정치권을 비롯해 우리 사회 각 분야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미디어정책과 언론관을 듣는 인터뷰 ‘대한민국 리더 미디어톡’을 신설합니다. ‘미디어톡’의 첫 번째 인터뷰이로 지난 8월 한국기자협회 창립 47년 여론조사에서 기자들이 뽑은 차기 대통령 2위였던 문재인 이사장을 선정했습니다. 1위였던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현재 매체 인터뷰를 하고 있지 않다”며 인터뷰를 고사했습니다.

부산역에 내리니 바람이 불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변호사 사무실은 역에서 택시로 20분 남짓 걸렸다. 여느 변호사 사무실과 다르지 않게 쌓여 있는 서류 사이로 민원인과 직원들이 오가고 있었다. 그러나 평범한 변호사로 정박하지 못할 바닷바람의 운명을 가진 사람. 회색 스웨터 사이에 푸른 줄무늬 와이셔츠가 드러난 그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악수를 청했다. “넥타이로 갈아입을까요?” 소탈한 모습이 더 어울렸다. 말 한마디마다 옹골찬 확신이 담겨있었다. 비판은 단호했다. 평소 수줍음을 탄다고 들었는데 뜻밖이었다. 낯설 거라고 생각했던 미디어 분야도 현안을 대부분 파악하고 있었다. 질문을 되묻는 법이 없고, 이야기가 끊겨도 논지를 잃지 않는 치밀함이 있었다. 열정적인 토로의 순간에는 노 전 대통령의 데자뷔를 주다가도 깊은 강물처럼 넓은 눈매에는 그의 그늘을 지우는 아우라가 있었다. 이 인터뷰는 23일 부산 거제동 법무법인 부산 사무실에서 1시간20분가량 진행됐다.

-변호사, 이사장(노무현 재단), 대표(혁신과통합), 실장(참여정부 청와대 비서실장) 중에서 어떤 호칭이 가장 편하신가요.
“변호사가 가장 편해요. 같이 하는 사람들은 늘 ‘문변’이라 불러요. 노무현 전 대통령께는 예전에도 ‘노변’이라고 안하더니…. 내가 만만해서 그런가?(웃음)

배석한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문변’이 카톡이나 문자할 때도 더 편하다”라고 거들었다.

-기자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으실 것 같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일도 있고요.
“아뇨. 꼭 그렇지 않아요. 기자는 ‘사회의 목탁’ 아닙니까.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말도 있고요. 제겐 그런 이미지가 강합니다. 우리가 학생운동할 때 언론도 투쟁하던 시기였죠. 진실을 직접 표현하지 못하면 행간에라도 전하려는 노력이 있었죠. 다만 그런 정신들이 점점 사라지고 월급쟁이가 돼간다고 할까요. 변호사도 마찬가지예요. 그러나 여전히 기자 상은 사회 정의를 위한 목탁이고 칼을 이기는 펜이라고 생각해요.”

-기자들의 취재에 항상 성의 있게 대해주신다고 들었습니다. 기자를 대할 때 원칙이 있으신가요. 좋아하는 언론인은 있으신가요.
“제가 직접 (기자들의) 전화를 받으니까요.(웃음) 사실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기본적으로 감시하고 비판하는 게 기자의 사명이죠. 정치인들은 일종의 공인이니까 그 대상이고요. 그러나 인간간계 만큼은 신뢰가 있었으면 해요. 비판하더라도 사실에 근거하고, 한 말을 그대로 옮겨주는 거죠. 언론인 중에서는 리영희 선생의 치열한 기자정신을 좋아합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의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 시절 칼럼을 즐겨 읽었고요.”

-얼마전에 ‘나꼼수’에 출연하기도 하셨죠. 팟캐스트, 트위터 등 대안미디어가 위력을 발휘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나꼼수는 자기네끼리 죽이 잘 맞아서 마음껏 풍자하는 분위기잖아요. 바깥 사람이 끼어서 호흡 맞추기 쉽지 않아요. 그전에도 출연 제의가 있었어요. 망설였는데 서울 시장 선거가 워낙 중요했어요. 선거에 도움이 되자는 뜻에서 출연했습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직접 하지는 않아요. 다른 사람 하는 걸 재미있게 보는 수준입니다. 서울시장 선거를 보니까 이제는 정치도 그런 방법으로 해야겠다 싶어요. 젊은 세대와 소통은 그 방법 외에는 없겠다 싶고요. 생각은 있는데 시간이 꽤 들 것 같고, 엄두를 못 내고 있습니다.”

-직접 쓰신 검찰개혁론 ‘검찰을 생각한다’가 오늘 출간됐습니다. 피의사실 공표 등 언론의 검찰보도도 항상 논란거리인데요.
“수사와 재판을 통해 가려진 진실을 통해서 처벌을 받는 게 아닙니다. 여론몰이로 먼저 단죄가 되고 검찰이 사건을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갑니다. 언론이 공범인 면이 있어요. 피의사실 공표나 여론몰이는 언론을 통해 이뤄집니다. 검찰 브리핑이나 익명의 관계자…, 뭐랍니까, ‘빨대’라고 하나요? 이런 것들을 통해서요. 우리 기자 사회의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요. 언론은 ‘수사 결과 확인됐다, 밝혀졌다’고 씁니다. 뭐가 확인됩니까? 확인은 법원의 재판으로 이뤄지죠. 검찰은 혐의를 두고 의심하는 것뿐이죠. 검찰이 의심하는 것 중에 사실이 아닌 게 얼마나 많습니까. 검찰 주장을 보도할 때는 ‘검찰이 의심하고 있다, 혐의를 두고 있다’고 해야 합니다. 재판 결과 사실이 아니면 당사자의 피해를 회복할 방법이 없어요. 미국 언론들은 기소 전까지는 다루지 않습니다. 적어도 수사하는 단계에서는 보도 대상이 안 되죠. 검찰 출입기자들은 검찰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것 같아요. 법원에서 무죄가 나도 검찰의 항변을 대등하게 실어줍니다. 한명숙 전 총리 사건도 첫 재판에서 핵심 증인이 증언을 번복했어요. 그 정도면 미국에서는 검찰이 공소를 취하하거나 법원이 공소 기각합니다.”

침착한 문 이사장도 인터뷰 중 유일하게 이 부분에서 목소리가 다소 높아졌다. 현직 변호사인 만큼 언론의 검찰 보도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인상이었다. 현 정부 들어 벌어진 노 전 대통령 대한 검찰 수사와 언론보도도 떠올려질 듯했다.

- 이 책에서 차기 정권 최우선 과제가 검찰개혁이라고 하셨습니다. 언론개혁은 몇 번째쯤 될까요.
“기본적으로 정권이 언론을 개혁할 수는 없어요. 언론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할 일입니다. 언론을 장악하거나 정권의 목적대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정권과 언론의 유착을 끊어야 합니다. 그이상은 개혁이 필요해도 정부가 관여해서는 안 됩니다. 언론이 스스로 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언론자유를 후퇴시켰어요. 언론과 유착 관계를 회복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로잡아야 해요. 차기 정부가 해야 할 과제입니다. MB정권 언론장악에 저항해서 불이익을 받은 사람들을 원상회복 시켜주는 조치도 시급합니다. 더불어 반칙과 특권으로 받은 혜택에 책임을 묻고 제자리로 돌리는 일이 필요합니다.”




   
 
 
- MB정권 들어 ‘방송의 독립성’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기본적으로 언론을 장악하려는 생각 자체를 갖지 말아야 합니다. 현실적으로는 언론특보를 사장으로 보내지 말아야죠. 참여정부 시절 언론고문을 한 서동구씨를 KBS 사장으로 보냈죠. 그분의 개혁성과 언론자유에 헌신한 이력을 보고 KBS 사장으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KBS만큼은 정부쪽의 권한이 있다고 판단했죠. 하지만 노조를 중심으로 반대가 컸어요. 비판을 받아들이고 철회했습니다. 언론의 생명은 공정성과 중립성입니다. 정권에 비판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권력과 가까운 사람을 보내면 안 되죠. (MB정부는) 언론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언론유관 기관 가운데는 개혁적이고 경영능력이 있는 분이 맡아야 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언론사 못지않게 정치적 중립이 보장돼야 하는 기관도 있어요. 전자라면 국정철학을 같이 하는 사람이 갈수 있겠지만 정치적 중립이 필요한 기관에 보내서는 안됩니다. 그게 기본이고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 종합편성채널이 곧 개국합니다. 새 정부는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우리나라 언론지형은 보수신문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어요. 거기에 방송까지 할 수 있게 해준 거죠. 여론다양성에 역행하는 것이고 편향된 것입니다. 광고도 다들 어려운데 종편이 직접 광고영업을 하게 되면 대단히 혼란스러울 겁니다. 이미 허용된 종편의 개수를 보세요. 감당할 수 없는 숫자입니다. 다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생존하려면 또 무리를 하게 됩니다. 방송의 공영성을 저버리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왕 허가가 돼서 기득권이 생기면 사업권을 취소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죠. 종편의 광고 직접영업을 막고, 기존에 해온 광고 영업의 공공성을 살려야 할 겁니다. 이 정부가 허물어 버린 것을 복구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봅니다.”

- 종편 문제는 지역 언론의 생존과도 연결됩니다.
“참여정부 때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을 만들었습니다. 일단 출발시켰으니 나중에 확대했어야죠. 그런데 MB정부 들어 후퇴했습니다. 그 당시 전국 지역일간지 가운데 부산일보만 유일한 흑자였고, 나머지는 모두 적자였습니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 부산일보마저 어려워졌습니다. 지역언론 살리기는 언론의 다양성, 지역분권,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정책적인 노력이 뒷받침돼야죠.”

- 말씀하신 부산일보가 정수장학회 사회환원 문제로 시끄러운데요.
“참여정부 때 진실과화해위원회, 국정원 과거사위원회에서 정수장학회의 불법적 탈취를 인정했습니다. 과거 김지태씨의 부일장학회를 빼앗아 간 것이었죠. 박근혜 전 대표가 이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정수장학회가 부산일보 주식의 100%를 가지고 있잖아요. 언론의 공정성이 지켜지지 않아요. 정수장학회는 꼭 사회에 환원 돼야합니다. 이미 장학재단이니 사회환원이 됐다고 하지만 그건 ‘눈 가리고 아웅’이죠. 자신의 특수관계인 사람들이 재단에 앉아있고, 박 대표만 해도 상근하지 않으면서 상당한 급여를 받은 걸로 드러나지 않았나요. 정말 사회환원의 뜻이 있다면 장학회 구성부터 바꿔야합니다. 부산 시민들로부터 신망 받는 인사들에게 넘기고, 김지태씨 유족들이 참여하는 방식을 취해야 합니다. 그것이 기본적인 도리라고 생각해요.”

문 이사장은 지역언론 문제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부산지역 시민운동에 오랫동안 투신했던 이력 탓인 듯했다. 이쯤에서 참여정부로서는 불편한 문제를 물어봐야 했다.

- 참여정부의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은 언론과 관계만 악화시켰습니다. 책 ‘문재인의 운명’에도 노 대통령의 뜻을 여러 번 만류했다고 나오는데요.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취지가 좋다 해도 언론이 간섭과 통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요. 국민들도 그랬던 것 아닙니까. 사실 좀 억울한 것도 있어요. 참여정부는 보수언론으로부터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 일 때문에 가해자로 이미지가 역전돼 버렸습니다. 어쨌든 후회하는 입장입니다. 임기 말이기도 했지만, 임기 초라고 해도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어 급격하게 해서는 안 됐습니다. 긴 시간을 두고 언론의 입장을 듣고 합의해서 공감 하에 했어야 합니다.”

- 노 전 대통령께서 이를 모르시지는 않았을 텐데요.
“참여정부 때 많은 개혁을 했습니다. 하지만 언론만큼은 정부가 나서서 직접 개혁할 수가 없습니다. 언론 스스로가 개혁하면서 특권들을 내려놔야 하는데 전혀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노 전 대통령께서는 당신이 떠나는 마당에도, 퇴임 후에도 언론개혁이나 정상화가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라고 말씀하셨죠.”

- 참여정부 시절 조중동과 전쟁을 치렀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뭐였을까요.
“언론은 정권과 유착하지 않고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감시하고 비판해야죠. 그러려면 비판이 공정하고 객관․중립적이어야 합니다. 언론 스스로 권력화되지 말아야죠. 하지만 일부 언론기관들은 권력화돼 있어요. 정말 큰 문제입니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 비판기능을 악용합니다. 노 대통령도 그래서 싸웠던 겁니다. 피 흘리고 상처받더라도 감당해야 된다고 생각한 겁니다. 실제로 상처를 많이 받았지만 실패로 끝난 것은 아닙니다. 조중동의 여론지배력과 영향력은 많이 약해졌습니다. 참여정부와 노대통령의 노력이 크게 작용한 것이죠. 전적으로 이 때문만은 아니었지만요.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보세요. 보수언론이 총동원돼서 (박원순 후보에게) 공세를 퍼부었지만 이겼잖습니까. 예전에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조중동은 현실적으로 우리사회에서 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는 신문들입니다. 그런 식으로 갈등과 적대적 관계를 갖는 게 옳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접근은 참여정부 시절의 상황이었고, 이제는 달라져야 하겠죠.

- 국민의 정부는 조중동과 겉으로는 대립하기는 해도 막후 소통을 하기도 했죠.
“국민의 정부 때 박지원 전 수석 중심으로 보수언론과 원만히 지내려는 노력을 했습니다. 그런 노력을 한 결과는 어땠나요. 초기 잠시 잘 지냈을 뿐이었죠. 국민의 정부를 놓고 보수언론이 얼마나 물어뜯었습니까. 그런 식의 노력들이 전혀 소용없었다는 게 노 대통령의 생각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노 대통령도 보수언론과 관계 변화를 고려하기도 했어요. 국회의원 시절 안티조선 운동에 직접 참여했지만 대통령 후보가 된 뒤로는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말씀드렸죠. 하지만 후보 시절은 물론 당선 뒤 인수위원회 시절에도 왜곡보도가 극심했습니다. 이런 고비들이 몇차례 겹치면서 관계 변화가 어려웠습니다.”

- MB정부 이후 ‘언론자유’가 화두가 됐습니다. 언론자유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갖고 계십니까.
“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 토대입니다. 언론자유 없는 민주주의는 없습니다. 민주주의의의 모든 것이 나온다고 생각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언론자유의 출발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자유입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서는 거의 해결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당시 세계적인 언론기관도 우리나라의 언론자유지수를 대단히 높게 평가했잖습니까. 그러나 MB정부에서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자유도 크게 후퇴했습니다. 이것을 되살리는 게 급선무가 됐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정도 되면 언론자유에서 정치권력이 아니라 자본권력의 문제가 더욱 중요해집니다. 언론을 경영하는 자본, 사주로부터의 자유가 그것이죠. 보수언론은 그게 안 되는 겁니다. 고스란히 사주의 이념과 이해관계를 대변합니다. 광고주로부터의 자유, 자본일반으로부터의 자유도 중요합니다. 진보언론 가운데도 삼성 같은 광고주를 거스르는 기사들에 자기검열이 생기지 않습니까. 이 모든 게 다 돼야 언론자유가 완벽해집니다. 참여정부 때는 이게 논의될 시기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요원한 문제가 됐어요. 유신 때 내한했던 프랑스 르몽드 편집장이 자본권력으로부터 자유를 말해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우리는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이야기하던 시기라서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이제 이해가 됩니다.”

[정치 부문 인터뷰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