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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수사보도 삭제 조선의 침묵

[컴퓨터를 켜며] 김성후 기자

김성후 기자  2011.11.23 15:3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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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후 기자  
 
조선일보는 지난 4월23일 1면 머리기사로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개인적으로 선물 거래에 투자했다가 1000억원대의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져 금융·사정 당국이 자금 출처에 대한 내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의 단독 보도로 최 회장의 거액 선물투자 실패 사실이 처음 알려졌고, 사정 당국이 돈의 출처에 대해 내사 중이라는 사실도 공개됐다.

최 회장의 선물투자 손실 사건은 이후 한국일보가 몇 차례 관련 기사를 보도했을 뿐 대다수 미디어의 관심 밖에 있었다. 그러던 이 사건은 검찰이 지난 8일 SK그룹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공개수사에 나서면서 보도 경쟁에 불이 붙었다. 대부분 중앙일간지는 압수수색 사실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뒤 잇단 후속 보도를 내놨다. 지상파방송도 메인뉴스에서 비중 있게 다뤘다.

그 중에서 조선이 지난 12일 토일섹션 ‘Why?’ 3면에 보도한 ‘SK의 선물투자 그 사건의 내막-재계 3위 총수, 神 내린 남자에 왜 빠져들었나’는 단연 눈에 띄었다. 전면을 털어 SK 선물사건의 히스토리를 자세히 보도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언론에서 제기한 최 회장 형제의 SK 회삿돈 횡령 의혹을 총체적으로 정리해 독자의 궁금증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 기사는 조선닷컴과 인터넷 지면보기 서비스인 PDF에서 사라졌다. 보고 싶어도 더 이상 볼 수가 없게 된 셈이다. 인터넷판 기사 삭제 연유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기자는 조선일보의 해명을 듣지 못했다. 본지(16일자 7면) 보도로 이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반해 SK수사 단독 기사를 온라인에서 삭제한 중앙일보는 “SK 측과 분쟁의 여지가 있어 내렸다”고 솔직하게 해명했다.

조선 내부에서는 “팩트 확인이 안된 소문을 기사로 썼다. 수사 중인 사안을 너무 단정적으로 썼다”며 기사가 전체적으로 문제가 많아 인터넷에서 내렸다거나 “섹션판을 강판한 후 SK 측에서 찾아왔다”며 SK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조선일보는 ‘Why?’ 이후 SK 수사보도를 다루지 않고 있다. 검찰이 SK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통로로 의심하는 김준홍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불러 조사한 사실도 지면에서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중앙일간지는 21일 횡령의혹 핵심 인물인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 사실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지면에 잘못 실린 단순 오·탈자도 다음날 ‘바로잡습니다’를 통해 정정하는 신문이다. 전면으로 실린 기사가 인터넷과 PDF에서 사라졌는데 그냥 넘어가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기사 가운데 사실 확인이 소홀한 대목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하고 다른 이유가 있다면 명쾌하게 해명하고 독자의 이해를 구하는 게 언론의 정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