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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팟캐스트 방송‘나는 꼼수다’의 출연진. 왼쪽부터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 시사IN 주진우 기자, 김용민 시사평론가, 정봉주 전 민주당 국회의원. (시사IN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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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김어준의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가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기성언론에 커다란 숙제를 안겼다. ‘나꼼수’는 선거 국면에서 방송과 신문이 보도하지 않은 소식들을 유권자에게 전하며 의제설정을 주도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에서부터 나경원 후보의 1억원 피부과 치료와 사학비리 연루, 남편 김재호 판사의 기소청탁 등이 ‘나꼼수’를 통해 불거졌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빠른 시간에 확산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SNS 등 인터넷을 통한 여론 확산은 하루 만에 지지율로 즉각 반영된다”면서 “특히 나경원 후보의 1억원 피부과 논란 때 20~30대 여성 지지층이 급격하게 이탈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7일자 신문에서 “나경원, ‘내곡동’서 꺾이고 ‘피부과’서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내곡동 논란에 대해 언론의 검증역할은 빈약했다. KBS, MBC, SBS 등 방송 3사는 내곡동 사저 매입과정에서 불거진 증여세 등 세금탈루 의혹에 대한 검증보다는 청와대의 반박과 함께 공방으로 처리했다.
보수신문은 축소보도했고, 진보신문은 후속보도를 통해 의혹을 제기했다. 한겨레는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편법 증여 △땅 구입가 4배 차 등에 대해 3일에 걸쳐 비판했고, 경향신문은 내곡동 땅의 지목변경을 통한 헐값 매각을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청와대 경호처가 땅을 매입하기 전 땅을 유모씨에게 증여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박모 팀장을 통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 같은 보도들이 이어지자 결국 청와대에서는 내곡동 사저 계획을 백지화했다.
서강대 원용진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나꼼수’가 의제를 설정하고 기존 미디어들이 빨대를 대고 ‘나꼼수’의 이야기를 확인하는 중계 저널리즘을 했다”며 “그마저도 왜곡하거나 제대로 옮기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첫 방송을 시작한 ‘나꼼수’는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 김용민 시사평론가, 정봉주 전 민주당 국회의원, ‘시사IN’ 주진우 기자 등 네 명이 방송한다. 이런 소규모 방송이 기존 미디어를 제치고 의제설정을 주도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현상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나꼼수’에 대한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 ‘방송은 못 들었지만 그런 방송이 있는지는 뉴스를 통해 알고 있었다’는 응답자가 44.0%, ‘방송을 들어본 적도 있고 잘 알고 있다’는 응답자는 15.4%로 나타났다. 방송을 들어본 15.4%를 일반 유권자로 환산하면 600만명에 달한다.
오프라인 상에서도 이런 현상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나꼼수’ 토크콘서트 표는 판매 20분 만에 전량 매진됐다. ‘나꼼수’와 함께 내곡동 사저 논란을 담은 시사IN 213호는 창간 이후 처음으로 2000부 재판을 찍었다. 정기구독자는 1000명이 늘었다.
논란도 있다. 풍자와 해학을 바탕으로 하는 방송이지만 사생활과 인신공격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한남동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김용민 시사평론가는 ‘눈 찢어진 아이’를 거론했다. BBK 사건으로 복역 중인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의 육성 파일을 통해 이 대통령의 사생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경희대 송경재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나꼼수’가 정치를 희화화하는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이번 사례처럼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타인에 대한 권리침해가 우려되는 경우에는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언론의 영향력이 팟캐스트라는 새로운 미디어에 옮겨 간 것은 기존 미디어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며 “기성언론의 반성과 자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