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향신문이 실험적인 지면을 내놓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향은 지난 6일 창간 65주년을 맞이해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을 1면에 게재하는 파격을 단행했다. ‘한국사회, 사회계약 다시 쓰자’ 등의 담론 위주의 지면도 선보였다. 이에 대해 “신선하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계몽적이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경향은 ‘한국사회, 사회계약을 다시 쓰자’ 시리즈를 연재하며 “사회계약은 어떠한 공동체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시민들 간의 합의”라며 “이 사회를 규율하는 질서와 가치, 제도를 바꾸지 않는 한 권력의 유지와 교체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경향은 1762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거론한 뒤 “2011년 한국사회에 통념을 깨는 사회계약이 필요하다”며 여덟 가지를 제안했다. △더 놀자, 더 쉬자 △1%만의 경제에서 99%의 경제로 △조금씩 불편해지기 △녹색당, 해적당, 노인당을 원한다 △불만의 에너지를 참여로 △패자부활전을 하자 △노조조직률 50%로 △세금을 내자 등을 제시했다.
릴레이기고에는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윤평중 한신대 교수,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금태섭 변호사, 의사 박경철씨 등이 참여했다. 정두언 의원은 “경향신문의 8대 제안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의미심장하다”며 ‘패자부활전을 하자’ 편이 “제일 시급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앙일간지 한 기자는 “사회계약 다시 쓰기를 보면서 ‘과연 나는 이렇게 살고 있는가’ 하고 되돌아보게 됐다”며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줬다는 점에서 좋은 기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긍정적 평가와는 별개로 최근 경향의 단독보도가 없는 것을 기획으로 만회하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의 경우 지난해 8월 ‘신재민, 17차례 부동산 매매’와 10월 기획보도부문 ‘고용난민시대 - 일자리 없나요?’ 편 이후 경향이 지금까지 받은 상은 전무한 실정이다.
노조는 이대근 편집국장 취임 100일 대담에서 “이달의 기자상이 절대적인 척도는 아니지만 이슈 메이킹과 파이팅이 떨어진 것 아닌가”라며 회의감을 나타냈다.
의견을 드러내는 짧은 문장의 제목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영화 ‘도가니’로 떠들썩했던 때에는 ‘세상을 바꾸는 영화의 힘’(9월 29일)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주목을 모았다. 미국 상·하 양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을 통과시킬 때에는 ‘불평등·불균형 협정’(10월 14일)이라며 의견에 가까운 제목을 제시했다.
경향의 한 중견기자는 “이대근 국장 취임 이후 지면의 실험을 단행하고 있는데 긍정과 부정의 기류 모두 있다”며 “1면의 제목이 눈에 잘 들어오는 장점이 있지만 선정적인 단점도 있다”고 말했다.
중간급 기자들의 퇴사로 인한 인력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올해에만 10년차급 기자 4명이 경향을 떠났고, 2009년 급여삭감 이후 매해 5명가량의 퇴사자가 나왔다. 강진구 노조위원장은 “생산성 높은 기자들의 이직이 지면의 질적 하락을 가져오게 된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 같은 전반적인 평가에 대해 이대근 편집국장은 “결국은 팩트의 문제”라고 답했다. 이 국장은 “기획이 많이 나오는 것은 기자들의 발제가 부족한 것도 있지만 이는 인력구조의 문제와도 연관된다”면서 “필요한 인력 충원과 인사개편을 하겠지만 기자들이 더 열심히 뛰고 새로운 팩트 발굴을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