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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자들, 샐러리맨·전문직업인 기로에"

조선·한국·한겨레 기자 내적 통제 비교분석

원성윤 기자  2011.10.26 13:3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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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정 한국일보 문화부장 석사논문

“한국의 기자들은 전문직업인으로 거듭나느냐, 샐러리맨으로 전락하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 현실에 체념하고 자조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노조나 기자협회 등이 조직을 추스르고 목소리를 내는 수밖에 없다.”

이희정 한국일보 문화부장이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석사논문으로 발표한 ‘사주 및 경영진의 내적 통제에 대한 기자들의 인식과 대응연구’에서 밝힌 내용이다. 전국종합일간지 가운데 소유 구조와 경영 여건, 이념적 성향 등이 다른 조선일보, 한국일보, 한겨레 3개 신문을 선정해 총 12명을 지난 5월 한 달 동안 인터뷰했다.

이 부장은 조선에 대해 “사주 겸 사장이 공식, 비공식 라인을 아울러 조직 전반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포괄적 포섭형 통제’로 분류했다. 조선 기자들에 사주의 내적통제가 큰 갈등 없이 작동하는 데는 동종업계 최고 수준의 급여 등이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했다.

“급여도 높고 1등 신문이라는 자부심과 취재환경이 유리한 데서 오는 만족감이 크게 작용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논문은 “발행부수 1위라는 지위와 양호한 경영실적이 기자들의 순응을 이끌어낸다”고 평가했다.

반면 조선은 아래로부터의 대항력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편집국장 임명동의 투표나 탄핵제도가 없고 보도의 공정성을 비판하는 모니터링 기구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 노무현 버렸다’는 사설을 놓고 젊은 기자들 중심으로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공식 대응기구가 없어 결국 무산된 사례가 소개됐다.

중도지를 표방하는 한국일보는 사주의 통제력은 약하지만 인사나 특정 사안 보도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분적 개입형 통제’로 분류됐다.

“경영진이 중요한 사안에 많이 개입하는 것 같다”, “수적으로는 적을지 몰라도 영향의 강도가 세기 때문에 크게 다가온다”, “기업 관련 기사를 다루는 산업부 전체로 보면 1주일에 한두 번은 있다”는 진술도 있었다.

인터뷰 이후인 6월 편집국장 교체 후 경영진 개입으로 인한 기사누락이 없어진 점을 예로 들며 논문은 “한국일보 내적 통제 시스템이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우리사주조합이 1대주주인 한겨레신문은 ‘제한적 설득형 통제’로 분류됐다. 사주 중심의 두 신문과는 달리 대표이사 사장을 3년마다 전 사원이 참여해 투표로 선출하고 편집국장 임명동의 투표와 임기 중 중간투표도 실시한다.

한 인터뷰 대상자는 “편집국을 넘어 경영진이 보도에 개입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답했고, 또 다른 대상자도 “경영진이 (보도에) 드러나는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목이나 기사 표현의 부분적인 수정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국을 통해 제목을 좀 고쳐 달라, 팩트가 잘못 됐다고 하니 반영해 달라는 정도는 요구한다”는 것이다.

논문은 결론에서 “신문사별로 4명에 불과한 극소수 기자들의 증언에만 의존해 실상을 명확하게 밝히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