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방통위’에 대한 논의가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방송통신융합시대를 맞아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통합된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한 지 4년이 됐지만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방송 통신정책을 담당할 정부조직의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 방송통신융합이라는 큰 틀에서 방송과 IT 규제기구가 통합됐지만 방송은 정치적 논란만 가중시켰으며 IT산업은 뒷걸음질쳤다는 지적이다. 내년 정권교체기와 19대 국회 구성을 맞아 논의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일단 제기되는 해법은 ‘정보미디어부 신설론’이다. 방통위가 IT산업 육성에 실패하면서 IT강국으로서 지위가 추락했다는 지적은 주로 IT업계와 정치권 일부에서 나온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정통부가 해체되고 정보통신기술 업무가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방통위, 행정안전부로 나뉘면서 ‘IT 콘트롤타워’가 없어졌다는 논리다. 특히 삼성전자 등 하드웨어 중심의 국내기업들이 주도하던 모바일 시장이 애플 구글 등 소프트웨어 기업 중심으로 급속하게 재편되면서 정통부 부활론은 힘을 얻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지난 8월 이명박 정부 4년을 ‘IT산업의 잃어버린 4년’이라고 규정하며 정보통신부 격인 ‘정보미디어부’ 신설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방통위에서 IT업무를 떼내 독임제 행정부처로 운영하자는 이야기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조차 공개석상에서 여러 차례 차기 정부에서 다뤄야 한다는 전제 아래 정통부 부활론을 긍정하는 발언을 했다.
언론계에서도 방송과 통신 업무 분리론이 제기된다. 한진만 강원대 교수(전 한국방송학회장)는 “현재 방통위 구조로는 방송통신융합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방송도 국가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취급돼야 한다는 전제 아래 방송과 IT 업무가 다시 분리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방송과 IT업무를 재분리하는 ‘과거 회귀’가 답이 아니라는 반론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용경 의원(창조한국당)은 최근 방통위 조직개편 방향에 대한 정책보고서를 공개해 정통부 부활론을 비판했다. IT산업 경쟁력의 하락은 하드웨어 중심인 국내 IT산업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며 독임제 부처 신설이 이를 해결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 의원은 방통위는 산업육성기능보다 규제 중심의 독립적 위원회로 재편돼 국회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의 통합기구를 유지하되 규제기능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의 주장은 언론학계에서 제기되는 방통위 역할 축소·재조정론과 맥이 닿는 부분이 있다. 방통위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하고 논의구조가 정치적이어서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 통제를 받는 것은 방통위 표류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여야 대리전’ 양상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윤석민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는 “최소한 방송에 대한 규제기능을 떼내 정치적으로 독립된 합의제기구 정신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면서도 “계속 행정부에 놓거나 국회 통제를 받는 형태는 독립성 확보 면에서 곤란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