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겨레신문의 지면을 놓고 언론계 내외부의 평가에서 “한겨레답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슈를 따라가기에 급급하고, 의제설정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MB정권의 실세였던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홍상표 전 홍보수석 등의 보도가 기계적 중립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1일 시사저널이 이국철 SLS그룹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신 전 차관의 수십억원 로비 의혹을 단독으로 보도하며 파장을 몰고 왔다.
한겨레는 22일부터 보도를 했지만 이 회장의 기자회견과 검찰소환 소식 등을 보도하는 데 그쳤다. 한겨레 한 기자는 “특별취재반을 구성해 취재하고 이슈를 이끌어가야 했지만 이런 노력들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자는 “신 전 차관이 한국일보 재직시절과 대선캠프인 안국포럼, 공직에 몸을 담고 있던 시절까지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추적하거나 신 전 차관에 대한 인물에 대한 평가가 담긴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독자들이 읽고 싶어 하는 기사보다는 공급자의 시각으로 기사를 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보수신문 한 기자도 “한겨레가 이런 이슈에서 치고 나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의아했다”며 “노무현 정권 말기 청와대 비서관 비리에 대해 보수신문이 적극적인 보도를 했던 것과 비교된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자유민주주의 논쟁 역시 마찬가지다. 한겨레는 지난달 20일자 기사에서 “역사교육과정 개발추진위원회 위원 9명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11면으로 톱으로 배치하고 같은 날 사설에서 비판하는 데 그쳤다.
오히려 중도를 표방한 한국일보는 지난달 22일 1면과 3면에 걸쳐 “자유민주주의는 단 한 차례 썼다”며 “교육부의 뉴라이트 역사관 심기가 드러났다”고 비판하며 논쟁을 주도했다. 이날 3면 톱 기사에서 한국은 “헌법의 골간은 자유(정치체계)-사회민주주의(경제체계)로 양 날개가 ‘민주주의’를 포괄한다”고 보도, 이슈가 됐다.
이후 한겨레는 지난달 27일 ‘일제에 의한 근대화’를 교과서에 넣으려 했다는 단독보도를 했지만 논쟁으로 이끌어 가지 못했다.
한국일보 편집국 한 간부는 “자유민주주의와 같은 논쟁은 한겨레와 같은 진보언론이 좋아할 만한 이슈인데 보도가 소극적인 것을 보고 의문스러웠다”면서 “최근 한겨레가 의제설정을 주도해나가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부에서는 객관주의의 함정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겨레 한 기자는 “현재의 편집국 간부들은 기사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커서 공세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찬수 편집국장은 “이국철 회장 관련 건은 취재팀을 꾸려서 취재를 하고 있다. 아직 공개를 할 수 없어서 이야기 하지 못한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 논쟁 역시 한국일보의 기획이 훌륭하다고 보지만 우리가 먼저 제기를 했고, 이후에 현대사학회의 식민지 근대화론을 교과서에 삽입하려 했다는 것과 관련해 1, 2면에 걸쳐 기사화했다”고 반박했다.
박 국장은 “기삿거리가 없는데도 무리하게 만들어서 쓰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의문이 있다”면서 “다음 주에 비정규직과 관련한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부분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이슈가 있으면 바로 끄집어내서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겨레는 오는 27일 노사가 참여하는 지면평가 토론회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토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