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다보면 생애 최대치의 조도(照度)를 경험하는 순간, 인생의 한낮을 지나게 된다. 이 두 사람은 자기 삶에서 가장 밝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을까. 대전지역 방송사 중 타사끼리 최초로 맺어진 기자 부부인 이문석(YTN), 이정은(KBS) 기자가 바로 그들이다.
대전시 둔산동. YTN 대전지국과 KBS 대전총국의 딱 중간 지점에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는 ‘깨 공장’이 문을 열었다. 지난 5월 이 공장을 개업한 이문석·이정은 기자는 운명처럼 만났다. 이정은 기자가 대전총국으로 발령받은 2006년 12월. 경찰기자들이 마련한 한 술자리였다. 똑똑한 신입 여기자와 푸근한 인상의 선배 기자가 한자리에 있었다. 처음 만난 날, 그들은 사랑할 줄 알았을까.
“첫눈에 반했어요.” 이문석 기자는 그날을 추억하며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자기 할말 다하고 예쁘고 똑똑했어요.” 이 정도면 팔불출이 따로 없지만 이정은 기자는 여전히 똑 부러지게 말했다. “반듯한 선배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드라마는 시작됐다.
단박에 ‘필’이 온 이문석 기자는 그녀의 든든한 그림자가 됐다. 처음엔 누구나 퉁긴다던가. 이정은 기자의 반응은 적극적이지 않았다. 밥 사고, 술 사고, 영화 보여주고 뒷바라지하는 건 이문석 기자의 몫이었다. 그렇게 우정과 사랑의 줄다리기를 한 지 몇 년, 언젠가부터 그녀가 말을 걸어왔다. “선배, 오늘 약속 있어요?” 이문석 기자는 하늘을 얻은 듯 기뻤다. 그녀의 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렌타인데이에 그녀가 처음 초콜릿을 선물했다. 제과업계의 상술도 이럴 때는 잊지 못할 인연을 맺어준다. 이 기자는 화이트데이에 ‘그녀를 닮은’ 꽃을 선물하며 정식으로 프로포즈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모든 남성의 고민, 최대 관문은 청혼이다. 철저한 ‘사전 취재’를 마친 이 기자는 그녀와 함께 정동진으로 일출맞이 여행을 떠났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바닷가엔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다. 하지만 천재지변에도 굴하지 않고 이 기자는 모래사장에 무릎 꿇어 그녀에게 청혼 반지를 바쳤다. 스마트폰으로 영화 ‘라붐’의 주제가 ‘리얼리티’(Reality)를 깔아놓는 용의주도함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왈칵 눈물을 터뜨렸다. 감동이었다.
두 부부에게는 또 하나의 가족이 있다. 바로 이정은 기자의 부모님이자 이문석 기자의 장인장모인 이명규·최애자씨다. 올해 초 결혼을 약속한 뒤 처가에 첫 인사를 가던 날, 장모님은 현관까지 달려나와 이 기자를 품에 안으며 등을 토닥였다. “정말 잘왔어요.” 부모님을 일찍 여읜 이문석 기자에게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그녀가 선물한 소중한 인연이다.
이정은 기자가 홍성 주재기자로 발령이 나 두 사람은 신혼 중에 ‘주말부부’라는 참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함께 하는 시간 일분일초가 더욱 귀중하다. 두 사람의 물리적 거리를 비웃듯 서로에 대한 사랑은 더 깊어만 간다.
“항상 옆에서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당신이 모처럼 쉬는 날도 함께 지내주지 못할 때 너무 속상해요. 부족한 점 많은 나를 이해해주고, 선택해줘서 감사해요. 처음처럼 변함없이 사랑할게요. 지금 모습 그대로 내 곁에 있어주세요.”(이문석 기자)
“기자가 되어 서울에서 자란 제가 대전에 오게 되고 그래서 당신을 만났어요. 이 모든 것이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 이뤄진 것 같아요. 운명처럼 내게 나타나줘서 고마워요. 사랑해요.”(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