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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 '민주주의' 프레임 전쟁

보수 "자유민주주의 부정은 인민민주주의"
진보 "포괄적 의미의 민주주의가 바람직"

원성윤 기자  2011.09.26 16:5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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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새 역사 교과서 교육과정 고시 직전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변경한 것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보수언론은 자유민주주의를, 진보언론은 사회민주주의 포괄하는 민주주의가 한국사회에 더 적합하다며 치열하게 맞서고 있다.

동아일보는 22일 사설에서 “민주주의라고만 하면 북한이 국호로 쓰고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인민(민중)민주주의’까지 포괄한다는 해석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는 “자유민주주의는 대한민국이 오늘의 발전을 이룩한 원동력”이라며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 종북세력이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기철 오피니언부 차장은 23일 ‘자유민주주의의 수난’이란 데스크 칼럼에서 “자유민주주의는 시장과 경쟁, 남북 대립을 강조한 이들이 사용해온 학문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용어라고 반발하는 것은 광복 이후 한국 현대사에서 실제로 구현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각박한 데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은 “북한 김일성 집단과 대결하면서 생존과 번영을 위해 악착같이 노력해서 오늘에 이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22일 성낙인 서울대 교수(헌법학)의 말을 인용해 “민주주의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자유민주주의가 더 정확한 용어”라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자유민주주의가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하는데 이를 부정하는 체제가 인민민주주의”라며 “인민민주주의가 성공했다면 자유민주주의는 크게 위협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헌법 골간이 자유-사회민주주의가 양립하고 있어 자유민주주의보다는 민주주의로 포괄해서 써야 된다는 게 역사학자들 대부분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우리 헌법이 경제영역에선 부의 재분배를 위한 국가개입을 인정하는 사회민주주의적 요소를 함께 담고 있다는 것이다.

헌법 119조 2항 ‘국가는 (중략)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중략)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경제 민주화 조항을 비롯해 재산권 규정(23조), 노동권 규정(32조) 등이 사회민주주의적 요소로 꼽힌다.

한국일보 김상철 사회부장은 26일자 데스크칼럼 ‘민주주의에 색 칠하기’에서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주장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북한체제를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보수인사들이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해 함부로 ‘빨간색’을 칠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2일 기사에서는 정부 수립이후 7차례 제·개정된 역사 교육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란 용어는 1992년 6차 교육과정에서 단 한 차례 밖에 사용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한겨레는 22일자 기사에서 ‘민주주의’ 통과 → 보수단체 압력 → ‘자유민주주의’로 교과서의 용어가 수정이 된 과정을 주목했다. 지난 5월20일 창립된 뉴라이트 성향의 한국현대사학회는 “개정 교육과정의 ‘민주주의’ 용어를 ‘자유민주주의’로 수정해달라”는 요구를 7월26일 이명희 교과서위원장에게 전달했다. 7월15일 열린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육과정심의회’ 심의 통과 때까지 ‘민주주의’로 돼 있던 사회와 역사 개정 교육과정의 각론이 8월9일 교과부 고시에서 갑자기 ‘자유민주주의’로 모조리 수정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경향신문은 26일 보수·진보 양 진영의 논리를 듣는 대담을 마련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경향에 따르면 고시에 ‘민주주의’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의 ‘역사교육과정개발 정책연구위원회’ 위원장인 오수창 서울대 교수가 대담 요청을 수락했지만 수정을 주도한 뉴라이트 성향의 한국현대사학회 교수들은 “학술적 토론이 아닌 것 같아서” “바빠서” 등의 이유를 들며 토론을 회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