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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공종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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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형.
미안하오.
정말 미안하오.
그 무시무시한 병 앞에
공형을 혼자 둘 수 밖에 없었던
사방을 둘러봐도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 공형이
느꼈을 때 그 몸서리치는 두려움을
생각하니
미안하오.
정말 미안하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싸움터로
패배는 바로 죽음인 그 싸움을
혼자 싸우러가는
공형의 쓸쓸한 뒷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던
우리가 얼마나 야속하게 보였을지
공형 미안하오.
정말 미안하오.
우리는 이해할 수 없소.
공형이
왜 그 칠흑같은 방으로 가장 먼저 들어가야 했는지
누구보다 착한 아들이었고
누구보다 듬직한 가장이었으며
누구보다 자랑스런 우리의 동료였던
공형이
왜
하필
파리에서
공형의 예쁘고 총명한 두 딸을
처음 보았소.
얼마나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던지
아직도 눈에 선한데
어찌 이리 열여섯 가슴에
지우지 못할 아픔을 남기고
가십니까.
공형
돌아오시오.
종식아
이럴 수는 없다.
돌아오라.
파리에서처럼
와인 한잔 놓고
정담 나누던
그 시간으로 돌아오라.
여기 여리고 예쁜 딸들 곁으로 돌아오라
늦은 귀가길
당신을 위해서 꼭 안아주던
그 딸들 곁으로 돌아오라
병상에 함께 누워
당신의 손을 꼭 잡아주던
어여쁜 아내 곁으로 돌아오라.
공형
벌써 그립습니다.
호기심으로 가득한
그 총총한 눈빛이 벌써 그립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공형을 떠나보내려 합니다.
마음 편히 가십시오.
두 딸과 수완씨는 우리에게 맡기시고
공형의 고통을 함께 나누지 못했던 미안함으로
공형이 남긴 가족을 지킬 것이니
우리를 믿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가십시오.
공형이
내게 빌려준
사도 바울에 관한 책을 기억합니까.
바울은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만일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이
다만 이 세상의 삶뿐이면
모든 사람 가운데 우리가 더욱 불쌍한 자니라.
공형
마지막 나팔 소리가 울려퍼질때
우리 모두가 썩지 아니할 것으로 다시 살아날 것을 믿습니다.
하나님.
어리석은 우리가 그토록 원하고 부르짖었던 그 기적을
베풀어주지 않으셨지만
이제 또 다른 기적을 기대합니다.
남은 가족에게 위로를 주시고
우리 모두에게 위로를 주시고
유족의 고통을 함께 나눔으로써
그리스도가 우리를 사랑하신 것 같이
우리도 서로 사랑하게 하소서.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