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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사건' 당신은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

한국기자협회 온라인칼럼 [손정연의 재스민 편지]

손정연 전 전남일보 편집국장  2011.09.05 17: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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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정연 전 전남일보 편집국장  
 
‘곽노현 교육감 사건’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실규명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처음 마녀사냥 식 여론몰이 행태에서 벗어나 법의 심판 쪽으로 흘러가면서 조금은 냉정을 찾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언론보도는 한층 뜨겁다. ‘즉각 사퇴’, 현시점 ‘사퇴불가’ 주장을 중심으로 ‘진실’ ‘도덕적 책임의 한계’ ‘인권’ ‘인격권’ 논쟁이 한창이다.

이번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보도 형태는 대체적으로 3가지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 사건을 객관적 입장에서 다루고자 하는 자세와 정치적 사건으로 몰아가고자 하는 전형적인 ‘~카더라’ 식 보도, 그리고 사회적 가치판단 함의가 내재된 보도 형태로 나뉜다. 요컨대 사건에 접근하는 각 언론사의 가치판단과 관점에 따라 다뤄지는 보도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 배경에는 보수, 진보·개혁 진영의 이해관계와 시각이 투영돼 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곽노현 사건’은 사건으로서 진실규명도 중요하지만, 언론에 있어선 보도 형태와 관련, 토론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논쟁적 이슈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2억원에 대한 팩트 논쟁의 촉발
논쟁의 촉발점은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진보 진영 ‘후보 단일화’ 과정 후보직을 사퇴한 박명기 교수에게 곽노현 교육감이 당선된 후 9개월 여 지난 올해, 돈 2억 원을 건넨 팩트에 대한 가치판단에서 오고 있다.

진보 진영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곽 교육감이 비록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자살까지 생각한 박 교수의 처지를 외면할 수 없어 ‘선의의 지원’을 했다고 하더라도 공인으로서 돈을 준 행위에 대한 도덕적인 책임까지 면키는 어렵다는 부분에서 서로 갈리고 있다. 한쪽에선 ‘무죄추정의 원칙’에 근거, 사실규명이 먼저라는 입장이고, 또 다른 한쪽에선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도의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진실규명이 먼저라고 주장하는 쪽에선 ‘선(先) 규명 후(後) 판단’이란 입장에서 지금은 사퇴할 때가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다. 도덕적 책임론을 주장하는 쪽에선 규명과는 별개로 선명성을 위해 ‘선(先) 사퇴’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사퇴를 주장하는 쪽에선 3가지를 얘기한다.
“진보 진영에서 함께 세운 ‘공인’이라면, 법적 책임에 앞서 일단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법적인 문제는 재판에서 가려지겠지만 진보 진영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진 것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진보진영 후보에게 악영향을 줘선 안 된다.”

이 내용들을 좀 더 들여다보면 진보 진영 보호논리가 읽혀진다.

언론사의 보도는 이러한 배경들에 대한 이해와 사건의 파장을 주시하면서 각 사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기사, 논평들이 다뤄지고 있다. 이 가운데서 주목되는 것은 진보언론이라고 하는 신문들이 ‘사퇴’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 서울시교육감 단일화 과정에서 뒷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곽노현 교육감이 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검찰은 곽 교육감을 상대로 후보 단일화 상대였던 박명기 교수에게 2억 원을 건넨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뉴시스)  
 
고 노무현 대통령 수사처럼 검찰, 보수언론에 흘리기
진보언론의 이러한 시각에 대해 또 다른 진보 매체 하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처럼 검찰이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흘리고 보수언론이 받아쓰고 진보언론마저 여론재판에 나서 ‘확인사살’하는 불쏘시게 역할을 경계하는 기사를 낸 것은 그만큼 ‘곽노현 사건’이 갖는 우리 사회 진보 진영에 주는 메시지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매우 뜨거운 이슈임을 말해주고 있다.

‘곽노현 사건’-.
과연 언론이 추구해야 할 바른 보도 자세는 무엇일까?

판단의 기준이 되는 핵심 쟁점 내용 검토가 먼저일 것 같다. 공통된 인식 하나가 있다. 즉각 사퇴와 현 시점 사퇴불가를 얘기하는 진보진영에서도 곽 교육감이 2억원을 건넨 사실에 대해선 하나같이 ‘부적절한 행위’로 인식을 함께 한다. 갈리는 지점은 곽 교육감이 말한 ‘선의’의 부분에 대한 해석이다. 여기서 의견이 갈라진다.

이러한 두 가지 시각 차이를 돋보이게 잘 나타낸 주장의 글들이 있다. 엄기호 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가 쓴 <곽노현 잘라내기가 과연 진보진영의 최선인가?>(프레시안 2011.9.2일), 김종배 시사평론가가 쓴 <사퇴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한겨레신문 2011.9.3일) 두 글이다. 한 번 살펴보자.

‘곽 교육감 사퇴’ 엄기호, 김종배씨 주장 엇갈려
엄기호 연구활동가는 ‘선의’라고 언표(言表)한 곽노현 교육감의 인권은 존중돼야 함을 강조한다. 그 이유는 ‘무죄 추정의 원칙’도 있지만, 더 중요한 본질적인 것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 인권의 핵심에는 인간의 존엄성이 있고, 인간의 존엄성 핵심에는 그 사람의 말 속에 있을지 모를 ‘정의의 가능성’ 때문에 어떤 경우라도 말할 수 있는 기회 보장과 경청이 이뤄져야 함을 강조한다.

“지금 곽노현 사건에서 소위 진보 진영이 헌신짝처럼 내던진 것이 바로 곽노현이 주장하고 있는 '정의의 가능성'이다. … 곽노현이 순진하고 정직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전적으로 무고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그에게 잘못이 있는가, 있지 않는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의 ‘잘못으로 추정되는 행위’가 취급되고 있는 지금의 방식이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를 고발하는 쪽도, 그를 버리려는 쪽도 그의 잘못이 무엇인지, 그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갖는 정치적 여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흥사단에서 열린 '서울 민주진보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을 말하다'에서 박석운(가운데) 곽노현선대본부 공동선대본부장이 발언 하고 있다. (뉴시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정당성 상실과 이중 잣대로 인해 “교육감 직 사퇴가 맞다.”고 주장한다. 먼저 곽 교육감의 주장처럼 뜻은 선했는지 모르지만 방법은 선하지 못함으로써 정당성을 잃었다고 지적한다.

“‘법학자이자 교육자’로서 올바름과 정직을 실천하고자 했다면 세정당국이 증여세를 징수할 수 있도록 투명한 전달 절차를 밟았어야 하는데도 우회적인 방법을 썼다.”

또, 교육계 부패척결과 관련 행위의 이중 잣대를 지적한다.

“해임·파면한 교장·교감 중에는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했어야 하는데도 단호하게 징계했다. … (그런데) 자신의 변칙행위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하면 서울시교육청 행정이 어떻게 되겠는가.”

결국 일관성과 정당성을 잃어버림으로써 사회적 판단 잣대와 게임 룰을 해체해 버리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당신에게 만약 ‘곽노현 사건’을 보도할 수 있는 편집권한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다루겠는가?

비판, 감시속에 인권 진실 정의의 가치 숨쉬어
만약 나에게도 ‘곽노현 사건’ 보도와 관련 편집권한이 주어진다면 김종배 시사평론가의 주장을 공감 하면서도 엄기호 연구활동가 얘기를 존중하는 가운데 기사와 논평 등을 다룰 것 같다. 그것은 언론의 기능 속에는 비판과 감시기능이 중요하지만, 그 비판과 감시 속에는 인권, 진실, 정의 등이 본질적 가치로서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바탕을 둔 ‘객관적 진실’ 추구다. ‘곽노현 사건’은 추가 증거 여부에 따라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 아직 예단할 수 없는, 사회적으로 매우 파장이 큰 하나의 사건일 뿐이다.

그럼에도 보도 자세와 관계없이 여전히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 이성적인 판단 그 너머에선 자신의 명예 침해에 대해 진실규명의 길을 택한 인격권이냐, 사회적 가치를 위한 결정이냐? 물음이 여전히 짓누른다.

글을 마무리할 즈음 마침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입을 열었다. <오마이뉴스>와의 전격 인터뷰에서 출마를 생각하게 된 배경으로 ‘역사의 물결’을 얘기했다.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현 집권세력이 한국사회에서 그 어떤 정치적 확장성을 갖는 것에 반대한다”는 그는 자신의 시장 출마 여부도 역사의 물결에 거스르지 않는 방향에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역사의 후퇴보다는 지금보다 나은, 발전을 원한다. ‘곽노현 사건’도 역사의 흐름에서 후퇴되는 일이 없는 결과로 끝맺기를 진정 희망한다.

손정연 (전 전남일보 편집국장 · 한국언론재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