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위기의 종교·지역방송, 돌파구는 없나

미디어렙 공백으로 존폐 위기 우려…연계판매 제도화 필요

장우성 기자  2011.08.31 14:49:11

기사프린트



   
 
  ▲ 29일 서울 조계종 총무원에서 이재천 CBS 사장, 김영일 불교방송 사장, 평화방송 오지영 사장신부 등 종교방송 사장단이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예방하고 있다.  
 
#1 “아무개가 제안을 받은 것 같다.” “시험 보러 서울에 올라갔다가 왔단다.” “조건이 안 맞아서 포기했다더라.” 종편, 신규 보도채널이 등장한 이후 소문이 무성하다. 그렇다고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다. 기자 충원이 중단된 지는 몇 년 째. ‘막내는 평생 막내’라는 소리가 나온다. 빠듯한 인원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지만 지역 경쟁 방송사 사이에서 급여 수준도 KBS, MBC에 뒤떨어진 지 오래다. 임금은 몇 년째 동결이다.

#2 한 종교방송의 중견 기자는 최근 한 종편사에서 영입 제의를 받았다. 대우도 나쁘지 않았다. 현재 직장에 만족하기에 거절했지만 미디어렙법이 흘러가는 모양을 보니 심상치 않다. 언론노조의 미디어렙 총파업 소식에 나도 모르게 관심이 간다. “좀더 고민해볼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스친다.


한 지역민방사와 종교방송사 보도국의 풍경이다. 다른 지역, 종교방송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자들이 동요하고 있다. 종교·지역방송 구성원들은 미래가 불안하다. 이 때문에 지난 23일 시작된 언론노조 총파업 집회에 이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한 종교방송사 노조원은 “미디어렙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취재 인력은 참여하기 어렵지만 최대한 짬을 내 자발적으로 집회 등에 참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만큼 위기위식이 팽배한 상태다.

적자 심화, 경영상태 악화일로
위기는 경영 지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역민방의 광고 매출은 악화일로다. 한 지역민방사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개 지방민방의 광고매출액은 1천5백억원 수준. 5년 전과 비교하면 25%가량이 줄어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더구나 적자 구조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08년 이후 지역민방은 3백억원가량의 당기순손실로 들어섰다.

종교방송 역시 사정은 매한가지다. 6개 종교방송사의 2004~2008년 매출을 분석한 한국방송광고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종교방송사들의 총매출액은 평균 2백50억4천2백만원(2004년)에서 3백억6천2백만원(2008년)으로 상승했지만 당기 순이익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A 종교방송사의 경우 조사 기간 동안 매년 평균 5억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B 종교방송사는 평균 2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역·종교방송의 수익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커 미디어렙 도입에 따른 경영의 불안정성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광고연계판매는 지역민방, 종교방송의 수익에 큰 영향을 끼친다. 연계판매는 KBS 2TV, MBC, SBS의 광고를 판매할 때 중소방송사를 패키지로 파는 방식을 말한다. 현재 지역민방, 불교방송, 원음방송은 SBS의 광고 판매에, 지역MBC와 CBS, 평화방송은 MBC, 극동방송은 KBS에 패키지로 들어가 있다.

지역민방이 광고연계 판매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연간 5백억~6백억원 규모로 알려져있다. 이는 전체 광고수익의 3분의 1 정도로 추산된다.

종교방송의 전체 매출액에서 광고 비중도 높은 편이다. 코바코의 ‘방송산업실태보고서’에 따르면 CBS의 2008년 총매출 중 광고수익은 45.8%, 불교방송은 70.8%, 원음방송은 86.4%에 이른다. 특히 이 광고매출의 90% 정도는 연계판매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연계판매의 제도화에 중소방송사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빨라지는 지역·종교방송의 행보
미디어렙 입법이 지체되면서 지역·종교방송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연계판매제 폐지 움직임과 입법 지연에 따른 SBS, MBC의 자사렙 설립, 종편의 직접 광고영업 채비 등 지각변동을 일으킬 움직임이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노조에 국한되지 않고 사측 또한 적극적으로 나서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종교방송 사장단은 최근 교계 지도자를 순회 방문하며 미디어렙법 입법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 29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찾아 미디어렙 입법 지연 상황을 설명했다. 자승스님은 이를 위해 “관련 법안이 올해 안에 반드시 처리돼야 하며 각 종단이 힘을 합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혀 기독교, 천주교 등 타 종교 교단들과도 공동 보조를 맞출 것을 예고했다. 종교 방송 사장단은 기독교, 천주교 지도자들과도 만나 여론 확산에 나설 계획이다. 이들은 이미 지난달 27일 결의문을 채택해 정치권에 종교방송 지원방안을 포함한 미디어렙 입법을 강력히 요구했다.

지역민방도 이례적으로 공동 토론회를 동시 방송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KNN, 대구방송, 광주방송, 대전방송, 전주방송, 청주방송, 울산방송, GTB 강원민방, 제주방송 등 지역 9개 방송사는 25일 ‘위기의 지역방송 해법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동시 방송했다.

이 자리에서 고수웅 지역민방협의회 부회장은 “2006년부터 작년까지 9개 지역민방의 광고 매출이 약 23%가 줄었고, 종편이 출범하면 추가 30% 손실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미디어렙법 조속 입법·연계판매제 명시
종교·지역방송의 가장 큰 요구는 미디어렙법의 조속한 입법이다. 무법 상태에서 초래될 거대 지상파와 종편의 광고 영업 경쟁 속에 중소방송들은 존폐의 위기에 몰릴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 주요 내용은 연계판매 제도의 법제화다.

광고주협회는 지난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에 코바코의 방송광고연계판매제가 불공정 거래라고 신고하는 등 연계판매제가 불공정거래에 해당한다는 문제제기는 계속돼왔다. 이에 따라 새로 제정되는 미디어렙법에 연계판매가 법적으로 명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방송광고의무할당제도 논의되고 있다. 미디어렙 허가 조건에 취약매체 광고할당 비율을 의무화시킨다는 내용이다. 지역민방협의회 측은 지상파 전체 광고금액 중 35% 이상을 중소방송과 취약방송에 할당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2008년 헌법재판소가 내린 코바코 방송광고 독점판매제도 헌법불합치 판결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있다. 헌재는 방송광고판매대행사를 코바코와 코바코 출사 회사로 한정한 문제를 지적했을 뿐 중소방송 보호를 위한 제한적 경쟁체제의 취지는 인정했다는 것이다.

학계는 미디어렙 체제에서 보완 장치를 두더라도 중소방송사의 전체 광고판매액 감소는 피할 수 없다는 진단을 내린다. 이를 보전할 수 있는 법 제도적 보완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주장의 근거다.

이 때문에 중소방송의 방송발전기금 납부 유예 혹은 면제, 전파료 및 광고비 배분 구조 개선 등도 거론된다.

‘지역방송발전지원법’ 등과 같은 특별법을 제정해 각종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종교방송의 경우 기금 설립, 후원금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통한 지원 방법이 제기된 바 있다.

한 지역방송의 관계자는 “지역방송, 중소방송 지원은 상업적 논리보다는 지역성과 다양성 구현을 통한 사회 균형발전, 문화 보존 차원에서 이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