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SNS시대, 살아남고 싶다면 '소통의 힘' 활용하라

뉴스공급만으로는 도태되기 십상…전문가들 "SNS에 뉴스룸 열어라"

이대호 기자  2011.08.18 10:33:22

기사프린트

#1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잘 활용하는 언론사요? 솔직히 한 곳도 없어요.” 전문가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부정적이었다. 지난달 서울을 휩쓴 폭우 이후 SNS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높아진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답이다.

#2 “기자들은 다르다? 똑같아요. 선임 기자들은 심지어 SNS를 곧 사라질 유행 정도로 생각해요.” 이러다보니 기자들의 SNS 활용 실태는 특정 이슈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거나 자신의 기사를 SNS 상에서 공유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이 고작이다.

#3 “이대로 괜찮냐고요? SNS에 적응 못하는 언론사와 기자는 도태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언론이 정보를 독점하고 기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던 시대는 SNS와 함께 끝났다고 말한다. SNS에서 형성되는 정보력과 검증능력, 전파력이 언론을 능가하는데 뭐 때문에 언론에 의존하겠느냐는 것.




   
 
  ▲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트위터를 통해 가진 타운홀 미팅. 오바마가 트위터의 질문에 답하는 장면이 생방송 됐고, 이 내용은 트위터에 바로 올라갔다.  
 
SNS 관심 높지만 활용은 초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가 폭발적으로 확산되면서 우리 언론도 SNS발 기사를 보도하고 있지만 앞선 해외언론의 SNS 기반 보도에 비하면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SNS의 본질인 소통의 힘을 활용하기보다는 SNS에서 형성되는 여론을 점검하고 자사의 기사를 SNS에 공급하는 기능적인 성격이 더 강하다.

우리 언론의 SNS 활용법은 비슷하다. SNS 계정을 개설하고 자사의 기사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이다.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SNS 탭을 마련해 자사 뉴스가 SNS 상에서 공유되는 정도를 보여주거나 SNS 버튼을 클릭하면 자사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으로 연결되게 한다.

기사 내부로 들어가면 거의 동일하다. 기사 상단과 하단에 독자가 자신의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그 기사를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버튼이 있다. 최근에는 ‘소셜 댓글’ 입력창도 여러 언론사에서 도입하고 있다. 여기에 글을 쓰면 독자의 SNS에도 댓글이 등록되는 기능이다.

기자들도 대부분 SNS를 하고 있지만 개인적인 활동일 뿐 취재에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일부 기자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특정 이슈에 대한 의견이나 코멘트를 받아서 기사에 인용하고 있다. 정치인이나 연예인의 트위터 발언을 기사화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마저 온라인뉴스에 그친다.

뉴스 생산 측면에서 보면 대부분 SNS 전담기자나 전담부서가 없다보니 SNS에서 독자들을 참여시키는 기사를 기획하지 못하고 이슈에 대한 반응 점검 정도에 머문다. 뉴스 유통 측면에서도 매체의 특성을 고려한 최적화된 기사를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지면용으로 생산된 기사를 SNS에 링크할 뿐이다.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는 SNS를 활용하는 우리 언론의 현 수준을 ‘무전략, 1회성, 트래픽 늘리기’로 특징지었다.



   
 
  ▲ 한국일보는 지난달 국내 최초로 ‘소셜 미디어’ 면을 신설했다.  
 
한국일보·한겨레, 새로운 시도

물론 진전된 새로운 시도도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일보는 지난달 단행한 지면개편에서 ‘소셜미디어’면을 신설해 매주 금요일 SNS와 관련한 이슈 및 트렌드를 다루고 있다. SNS를 다루는 지면을 정기적으로 배정한 것은 우리 언론에서 처음이다. 또 한국일보는 기획기사를 쓸 때 필요한 경우에는 트위터 여론조사를 실시해 팔로우들의 의견을 기사에 반영하기도 한다.

한겨레는 홈페이지에 소셜미디어 섹션 ‘통하니’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SNS에서 인기 있는 자사의 기사를 보여주고, 특정 주제를 선정해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을 받기도 한다.

해외언론 사례를 보면 뉴욕타임스는 자사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스토리앱을 개설해 시민의 제보와 스토리를 모집해 기사에 활용한다. 워싱턴포스트는 SNS 담당기자를 두고 기사의 기획부터 취재, 기사작성까지 SNS 상에서 시민들과 함께 진행한다. BBC는 소셜미디어 전담 에디터제를 도입했다. 영국 방송사 스카이뉴스는 온라인팀 기자를 트위터 전담 기자로 배치했다. 주간지 뉴요커는 페이스북 팬에게만 제공하는 전용 콘텐츠 서비스를 시작했다.

해외언론의 공통점은 소통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전담기자와 전담에디터를 두고 SNS 유저들과 소통하면서 기사를 기획하고 취재한다. 이런 과정에서 파트너십이 형성되고 SNS 유저의 충성도도 높아진다.

국내 언론에도 이런 사례가 있다. 스마트폰이 보급된 이후의 최근 재난상황에서다. 특히 지난달 서울 등 중부지방을 휩쓴 폭우 때 언론은 SNS를 적극 활용했다. SNS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공유한 속보메시지와 현장사진, 동영상을 토대로 SNS발 기사를 쏟아냈다. 폭우 현장에서 스마트폰을 타고 실시간으로 SNS에 올라온 정보는 속도와 현장감에서 기존 언론을 압도했다. 몇몇 SNS 영상과 사진은 공중파에 그대로 소개되고 신문 1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몇 번의 경험에도 언론이 SNS 기반 보도의 획기적 전환을 이루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는 SNS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신뢰성 때문이다. 언론은 주로 취재원과 기자의 관계에서 나오는 정보를 검증해 사용한다. 이런 언론의 입장에서 불특정다수가 올리는 SNS 상의 정보는 신뢰하기 힘들다. 따라서 이를 얼마나 신속하게 검증하느냐가 언론의 과제이기도 하다.



   
 
  ▲ 한겨레 sns '통하니'.  
 
언론환경 변화, 뉴스룸 혁신 필요

언론이 SNS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뉴스 제작과정을 독자들에게 열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공훈의 위키트리 대표는 “SNS에는 언론보다 더 정확한 1차 소스를 가진 유저가 많고 전문가도 많다. 이들에 의해 일상적으로 검증이 이루어진다. 중요한 것은 SNS에 있는 정보의 신뢰성이 아니라 언론이 SNS와 수평적 관계에서 뉴스룸을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사뿐 아니라 SNS를 받아들이는 기자들의 자세도 중요하다. SNS 취재 및 기사작성법을 강연하는 이성규 뮤즈얼라이브 대표는 “지면용 기사를 인터넷과 SNS에 그대로 올려서는 더 이상 관심을 끌 수 없다. 사진, 영상, 스토리, 지도 등을 활용하는 많은 솔루션이 외국에서 쓰이고 있다”며 “새로운 기사쓰기 기술을 받아들여야 SNS 시대에 기자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소셜미디어면 담당자인 양홍주 기자는 “SNS 여론조사 기법은 이제 많은 신문사에서 활용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며 “기자들도 미디어환경의 변화를 느끼고 있기 때문에 해외언론의 사례를 따라가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