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사장의 사표 소동은 주말을 낀 4일에 걸쳐 급박하게 벌어졌다. 지난달 29일 오전 김 사장은 평소처럼 오전 임원회의를 주재했으나 사표 제출에 대해서 전혀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오전 11시30분 비서실을 통해 방송문화진흥회에 사표를 제출하고 연락을 끊은 채 잠적했다. MBC는 정오에 첫 보도자료를 내 “진주·창원 MBC 통폐합 승인 보류에 책임을 지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4시쯤 “책임을 지고”를 “항의의 뜻으로”라고 수정한 보도자료가 다시 배포됐다.
김 사장의 사표 제출 배경은 ‘총선 출마 준비용’ ‘방통위의 진주·창원MBC 통합 승인 보류에 대한 압박용’ 등 다양한 추측이 꼬리를 물었다. MBC 임원들은 사표 제출 진의를 확인하기 위해 연락을 취하기에 분주했다.
이때부터 ‘사표 반려’ 설이 MBC와 방문진 안팎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어 오후 6시 방문진은 긴급히 이사회를 소집했으나 일부 이사들이 연락이 닿지 않아 여당 추천 이사 6명만 참석한 가운데 회의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이사들은 “광역화 지지부진이 사장이 책임져야 할 일인가”, “사장의 진의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는 의견들을 내놓고 1일 오전 10시 다시 이사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1일 열린 임시이사회는 여당 이사들과 야당 추천이사 3명의 격론으로 문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재우 이사장은 “어제(31일) 김 사장과 통화가 이뤄졌는데 ‘통합 승인 보류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지 실제 사퇴할 의사는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 이사들은 일단 회의를 중단하고 오후 2시 속개 전까지 본인이 직접 와서 진술할 것을 요구해 김 사장과 연락을 취했다.
오후 2시15분 김 사장은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6층 방문진 사무실에 나타났다. 15분가량 회의실에 머문 김 사장은 이사들에게 “방통위의 통합 승인 보류 결정으로 방문진에 자신의 재신임을 묻기 위해 사표를 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 후 돌아가던 김 사장은 빌딩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MBC 노조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속개된 이사회에서 여야 추천 이사들은 격렬히 부딪쳤다. 여당 측 이사들은 본인의 의사를 확인했으니 과거 김중배, 엄기영 전 사장도 사표가 반려된 사례가 있으므로 김 사장의 사표 역시 반려하자고 주장했다. 야당 측 이사들은 법률상 주식회사 대표이사의 사표가 제출과 동시에 효력을 가지므로 후임 사장 선임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고 맞섰다.
수적으로 앞선 여당 이사들은 재신임을 묻는 투표를 진행해 6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으며 야당 이사들은 기권했다.
방문진은 이사회 뒤 브리핑을 통해 “법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주주총회의 재선임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으며, 2시간 뒤 서울 모 호텔에서 MBC의 주주인 방문진의 김 이사장과 정수장학회의 최필립 이사장이 만나 주주총회를 열고 재선임을 결정했다.
김 사장의 사표 제출 배경에 아직까지도 의구심이 있다. 공식적으로는 “방통위에 항의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으나 석연찮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년 총선 출마 준비용’이라는 해석이 나온 이유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1일 열린 MBC노조의 기자회견에 참석해 “김 사장이 지난주 여권 실세를 만나 공천 내락을 받고 사표를 냈다는 정보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총선 출마 준비에 무게를 뒀던 김 사장이 사표 제출 후 주변의 만류가 완강하자 ‘통합 승인 보류 항의’로 물러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