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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기자들 '도청'에 괴롭다

겉으론 평온…속으론 '의문·자괴감' 팽배
"평기자는 피해자" "여권 전달 여부가 핵심"

장우성 기자  2011.08.03 13: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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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젖은 서울 여의도 KBS 사옥. 공개 생방송을 보러온 청소년들로 왁자지껄하다. 오가는 직원들도 평상시와 다름없다. 언론계는 민주당 회의 도청의혹으로 들썩이는데 KBS는 외견상 평온하다. 내부 구성원 사이 대화에서도 이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은 적다고 한다. 사내 통신망 게시판에도 도청 관련 글은 눈에 별로 띄지 않는다.

KBS 구성원들은 도청 의혹에 무관심한 것일까. 한 KBS 기자는 “답답함 속의 침묵”이라고 말했다. 속으론 자괴감과 의문이 똬리를 틀고 있지만 겉으로 표현을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썰렁한 게시판도 무관심의 증거는 아니다. 실명화된 게시판에 용기 없이는 자기주장을 하기 어렵다. 더구나 한솥밥을 먹는 동료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으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도 개인별로 말을 붙이면 KBS 기자들은 ‘도청 의혹’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결국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회사 측의 해명을 믿어보자는 의견이다. 한 간부급 기자는 “회사는 ‘도청을 하지 않았고 제3자의 도움으로 회의내용을 파악했다’는 일관된 입장”이라며 “다들 도청에만 매달리는데 그것보다 제3자가 있는지 파고들어봤으면 좋겠다. 특보 출신 사장이 있다는 원죄 때문에 KBS가 뭇매를 맞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대부분 기자들은 사측의 입장에 의문부호를 지우지 못한다. “무엇 하나 딱 부러지는 설명이 없다. 의심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는 한 중견기자의 말처럼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이 때문에 내심 노조나 KBS기자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도 크다. 그러나 쉽지 않다. 자치 조직은 자기 노조원이자 회원인 당사자들의 말을 일단 믿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한계에서 회사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돼도 제대로 조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고개를 든다. 최근 새 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도 “진실 규명에 운신의 폭이 좁은 노조가 할 수 있는 몇 되지 않는 일”라며 “그나마 참여율이 생각보다 높지 않았던 건 구성원들의 복잡한 속내를 반영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시민단체나 타 언론의 KBS에 대한 비판에도 마음이 편치 않다. 한 젊은 기자는 “외부의 비판에 우리가 언론자유 운운하며 항변하는 건 낯 뜨겁다”면서 시민사회에 좀 더 세심한 접근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이 사건에서 평기자들은 사실 피해자”라며 “수신료 인상 자체는 공익적이란 믿음을 가진 기자들에게 회사가 무리하게 드라이브를 걸다 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휘둘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자들의 말 중에 교집합이 있었다. 아직 증거가 불확실한 KBS의 도청 여부보다 한나라당에 관련 정보를 전달했는지를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측 주장대로 제3자를 통해 회의 내용을 파악했더라도, 이를 한나라당 쪽에 전달했다면 문제는 크게 달라진다. 그러나 “대부분 ‘KBS가 도청을 했느냐, 안 했느냐’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중견 기자는 “회사가 도청 부분은 언급이라도 하지만 여당 관련 대목에서는 한마디도  없다”며 “더 심각한 문제는 그쪽일 수 있다. 그걸 피해가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고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