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1일 이사회를 열어 사표를 제출한 김재철 MBC 사장을 재신임하기로 결정했다.
이사회 대변인인 차기환 이사는 이날 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사회 투표 결과 재신임 찬성 6표, 기권 3표로 김 사장의 재신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의 최종 재신임 여부는 주주총회를 통해 결정되며, 조속한 시일 내에 총회를 소집해 '재선임'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재선임을 통한 재신임' 형태를 띄게 되는 셈이다. MBC의 주주는 방문진과 정수장학회다.
방문진은 이날 오전 임시이사회를 열어 김 사장의 사표 처리를 놓고 격론을 벌였으나 의견이 엇갈렸다. 정회 끝에 오후에 속개된 이사회에 2시15분 경 김재철 사장이 직접 출석해 "핵심 공약인 진주.창원 MBC 통합 승인이 방통위에서 계속 보류되는 것에 책임을 느껴 최대 주주인 방문진에 재신임을 묻기 위해 사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어진 이사회에서 법률상 주식회사 대표이사의 사표 제출은 그 자체로 법적 효력을 가지므로 후임 사장 선임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야당 추천 이사들과 과거 김중배, 엄기영 전 사장 재직 시에도 방문진이 사표를 반려한 사례가 있으므로 이번도 같이 처리하자는 여당 이사들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방문진 이사는 여야 추천으로 구성되며 각각 6명, 3명이다.
결국 야당 이사들은 표결에 기권하고 여당 추천이사 전원 찬성으로 재신임 입장을 결정했으며, 법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주총을 통해 재선임하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방문진은 전했다.
주총에서 재선임이 확정될 경우 김 사장의 임기는 잔여임기인 2013년 2월까지다.
그러나 MBC 안팎의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이 이같은 결정을 한 배경에도 의구심이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김 사장이 총선 출마 준비에 무게를 두고 사표를 제출했으나 주변의 만류가 거세자 재신임 쪽으로 물러선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MBC 임원들조차도 29일 김 사장이 비서실을 통해 사표를 제출하기 전까지 전혀 알지못해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방통위의 진주.창원 MBC 통합 승인 보류에 항의하기 위해서라면 사의 표명 정도로도 충분했을 텐데 굳이 사표를 낸 것 또한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쨌든 공영방송의 최고경영자로서 혼란을 야기한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조의 반발 또한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날 오전 방문진 사무실이 있는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문진이 후임 사장 선임 절차에 돌입하지 않고 김 사장 사표를 반려하거나 재신임할 경우 대의원 대회를 열어 총파업 찬반투표 일정을 잡겠다고 공언했다.
노조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방문진에 제출하기도 했다. MBC노조는 이번주 내 전국 대의원 대회를 열어 투표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