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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4년의 인과응보론

한국기자협회 온라인칼럼 [손정연의 재스민 편지]

손정연 전 전남일보 편집국장  2011.07.29 17: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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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정규직 없는 공장만들기 희망버스'를 타고 전국의 주요 기업을 돈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이 정권의 임기는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임기가 끝난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이명박 정권이 뒤틀어 놓은 한국사회의 구조가 국민들에게 두고두고 깊은 고통을 안겨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이것은 우리에게 ‘정권을 담당하는 세력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고 어떤 이념과 정책을 가지고 있는가를 정말로 잘 살펴봐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미사여구와 그럴듯한 숫자놀음에 속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이런 (정권을 탄생시킨) 정당을 혹독하게 심판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살아날 방법이 없다.” (강철구 이화여대 교수, ‘이명박 정권은 왜 국민의 혹독한 심판을 받아야 하는가?’ 프레시안 2011.7.19)

“희망버스는 불안한 현실 ‘저항 아이콘’ / 시민 7천여명, 그들은 왜 희망버스를 탔나 /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정리해고 일상화된 사회 / ‘한진중공업만의 문제 아니다’
자본의 탐욕 향한 분노 일반시민들 연대 손잡아” (한겨레신문 2011. 7.11일자 1면 머리기사 제목)

“밖에서 보면 배가 침몰하고 있는 게 분명히 보이는데, 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은 그걸 모른다. 서로가 선장 키를 잡겠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다가 조금 지나 배가 가라앉는 게 분명해지면, 그때는 서로 구명정을 먼저 타려고 아귀다툼을 벌일 것이다. 구명정에 먼저 올라탄 이는 나중에 타려는 이를 발길로 차 내기도 할 것이다. 최선은 다해 봐야겠지만 이미 늦었다. 지금 민심은 지난 4년간의 인과응보인데, 지금 와서 이를 어찌 돌릴 수 있겠는가.” (뷰스앤뉴스 2011. 7.13일자 <뷰스칼럼> 중 한나라당 한 원외인사 코멘트 )


요즘 MB 집권 4년의 인과응보론이 언론은 물론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불만 섞인 목소리로 터져 나오고 있다.
가장 현실적인 정치적 이슈로는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할 것이라는 예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잘 건져야 1백10석 정도이고 어쩌면 1백석도 건지기 힘든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의원들 가운데 선상반란도 불사할 듯 널뛰기하는 모습을 보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또 하나는 “분노하라”는 소리가 반복 재생산되고 있는 심상치 않은 사회 분위기다.
 -우리가 함께 화를 내야만 사회를 바꿔나갈 수 있다.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 2011. 6.29일 충남대에서 대학생 등록금 관련 발언)
  -청년들이 지금 겪고 있는 열악한 경험이 자아를 찾아 나가는 황금의 시간이라는 자각이 있어야 한다. … 물질적 보상보다는 … 인간을 인간답지 못하게 하는 구조에 대한 분노가 진정한 동력이다.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등록금 · 실업대란 청년들 대상 <청춘상담앱>중에서 한겨레신문 2011. 7.15)

- 지금 한국사회는 분노하고, 참여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장 만연해 있는 정리해고, 비정규직과 같은 노동 문제는 그 중에서도 시급히 대응해야 할 일이다. 한국 사회는 지금 백척간두에 서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그 결말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홍세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편집인, 2011. 7. 7 ‘분노하라’ 강연에서)

 - (절제심이 강한)안철수 교수가 최근 어떤 인터뷰에서 ‘분노를 느낀다’고 했는데 나는 (MB에 대해) 분노를 넘어 체념한 사람이다. … 현 정치권이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국민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면 우리가 지불해야할 비용이 너무 크다. (김종인 전 경제수석, 2011. 7.13일 안양아트센터에서 열린 ‘2011 청춘콘서트’에서)



   
 
  ▲ 전국등록금네트워크와 한국대학생연합 관계자들이 지난 19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반값 등록금 예산ㆍ입법 촉구 100만 국민 서명운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분노하라! 메시지 심상찮아

‘분노하라’ ‘분노하라.’ 이 메시지가 심상찮다. 전국 곳곳 사회적 이슈가 있는 곳마다 민심이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등록금 문제, 전세 대란, 살인적인 물가, 침수·단수 곳곳서 터지는 4대강 공사 후유증 피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10만명에 급여 축소 통보, 취업난, 정리해고 ….

지난 21일 명동성당 재개발 현장에서 용역 직원들이 철거에 반대하는 한 노인 세입자를 폭력적으로 협박하는 현장 사진 한 장이 인터넷상에 오르자 트위터, 블로그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격분한 민심이 응집되는 등 그 속도 또한 놀랍다. 눈여겨 볼 대목은 갈수록 그 응집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양극화로 중산층이 점점 무너져 중산층의 의식과 저소득층의 욕구가 같이 결합할 때 사회적으로 어떻게 폭발할지 아무도 모른다." 김종인 전 경제수석의 거대한 국민저항 폭발 경고는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안전을 위해 양파껍질처럼 벗겨지는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권재진 법무장관,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들의 추천을 취소하려 하지 않는다.”는 잇단 언론보도를 대하는 시선들은 그래서 더욱 차갑다. “그들의 임기가 끝난 뒤에는 그러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MB정권의 이분법,  배타적 정치’의 산물
왜? 무엇이 MB 4년의 인과응보론 얘기를 낳게 하고 있는 것일까?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된 얘기들을 종합하면 MB정권의 이분법적 사고의 배타적 정치가 가져온 결과로 정리된다.
출범직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 광우병 우려 해소를 요구하는 촛불집회로부터 시작해서 4대강 사업, 용산 참사, 세종시 문제, 천안함 사건,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희망버스에 이르기까지 내편과 네 편, 편 가르기가 심할 정도로 우리 일상 속에 들어와 있다. 끊임없이 시(是)와 비(非)를 결정해두고, 내 뜻과 같다면 시(是)이고, 다르다면 비(非)로 가차 없이 내몬 결과다. 너와 나, 피아(彼我) 구분이 확실하다.

민주주의 국가 국정운영의 핵심이 소통과 통합이라고 할 때, MB정권의 이분법적 배타적 정치는 태생적으로 사회적 이슈마다 소리가 나게 되어 있다.
국민들로부터 터져 나오는 비난과 비판의 목소리 수위를 낮추려면 적어도 정부의 모든 정책에 <공정>과 <정의>가 뒷받침돼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현실은 “불공정이 공정인 세상이 됐다”란 말이 공공연하게 얘기될 정도로 민심은 거칠다. <정의> 또한 눈을 다시 뜨고 찾아보아도 잘 보이질 않는다. 



   
 
  ▲ 손정연 전 전남일보 편집국장  
 
국정운영의 첫 단추는 어떤 얼굴들이 등용돼 국민들과 소통하며 책무를 다해줄 것인가, 요컨대 국민들은 추천된 인물들의 됨됨이를 살피면서 정권에 대한 신뢰도를 가늠한다. 그러나 인사청문회 때마다 추천된 후보자들의 부도덕하고 부패한 면모들을 보면서 국민들은 상실감을 넘어 이젠 냉소적인 분위기다.
‘MB측근 챙겨주기’ 비판은 주요 요직 인사 때마다 쏟아지는 레퍼토리다.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정과 정치적 중립성이 생명인 감사원 감사위원에 ‘BBK 팀장’을 맡았던 은진수씨 임명을 강행했으나 비리로 구속되는 등 MB집권 이후 최근 4년간 공무원들이 뇌물로 인해 파면이나 해임 등 중징계를 받은 숫자가 5.5배나 폭증한 것은 무얼 의미하는가?

정부부처, 공기업 곳곳에서 비리, 부정의 기사들이 계속 터져 나오고, 공무원 비리 폭증 발표 직후 열린 정부 장·차관 워크숍에서 “나라가 썩었다”는 MB 발언에 대해 한 언론이 “허무개그”로(미디어오늘 2011. 6.22일) 표현한 것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희망버스’는 저항의 상징성
‘분노하라’는 목소리의 민심은 결국 국민들이 바라는 민생정치를 외면한 채 시종여일 이분법적 사고에 갇힌 국정운영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다. 서울 물난리 등 최근 더욱 요동치는 민심 정국에서 ‘희망버스’는 하나의 상징성을 띠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정리 해고에 맞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크레인 위에서 투쟁하고 있는 김진숙 씨를 지지하는 연대 물결이지만 내용에 있어선 불안한 현실에 대한 저항의 의미가 크다는 언론들의 분석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만은 살려낼 것으로 믿고 뽑은 대통령이 ‘747공약’은 입도 뻥긋 못한 채 경제 실정의 수렁에 빠지고, 지난해 공공기관 부채가 1년 새 63% 폭증하는 등 MB집권이후 가계부채,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도 매우 불안스럽다.

‘신공항’ ‘과학비지니스벨트’ 등 주요 정책 결정 때마다 지역 간 갈등이 증폭되고 국민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 것은 큰 불만이다. 무엇보다도 촛불집회에서 보듯 국가로부터 정당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부자와 재벌들 보호정책과는 달리 서민들의 복지정책은 갈수록 축소되는 등 많은 국민들이 냉대를 받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여기에 비정규직 숫자가 전체 근로자 절반에 육박하고 청년 실업자 1백만명(취업준비생 포함) 시대 돌입 등 악재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특히 이들 비정규직과 청년들의 임금이 MB집권 후 급속하게 악화된 것도 불만스럽다.

오죽하면 ‘MB 남은 임기 계산기’앱 나왔겠나
비록 ‘희망버스’는 타지 않더라도 ‘희망버스’ 출발을 주목하는 것은 정부가 책임져야 할 ‘물가난국’ 해결책까지 국민들에게 내라고 하는 정부로부터 희망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희망버스’를 불안한 현실의 ‘저항 아이콘’ 으로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러한 민심의 흐름과는 달리 “희망버스는 훼방버스”라는 청와대 인식이 바로 인과응보론 표적이 되고 있다. 오죽했으면 ‘MB 남은 임기 계산기’ 애플리케이션까지 나왔겠는가.
답은 분명하다. 내편, 네 편의 이분법적 편가르기를 ‘우리’로 바꾸고, ‘측근인사’는 ‘인재등용’으로, 부자·재벌 중심에서 ‘서민·중소기업’ 중심으로, 권력정치에서 ‘민생정치’ 현장으로, 일방통행 커뮤니케이션을 ‘소통’으로 바꾸는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후보시절 국민들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 것인가? 밤잠을 설치며 정책공약을 수정하며 고민하던 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경험을 살려 경제를 일으키고 국민들을 위해 국정을 공정하고 정의롭게 운영해보겠다고 다짐하던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바로 그 초심으로 돌아가 남은 임기동안이라도 실천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진정 보기를 원한다. 
그러나 여전히 ‘빼앗긴 10년’에 대한 보상과 되찾은 권력을 향유하는데 소모한다면 대통령 자신은 물론 국민 모두가 불행할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어디일지 모르지만 현재 타오르는 분노가 ‘퇴임 계산기’ 정지에 앞서 폭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손정연 전 전남일보 편집국장·전 한국언론재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