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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리꾼'이란 직업을 아시나요?

한국기자협회 온라인칼럼[엄민용의 우리말글 산책]

엄민용 경향신문 엔터테인먼트부 차장  2011.07.29 17: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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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민용 경향신문 엔터테인먼트부 차장  
 
지난 2005년 국립국어원은 ‘웰빙’을 ‘참살이’로 순화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참살이’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외래어를 우리말로 다듬는 일은 꼭 필요하고, 그렇게 쓰는 것이 국어사랑의 길이요 나라사랑의 행동임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웰빙족들이 ‘참살이’를 하는 것이라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거짓살이’를 하는 꼴밖에 안 됩니다. 물론 ‘참살이’의 ‘참’을 ‘거짓’의 반대말로만 받아들이는 제 생각에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웰빙족들에 대한 반항심(?) 때문인지, ‘참살이’라는 말이 괜히 싫습니다.

그건 그렇고요. 순화어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혹시 여러분은 ‘여리꾼’이라는 말을 아십니까? 잘 모르겠죠?

‘여리꾼’은 “상점 앞에 서서 손님을 끌어들여 물건을 사게 하고 주인에게 삯을 받는 사람”을 뜻하는 순우리말입니다. 우리가 흔히 ‘삐끼’라고 부르는 사람이지요.

이 ‘삐끼’는 당구를 할 때 자주 쓰는 말 ‘히끼’(끌어치기)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일본말에 뿌리를 둔 것이죠.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국립국어원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삐끼’를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만 올려놓았습니다. 순화어로 다뤄놓은 말이 없습니다.

‘앙꼬’는 ‘팥소’로, ‘몸뻬’는 ‘일바지’나 ‘왜바지’로 순화해 쓰라고 하면서도 ‘삐끼’는 그냥 쓰라고 하는 까닭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요. 기자들부터 ‘삐끼’를 ‘여리꾼’으로 쓰면 어떨까 하고 생각합니다. ‘여리꾼’이 어색하다면 ‘호객꾼’으로 쓰는 것도 괜찮고요.

‘삐끼’는 왠지 사람을 나쁘게 인식하게 하는 느낌이 있기 때문입니다. 더러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 중에는 건전하게 손님을 가게에 소개하고 보수를 받아 가족을 먹여 살리는 사람도 많은데, 그들을 모두 말맛이 사나운 ‘삐끼’로 부르는 것이 마뜩지 않게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참, “흥정을 붙여 주고 보수를 받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뜻하는 순우리말로는 ‘주릅’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엄민용 경향신문 엔터테인먼트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