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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오른쪽)이 2009년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미디어정상회의(WMS) 개막식에서 데이비드 슐레진저 로이터통신 편집국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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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오브더월드’(NoW) 도청 파문에서 비롯된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의 추락이 우리 언론계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윤 추구가 지상 과제가 된 거대 미디어그룹이 빚어내는 권언 유착 등의 폐해가 그것이다. 경쟁과 지시에 내몰린 기자들이 비윤리적 취재관행을 서슴지 않다가 이번 파문을 빚었다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국내에서 논란을 일으킨 미디어법 개정과 종합편성채널 등 새 방송사업자 선정의 정책 근거는 ‘글로벌미디어그룹’의 육성이었다. 머독의 스캔들은 대표적 ‘글로벌미디어그룹’의 그림자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내에서도 거대 미디어그룹은 유착관계를 넘어 권력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이번 사건은 그 전형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폴 스티븐슨 런던경찰청장이 관련 수사를 고의로 방치했다는 의혹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가 하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연루설까지 나온다. 영국에서는 이 기회에 미디어의 소유 독점을 방지할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장행훈 전 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스캔들은 세계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대 미디어 재벌이 민주주의에 끼치는 해악을 대표하는 중요한 사례”라며 “머독은 자신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독점된 미디어를 이용하며 권언유착을 이뤄온 본받아서는 안될 가장 나쁜 모델”이라고 말했다.
머독은 실제로 1997년 총선에서 영국 노동당을 지지한 이후 위성방송 BskyB의 지분을 인수했다. 선거에서 머독에게 도움을 받은 캐머런 보수당 정권도 머독의 BskyB의 완전 인수를 검토하다가 도청 스캔들이 가로막은 셈이 됐다.
정용준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는 “미디어법 개정 이전 우리나라의 공익성 강화를 위한 엄격한 소유 규제는 전 세계적으로도 주목받을 만한 의미가 있는 정책이었다”며 “‘머독 스캔들’은 이번 정부 들어 단행된 미디어 소유 규제 대폭 완화의 장밋빛 청사진에 경종을 울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의 이번 경우처럼 해외 자본이 국내에 들어와 미디어 독점을 통해 저널리즘의 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의 규모가 작아 해외 자본이 별 매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도 등장할 상업적 미디어 그룹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상업 미디어에 대한 합리적인 규제와 함께 공영적 미디어에 대한 강화 등 시장주의의 팽창을 억제할 보완장치 마련도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영국이 도청 파문으로 들썩이던 때와 비슷한 시기인 지난 7일 미국 제3연방순회항소법원은 의미있는 판결을 내놨다. 부시 정부 시절인 2007년 제정된 신문방송 겸영 허용 법안을 무효로 한 것이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국민들이 법 제정 과정에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FCC는 당시 상당 기간에 걸쳐 공청회를 열었는데 이것조차 충분치 않았다는 미 법원의 지적을 곱씹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