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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민용 경향신문 엔터테인먼트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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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사람들이 많이 쓰고, 신문과 방송에서도 흔히 쓰는 말이지만, 현재 사전에 올라 있지 않고, 앞으로도 사전에 오르지 말아야 할 말이 꽤 있습니다.
그런 말 가운데 하나가 ‘희귀병’입니다.
‘희귀’는 ‘드물 희(稀)’와 ‘귀할 귀(貴)’로 이뤄진 말입니다. 여기에 ‘병’이 붙으면 “보배롭고 보기 드물게 귀한 병”이 되고 맙니다. 세상에 이런 말은 없습니다.
어쩌면 죽음보다 끔찍한 병마와 맞서 싸우는 분들에게, 혹은 그분들의 가족에게 ‘귀한 병’에 걸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희귀병’은 대개 ‘난치병(難治病)’으로 쓰면 말이 통합니다. 또 만약 “매우 드문 병”이라는 의미를 나타내려면 ‘희소병(稀少病)’으로 쓰는 것이 적절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쓰면 그것이 표준어가 돼야 합니다. 하지만 그 말이 우리말의 품격을 떨어뜨리거나, 말을 이루는 원리에 지나치게 어긋나고, 특정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라면 표준어에서 제외돼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피로회복’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말입니다.
“피로회복에 좋다고 알려진 음료를 추가하는 것이다.”(조선일보 2010년 1월 30일)나 “새콤달콤한 매실 먹으며 피로회복하세요~”(동아일보 2010년 1월 21일) 등의 예문에서 보듯이 ‘피로회복’이라는 말이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도 이 말이 아주 우스운 표현임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피로(疲勞)는 “과로로 정신이나 몸이 지쳐 힘듦. 또는 그런 상태”를 뜻합니다. 이런 피로는 빨리 없애야 건강할 수 있습니다. 피로가 계속 몸을 괴롭히게 해서는 안 됩니다. 회복(回復 : 원래의 상태로 돌이키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죠.
‘피로회복’은 “사라져 가는 피로를 되살려 낸다”는 아주 엉뚱한 말입니다. 피로를 회복해 놓으면 건강에 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만성피로’죠.
우리가 회복해야 하는 것은 ‘원기(元氣 : 마음과 몸의 활동력)’이지, ‘피로’가 아닙니다. 피로는 ‘해소’해야 합니다.
<엄민용 경향신문 엔터테인먼트부 차장>